차승민 샘의 학생 사용 설명서

   
 
페이스북에 떠있는 차승민 선생님의 글을 우연치 않게 보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연재를 부탁했습니다. 알고 보니 “학생사용설명서”, “선생님사용설명서”, “영화를 함께 보면 아이의 숨은 마음이 보인다” 등의 책을 내신 분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몇 번의 요청 끝에 본지에서는 ‘즐거운 학교 만들기’라는 꼭지를 통해 소개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먼저 차 선생님과 인연을 만들어 준 글을 소개합니다.


2000년대 초반인 것 같다. 영화수업에 한창 몰입하고 있을 때다. 그러다 교장실의 호출이 있었다. 어느 학부모가 교장실에 항의전화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학부모의 항의가 왔다고 해서 교장 쌤이 질책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영화 본다=논다]라는 생각은 접지 않으셨다.

같은 학교 직원으로서 나를 매우 좋아하셨던 교장은 [영화봄]으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하셨다. 어느 학부모가 전화했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 학부모는 6학년 담임인 내가 공부보다 영화를 더 많이 보이는 것에 대해 대놓고 항의를 못하고 교장실이란 우회로를 통해 자신의 불만을 털어놓은 것이다.

교장 : 차선생 아파트에서 소문이 안 좋은 것 같더라. 조심해라.

교실로 올라와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영화 수업을 못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연예랑 똑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못하니 더 하고 싶어 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사실 영화수업이 그리 만만한 수업은 아니었다. 영화 보고 나면 감상평 쓰고, 쓰고 나면 토론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그것 말고 다른 건 없어? 이 두 마디로 괴롭힐 수 있는데 까지 괴롭혔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생각은 한 뼘씩 커졌지만 그리 녹녹하게 깨진 건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기들이 원하지 않는데 영화수업을 못하게 되었다는 담임의 이야기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들 얼굴에 불만이 비쳤다. 어느 엄마인지 찾아내자는 소리도 나왔다. 잘못하면 엉뚱하게 폭동이 일어날 분위기였다.

차쌤 : 그럼 너희들은 어쨌으면 좋겠는데?
아이들 : 억울합니다.
차쌤 : 너희들 부모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안하나?
아이들 : 이유가 뭔데요?
차쌤 : 공부 안하고 성적 떨어진다고.
아이들 : 성적 올리면 될 거 아입니꺼? 영화 보입시더.
차쌤 : 그러다 걸리면 차쌤이 다 책임져야 한다. 우짜낀데?
아이들 : 웅성웅성


반장아이가 나보고 잠시 나가라고 부탁했다. 그 눈엔 비장함이 보였다. 한 시간 정도 연구실에 있다 돌아왔는데 칠판가득 뭔가 쓰여 있고 끝나지 않았다. 차마 문 열고 들어갈 수 없었다. 두 시간 정도 지나니 연구실로 반장이 찾아왔고 난 교실로 갔다.

차쌤 : 어떻게 하기로 결정났니?
반장 : 영화 보고 성적 올릴 겁니다.
차쌤 : 어떻게?
반장 : 영화 볼 땐 망을 보기로 했습니다.


그때부터 망을 보며 영화를 봤다. 교실 뒤에는 잠만경으로 복도를 살피며 영화 보는 아이가 있어
파수꾼이 되었다. 그 아이가 소리치면 다른 아이가 리모콘을 들고 있다 화면을 전환하고 그 신호와 동시에 난 칠판에 공부할 문제를 쓰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목소리 좋은 애가 손을 들고 일어나 “제가 한번 발표해 보겠습니다”를 천연덕스럽게 하며 이야기하기로 정했다. 몇 번 예행연습도 했다. 

그해 한 번도 교장 쌤은 순시를 안했다.

그해 졸업한 그 아이들은 내가 가르친 아이들 중에 가장 공부를 잘했다.

   
 

학생 사용 설명서
I 차승민 저
I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출간

   
▲ 차승민 교사

개구쟁이보다 더 장난꾸러기인 대마왕 차쌤은 아이들과 뒹굴며 놀 궁리를 연구한다.

아이들과 함께 10년 넘게 영화를 교육에 접목할 방법을 연구해 [영화를 함께 보면 아이의 숨은 마음이 보인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또한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선생님 사용 설명서]와 아이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비장의 기술인 [학생 사용설명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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