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발표와는 사뭇 다른 결과..비판은 면했다
▲ <사진 제공=경기교육청> |
11월 12일 치러진 2016학년도 수능은 정부의 쉬운 수능 기조를 이어가며 대체로 평이한 난이도로 출제됐지만, 최상위권의 변별력을 가르는 문제가 과목당 2~3 문항씩 출제돼 만점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4, 2015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자가 대거 쏟아지면서 물수능이라는 호된 비판에 고심하던 평가원은 이번 수능을 대부분 평이한 난이도로 출제한 가운데, 만점자가 많이 나올 것을 의식해 어려운 문제를 두세 문항씩 끼워 넣어 세간의 비판을 절묘하게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
13일 오전 수능출제위원장인 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수능은 지난해와 같은 기조 속에서 6월과 9월 두 차례 모의평가 수준으로 문제를 냈다"고 밝혔다.
이 출제위원장은 “수능의 기본취지에 따라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다”며 “만점자 비율과 1등급컷 등 최상위권에만 초점을 맞춰서 난이도를 언급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교육평가원은 결국 시험 난이도를 분석할 때 예외적인 사례인 만점자 비율을 활용해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만점자 비율을 줄이기 위해 어려운 문제를 과목마다 2~3문항씩 출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날 현재 수험생들의 가채점 결과를 취합한 입시기관들의 '예상등급컷 현황'을 살펴보면, 문이과를 막론하고 국수영 과목 가운데 1등급 커트라인이 '만점'인 과목은 한 과목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가채점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매우 어렵게 출제돼 1등급컷이 91점이던 국어B가 약간 쉬워진 걸 제외하면 국영수 전 과목에서 어려운 문제가 2~3문항씩 출제돼 1등급컷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진학사는 1등급컷을 국어A 96점, 국어B 94점, 수학A와 B 각각 96점, 영어 94점 등으로 예측했다.
메가스터디는 국어A 96점, 국어B 94점, 수학A 94점, 수학B 96점, 영어 94점 등으로 추정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예측한 1등급컷은 국어A 96점, 국어B 94점, 수학A 94점, 수학B 96점, 영어 94점 등이다.
대성학원은 국어A 96점, 국어B는 93점, 수학A와 B 각각 96점, 영어 94점 등으로 예측했다.
이투스는 국어A 96점, 국어B 94점, 수학A 94점, 수학B 96점, 영어 93점 등으로 추정했다.
전체적으로 국어A는 96점, 국어B는 94점, 수학A 95점, 수학B 96점, 영어 94점 수준에서 1등급컷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모평에서는 국어B와 영어에서 만점을 받아야, 9월 모평에서는 국어A와 수학B, 영어에서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 될 수 있었다. 따라서 가채점 결과는 ‘쉬운 수능 기조 유지’라는 출제단의 발표와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탐구영역에서는 사회탐구가 지난해보다 쉽게, 과학탐구가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 사회탐구는 생활과윤리가 쉽게 출제돼 1등급컷이 한국사와 함께 만점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동아시아사, 경제, 사회문화 등은 지난해보다 약간 어려워 1등급컷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탐구는 가장 많은 수험생이 선택한 생명과학I과 물리I, 지구과학I, 화학II 등이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돼 등급컷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성과학고 주상하 교사는 “서울의 여러 고등학교들이 실제 등급컷은 평가기관의 가채점 결과보다 더 내려갈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교사는 "오늘 상담한 최상위권 학생의 경우 영어와 제2외국어는 만점을 맞은 데 비해 국어 93점, 수학 96점, 한국사 47점, 사탐 49점 등 그 외 과목에서 1~2문항씩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상위권의 다른 학생들도 이 학생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돼, 만점자가 적고 전체적으로 1등급컷이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작년 수능에서 만점자가 4명이나 나왔던 대구경신고의 김지훈 교감은 "아직 집계가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만점자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 복자여고 정명근 교사는 "과목별 예상 1등급컷이 80~90점대도 아닌 평균 95점 전후로 결정됐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수능이 아니라는 증거"라며 "다만 수능이 쉬울 것이라고 기대한 학생들이 몇몇 고난이도 문항을 접하고 수능이 어려웠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라벌고 유석용 교사는 "쉬운 수능에 적응한 학생들에게 이번 수능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 것 같다"며 "각 영역별로 난이도가 높은 2~3문항은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 신동우 대표는 "앞으로도 수능은 쉬운 수능 기조 속에서도 변별력은 갖춘 출제 경향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며, 정시의 경우 최상위권은 재수생 위주로 완전 재편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일반 학생들의 경우 수시에 집중하는 경향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