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친구끼리 멘토-멘티 맺어 학습 도와

   
▲ 서울 중화중, 또래멘토링 학습 프로그램 ‘또래쌤’ 운영

유대인들의 교육방법이 매우 우수하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이야기꺼리도 아니다. ‘원래부터 유대인들의 아이큐가 높다.’ 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아니, 평균 아이큐는 한국 학생들이 더 높다. 그들의 우수성은 아이큐 때문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리의 교육은 어디를 가나 계속 듣는 교육이다. 교실에서 12년이 넘도록 선생님에게 설명을 듣는다. 학원에서도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받아 적는다. 그렇게 하다가 대학을 가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강의실에서 교수님에게 계속 강의와 설명을 앉아서 듣는다. 세미나에서도 계속해서 발표를 듣기만 한다. 교실에서든, 강의실에서든, 세미나장에서든 거의 질문이 없다. 질문을 하면 설명할 시간을 잡아먹고 교사를 귀찮게 하는 학생 취급을 받는다.

유대인을 다룬 책들에는 유대인들이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가 수도 없이 나열되어 있다. 역사교육, 고난교육, 영재교육, 쉐마교육, 유머, 경제교육, 탈무드교육, 침대머리교육, 밥상머리교육, 쩨다카정신, 티쿤 올람 등. 그 중에서도 핵심은 하브루타에 있다.

유대인의 전통교육기관인 예시바에서 수백, 수천 명의 학생들이 둘씩 짝을 지어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친구가 친구를 가르치는 것을 일컬어 '하브루타(havruta)'라고 한다. 즉, 하브루타는 보통 두 명이 짝을 지어 프렌드십, 파트너십으로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때에 따라 여러 명이 하는 경우도 가끔 있으나, 보통이 두 명이고 거의 6명을 넘지 않는다. 학생들이 짝을 지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논쟁 수업을 한다. 친구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왜 두 명이 기준일까? 그것은 둘씩 짝을 지어야만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하브루타를 단순히 말하자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야기를 진지하게 주고받으면 질문과 대답이 되고, 대화가 된다. 거기서 더 전문화되면 토론과 논쟁이 된다.

하브루타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은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한국학생들이 강의식 모델을 선호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미국의 경우 이미 초기의 검증 단계를 거쳐서 미래교육의 유력한 대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과연 한국에서 하브루타가 효과적인 교수법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하브루타의 놀라운 효과를 현실에서 증명한 학교가 있다. 서울 중화중학교(교장 임영환)가 바로 그곳이다.

중화중이 운영하고 있는 또래멘토링 학습 프로그램 ‘또래쌤’은 하브루타의 다른 이름이다. 지난해에 이어 교육복지특별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는 ‘또래쌤’은 동급생 친구가 멘토역할을 담당하여 멘티가 부족한 학습영역에 대해 멘티의 수준에 맞게 도와주고, 멘토는 일정시간의 봉사활동 시간을 부여받는 학업증진프로그램이다.

중화중 학생들은 '또래쌤'을 통해 교과 학습 능력뿐 아니라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통 능력, 배려, 이타심, 존중의식과 같은 대인관계 능력도 함께 키우고 있다.

또래의 멘토·멘티 구성으로 진행되는 ‘또래쌤’은 주말과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하여 주 2회 이상 학교에서만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참여 학생은 활동일지를 작성하고 지도교사(슈퍼바이저)가 매월 마지막 주 활동일지를 점검하며 활동을 도와준다.

프로그램 시행 첫해인 2014년도에 1학기 15팀 31명, 2학기 10팀 20명으로 시작한 또래쌤은 올해 1학기 활동 인원이 19팀 39명, 2학기 활동 인원이 11월 13일 현재 22팀 42명으로 참여 인원이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첫해 활동을 평가하며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업무책임교사를 두고 ‘또래쌤’ 학생들과 단체 sns 등으로 친근감 있게 활동을 독려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참여 학생들의 성적도 멘토, 멘티 모두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2학기에 새로 참여한 3학년 김 모 학생의 경우 주요 멘토링 과목인 역사과목 성적이 1학기 기말고사 성적에 비해 기말고사 때 크게 향상되었다.

또래쌤은 학생들 스스로 멘토와 멘티, 학습할 과목, 시간 등을 정하여 운영하는 활동으로 학습에서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학습자 주도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고, 더불어 활동하는 과정에서는 교육에서 지향하는 타인과 소통하며 배려와 존중의식을 기를 수 있는 활동이다.

3학년 박 모 학생은 1학기 활동 마무리 소감문에서 "멘티 친구의 영어 실력이 성장하여 승급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고 본인도 몰랐던 표현들을 알게 되어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렇듯 하브루타는 한국에서 ‘또래쌤’의 형태로 학교 깊숙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우리 교육 현장 곳곳에서 '또래쌤'이라는 새로운 대안 교육을 활발히 시도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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