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베트남에서 이라크까지

<손자병법>은 손무 작품
현재 <손자>라는 책명이 전해지고 있는 <손자병법>은 그 치밀하고 뛰어난 내용 때문에 손무가 살던 춘추시대라기보다는 그 이후 전국시대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손무가 사마천의 <사기>에 2번밖에 등장하지 않고, 다른 고전에도 그 이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는 등 불확실한 요소들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손자 가운데 손무보다 100여년 뒤인 전국시대의 손빈이 <손자>의 저자일 것이라는 주장이 유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1972년 4월 중대한 사건이 벌어진다. 중국 산둥성 임기라는 마을 교외에서 한나라 시대 무덤 2개를 발굴한 결과 <손자>의 연대와 저자를 추정케 하는 죽간들이 발견된 것이다.

같이 출토된 엽전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기원전 140~181년의 것으로 분석되는 총 4,942매에 이르는 죽간은 글귀에 약간 다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손자>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고전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손자>의 경우 현재 전해진 13편의 편명을 토대로 대략적으로 현존하는 것과 같은 본문을 복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손자>와 별도로 당시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병법을 적은 상당량의 죽간의 존재도 확인됐다. 그 내용을 해독한 결과 놀랍게도 제나라 위왕과 ‘손자’의 문답(여기서의 손자는 당연히 손빈일 수밖에 없다), 위왕과 장군 전기 그리고 ‘손자’가 주고받았던 말, 나아가 ‘손자’가 위나라 장군 방연을 생포한 작전의 과정 등이 서술돼 있었다. 손무 아닌 손빈의 병법인 셈이다.
 

   
▲ 청대에 발간된 <손자병법> (사진=한겨레21)

중국 학계는 이 발굴과 그 이후의 연구를 토대로 대략적으로 이런 결론을 내렸다.

1. 오늘날 <손자>(손자병법)라고 전해지는 책은 <사기>에 나오는 ‘13편’으로 이뤄진 <손자병법>과 동일한 것으로 손무가 쓴 것이다.

2. 새로 발견된 자료(손빈의 병법을 담고 있는 것)는 <사기>에 나온 손빈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병법’과 동일하다.

이 견해를 따서 이번 글에서는 <손자병법>의 저자를 손무로 국한하기로 한다.

손자, 베트남에서 이라크까지
최근에 벌어진 전쟁 가운데 손자를 많이 응용한 전쟁으로는 1991년 미국 등이 이라크를 공격한 제1차 걸프전쟁(사막의 폭풍)이 있다. 당시 다국적군 사령관이었던 노먼 슈워츠코프 장군은 기자가 걸프전에서 채택할 전략에 대해 묻자 <손자병법>의 ‘허실편’에 나오는 ‘실로써 허를 공격한다’는 말을 인용해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우리의 장점을 이용해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고 싶습니다.”

   
▲ 1991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사막의 폭풍’작전에서 ‘손자병법’은 다시 한번 위력을 발휘했다.(사진 GAMMA)

실제로 다국적군은 ‘사막의 폭풍’ 작전에 들어가며 플라스틱으로 만든 헬리콥터와 전차 그리고 150명의 병사가 배치된 기지를 만들고 무선으로 거짓 정보를 흘려보냈다. 나아가 페르시아만에 미 해병대를 대기시켜 마치 동쪽 바다에서 기습공격을 할 것처럼 위장하다가 반대편에서 기습했다.

당시 걸프전에 파견된 미군 해병대는 배낭에 <손자병법>의 번역본을 휴대하고 있었으며, 헤드폰을 통해서도 그것을 들을 수 있도록 카세트 테이프까지 지니고 있었다.

결국 이 걸프전에선 이라크군 10만명 이상이 전사한 데 반해 다국적군은 사망자 199명, 부상자 388명이라는 피해밖에 입지 않았다. <손자병법>이 사실상 하이테크 전쟁의 효시를 이루는 걸프전에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손자를 연구하고 전쟁에 응용하기 시작한 것은 베트남 전쟁으로부터 비롯됐다. 역으로 <손자병법>을 최대로 응용했다고 할 수 있는 베트남 해방세력에 패배한 미국은 그 교훈으로 손자 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걸프전에서는 (1) 베트남식의 장기전은 절대로 피한다. (2) 미국 본토로부터 지시를 받아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지휘체계의 혼선은 되풀이하지 않는다. (3) 오히려 우리가 속임수를 적절히 활용해 적을 혼란시킨다는 방식을 채택했다. 실제로 슈워츠코프나 콜린 파월 등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이런 경험을 잘 공유하고 있었다.

::온 + 오프 항해지도::

   
 

▶ 중고생
- <제자백가> 진순신 등/솔
- <만화중국고전-손자병법> 채지충/대현출판사

▶▶ 대학생 이상
- <불패전략-최강의 손자> 모리야 아쓰시/국일증권경제연구소
- <자기관리 손자병법> 후타미 미치오/인디북
- <사기열전> 사마천/을유문화사
- 〈Sun Tsu and the Art of Business〉 Mark Mcneilly/Ox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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