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환경, 건축을 이으며 뿌듯함을 쌓아 갑니다"

녹색건축전문가는 녹지 등 생태공간 조성, 에너지 효율, 친환경 자재 사용 등 녹색건축 인증기준에 적합한 건축물을 계획·설계·시공·평가한다. 그린코드 녹색도시연구소 김유민 소장을 만나 녹색건축전문가가 하는 일을 들어보았다.
 

   
 

Q. 현재 녹색건축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A.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건축물 에너지 절감에 필요한 관련 데이터를 정량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요소를 단계별 또는 등급별로 표준화해서 에너지 활용이 효율적으로 개선되도록 하는 에너지 표준화 작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저비용 고효율의 ‘그린 리모델링’에 대한 예측 및 평가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합니다.

두 번째로 효율적인 녹색화를 위한 연구개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기준 가이드라인을 개발한 바 있는데, 이 가이드라인은 서울시 주도하에 모든 태양광 건축물에 준용할 기준으로 법적 고시될 예정입니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의 활용, 도시의 미관, 건축물 구조를 모두 고려해 녹색·에너지·디자인의 효율적인 접점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 녹색건축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요?
A.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노년에 휠체어를 이용하셨습니다. 휠체어를 타신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다보니 버스, 전철, 병원, 전시장 등 대부분의 건물과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게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점차 외출을 줄이게 되고 그게 불효가 된 것 같아 늘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때‘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려면 노약자나 어린이도‘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 장애물이 없는(BF; Barrier-Free)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유럽의 선진국은 녹색도시 구축을 위해 배리어프리(BF) 개념을 당연하게 여기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트램의 경우, 출입문이 인도와 차도의 높이가 같아 출입이 편하고 내부공간이 충분해 휠체어를 그대로 둘 수 있습니다. 또 전기를 사용해서 친환경적이기까지 하지요.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역시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어린이나 여성을 위해 설계된 도시 환경입니다. 이런‘ 녹색도시를 위한 주요 방안’도‘ 녹색건축’의 일부이며 이런 것들을 알게 되면서 흥미가 생겨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Q. 이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어떤 전공과 경력을 쌓으셨나요?
A. 도시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녹색도시연구소(GCI) 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녹색도시, 녹색건축, 그린에너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지능형 건축물(IBS) 등에 대한 인증과 컨설팅을 200여건 이상 진행했습니다. 또 공공과 민간을 위한 녹색-제로에너지-저탄소 건축에 관한 연구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주요 연구결과로는 ‘탄소중립 녹색도시 구축을 위한 계획지표 및 평가기준 개발’이 있습니다. 이 기준은 탄소를 저감하고 녹색도시를 위한 도시 개발과 도시 재생을 목적으로 만든 평가지표입니다.

Q. 건축과 환경을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어려운 점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A. 사업자, 건축주, 설계사무소, 시공사 등 그리고 일반 소비자들까지도 녹색건축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부분이 가장 힘듭니다. 녹색건축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인 인식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지요.

대신 보람도 큽니다. 일반등급 수준의 건축물이 최우수등급 인증을 받게 되었을 때 가장 보람이 큰데요. 단순히 등급이 상향되어서가 아니라 제가 한 일로 또 하나의 환경 친화적인 녹색건물이 생겼다는 점에서 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건축물을 만들어 녹색도시를 저해할 수도 있었는데, 제 노력으로 친환경적이면서도 쾌적한 건축물을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점이 일하는 큰 즐거움이 됩니다.

Q. 일하시면서 경험했던 일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A. 서울시 선농단 역사문화전시관’을 아시나요? 전에 이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서 에너지효율 1등급 획득을 목표로 컨설팅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건물은 역사를 보존하는 문화전시관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징적인 의미가 큰데요. 당시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내부 매뉴얼로 만들어 직원들을 교육하고, 그 결과 당초 목표였던 1등급을 초과해 국내 최초로 에너지효율 ‘1++ 등급’을 획득했습니다. 아직까지 인증 건물 중 최고등급이고 최저 에너지 소요량을 자랑하고 있지요.

역사문화전시관을 그렇게 개선한 것도 기분 좋고 행복했는데, 나중에 내부 매뉴얼 교육 덕택에 안암동 복합청사, 구로구청 별관 등을 컨설팅하면서 어렵지 않게 에너지효율‘ 1+ 등급’을 획득해서 그간의 제 노력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미래의 녹색건축전문가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 무엇일까요?
A. 사명감과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 이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인내심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 분야의 기술과 과업 목표가 상당히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으므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습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뒤쳐지고 적응이 어려워집니다.

또한 아직은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일이 아니어서 처음 시작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부단히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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