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다

   
 
정철상 부산외대 취업전담교수는 인재개발연구소 대표이자 취업진로강사협회 명예회장이다. 2년 넘게 <나침반 36.5도>에 연재를 하고 있으며 저서로 '커리어코치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했던 남자', '가슴뛰는 비전', '청춘의 진로나침반' 등 다수가 있다. 학생들의 진로 및 취업관련 부문에서 한국 최고의 명강사이자 저자로 알려져 있다.

몇 해 전 직장 근무 경력이 있는 30대 중반 청년이 이직 상담을 요청해왔다. 그런데 그에게는 제대로 된 경력이 없었다. 아르바이트, 인턴, 임시 계약직이 전부였다. 왜 그런가 물었더니, 첫 직장이 중요하다고 해서 대기업만 찾다 보니 그리 됐단다.

취업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이제라도 중소기업을 찾아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대기업 입사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었다. 허드렛일을 하더라도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대기업 입사만 바라며 정식 취업을 미루는 청춘들은 의외로 많다. 한 명문대 졸업생은 아쉽게 떨어진 회사가 있다며 특정 대기업 입사에만 무려 3년째 매달리고 있다.

그러면서 1년만 더 도전해 봐도 괜찮을지 내게 물어왔다. 첫 직장부터 아무 데나 들어갈 수는 없다는 게 이유였다. 대학을 졸업한 지 벌써 2년이나 흘렀는데 말이다.

요즘은 취업이 하도 어렵다 보니 눈높이를 미리 낮추는 대학생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가 대기업 취업을 꿈꾼다.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하면 대학 생활 자체를 잘못한 거라 규정하는 학생들까지 있다. 이들은 청소나 서빙 아르바이트조차 대기업만 고집할 정도로 대기업에 대한 맹목적 충성도를 보인다. 그런 청춘들에게 왜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려 하는지 물어봤다.

보수가 적다. 인지도가 낮아서 다녀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작은 직장에 다니면 부끄러울 것 같다. 근무 환경과 복지가 열악하다. 제도적 정비가 미흡하다. 잡다한 일이 많다. 늦게까지 야근한다. 회사가 불안정해 원치 않는 이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주요 이유였다.

그러면 나는 이어서 질문한다. 대기업은 어떤 점이 다르기에 그토록 대기업을 고집하며 매달리느냐고. 대답은 보통 이런 식이다.

폼 나 보인다. 보수가 많다. 이미지가 좋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다. 아무래도 다들 대기업을 좋아하니까. 제도적 뒷받침이 잘돼 있어 일하기 좋을 것이다. 특히 복지 제도가 좋다. 회사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있다. 향후 장기적 경력 관리에 도움 될 것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청춘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일부 어른들이 세뇌 아닌 세뇌를 시킨 것도 한몫할 것이다. 언젠가 모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대기업에 입사 못 하는 사람은 실패한 인생”이라는 식으로 말해서 기겁했었다. 어떻게 대기업 입사 여부를 기준으로 인생 성패를 논한단 말인가!

대기업 직장인들도 불만과 고민은 있다. 실제로 내가 만난 대기업 직원들은 자기가 성공했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물론 겸손의 뜻이었겠지만, 대다수는 여느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장래 커리어 고민 때문에 찾아오는 상담 의뢰자의 상당수가 대기업 직장인들이라는 게 그 증거다. 그들에게도 물어봤다. 도대체 왜 그 좋은 직장에서 갈등하느냐고. 대답은 이랬다.

일이 너무 많다. 날마다 야근이다. 경쟁적이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진급하려고 눈치 보는 분위기가 너무 싫다. 상사가 얄밉고 싫어도 내색할 수 없다. 상사를 보면 내 미래가 암울하다.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없다. 부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재 한 번 받으려면 한두 달은 기다려야 한다. 담당 업무가 너무 단조롭다. 기계 부속품 같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근무 지역이 수도권이 아니다…….

어떤가. 대기업에 대한 환상이 어느 정도 깨지지 않는가. 물론 커리어의 출발점이 대기업이라는 건 나쁘지 않다. 분명 좋은 신호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안주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더 발전적인 미래는 없다. 

대기업은 모든 일이 직무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자기가 맡은 일에만 충실하면 된다. 번거롭게 이 일 저 일 하지 않아도, 필요할 경우 각 부서 담당자들이 업무를 지원해 준다. 모든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 중소기업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때 자기가 마치 거대한 공룡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 안이한 태도와 습관을 들이면 스스로의 경쟁력을 잃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흐름을 읽으며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꼭 이직을 염두에 두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본질적 경쟁력을 스스로 갖춰야 어느 조직에서든 대접받을 수 있고, 자기가 맡은 일도 성공적으로 수행해낼 수 있다. 사실 경쟁력은 대기업이 아닌 곳에서 더 빨리, 더 밀도 있게 갖출 수 있기도 하다.

중소기업을 첫 직장으로 삼은 청춘들은 조그만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다는 게 못내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사실을 상기해보길 바란다. 대기업은 어느 정도 우열 순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게 현실이지만, 다행히 인생은 학교 성적처럼 꼭 우열 순으로만 풀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절박한 삶 속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해나가는 사람이 결국 더 크게 성장한다는 점도 잊지 말자. 작고 열악한 환경에서 쥐꼬리만한 박봉을 받으며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불평만 한다면 삶은 결코 더 나아지지 않는다.

-출처: 도서 <따뜻한 독설> 중에서

 

<2015년 정철상 교수의 칼럼 목록>

시간 매트릭스를 활용한 시간관리 전략
신년계획표를 다시 보자 
학교, 다닐까 말까?
사회진출 위한 3가지 진로 방향
자존심으로 버티던 열등생의 인생반전
행복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자 
How To Be Happy 
어떤 일도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부딪쳐 보자!
고시에만 매달리기엔 청춘의 열정이 아깝지 않은가
대기업만 고집하는 청년들에게

 

   

커리어코치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
I 정철상 저
I 라이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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