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이 키우는 진정한 영재 아닌 진학위한 영재교육

   
▲ 이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출처=구글>

영재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의 기초 교양 수준을 넘어선 전공과목까지 이수한 우수 자원을 일반종합대학은 왜 이를 무시하고 연계성을 갖춘 교육과정을 제공하지 않는 것일까.

서울대학교의 한 관계자는 ‘기초교육원에서는 영재학교 출신이 2015학년도 신입생 기준 170명밖에 되지 않는 소수이고, 이들이 영재교육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 교육과정의 전문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별도로 배려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영재학교 출신 학생들은 서울대에 진학해서 2년 정도 이루어지는 교양과정의 강의나 실험실습은 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다 선행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고교 시절 공부에 파묻혀 살던 것을 탈피해 맘껏 노는 시간으로 허비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유기홍 국회의원실이 조사한 2008∼2012학년도 대학진학 현황 자료에 의하면 이 기간에 전국의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졸업생 12,516명 중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진학한 학생이 6,866명으로 54.86%로 절반이 넘는다.

그리고 나머지 45.14%는 5개의 과학기술대학(KAIST, POSTECH, GIST, UNIST, DGIST)에 진학했다. 대체로 과학고와 영재학교 졸업생들이 5개의 과학기술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40% 내외며, 나머지 60% 내외의 더 많은 학생은 서울대 등 일반종합대학에 진학한다. 그렇지만 일반 종합대학과 과학기술대학은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5개 과학기술대학은 영재학교와 협약을 체결하여 대개 36학점 내외까지 AP 학점을 인정하지만, 일반종합대학은 영재학교의 AP 등 심화선택과목을 학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월성을 추구하는 영재학교 학생들이 일반종합대학에 가는 것은 교육의 연계성 면에서 심대한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배운 것을 또 배워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되어 학생들이 흥미를 잃고 있어 진정한 인재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과학고와 영재학교 한 학년 학생 수는 2016학년도 기준 2,427명이고, KAIST를 비롯한 5개 과학기술대학의 모집 정원은 2,290명이다.

고교과정의 영재학교와 과학고 그리고 대학의 과학기술대학은 모두 국가의 이공계 기초 인력을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런 설립취지에 맞게 영재학교와 과학기술대학은 교육과정의 연계성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연계성을 감안해 영재학교와 과학고 졸업생은 일반종합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을 막고 전원 과학기술대학으로 진학하도록 하는 방안이 타당할 수 있다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은 영재학교 교육과정이 유발하는 폐해가 우리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사실 영재학교 재학생의 사교육 문제도 심각하다. 영재학교 내신이 곧 대입에 직결되기 때문에 내신을 잘 따기 위해서 영재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선행학습과 대비학습, 그리고 추후 학습을 위해 주말 사교육 시장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대입내신이나 영재학교 내의 내신 경쟁으로 영재학교 재학생 사교육의 70%는 대치동에서 소화되며, 나머지 30%는 목동과 중계동에서 이루어진다. 그 주된 이유는 영재학교의 교육과정 내의 수학․과학 과목이 대학의 2, 3학년 전공과목을 선행하면서 학생들의 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어려운 게 원인이 되고 있다. 영재교육을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강남구 대치동은 주말마다 여행용 가방을 들고 학원으로 오는 영재학교 학생들이 많다. 이들은 과목별로 특수화된 학원으로 가게 되는데, 매주 금요일 오후에 영재학교 주변은 이들 학원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영재학교 전문과목 편성을 보면 수학, 과학, 정보 등 필수 과목을 제외하고는 기본선택과 심화선택 과목이 모두 대학 과정이며 교양과정을 벗어나 대학 2, 3학년 과목도 많다.

수학만 비교하면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수학Ⅰ, 수학Ⅱ를 제외하고는  대학 1학년 교양과목으로 (고급) 미적분 Ⅰ, (고급) 미적분 Ⅱ , 대학 수학과 2-4학년 전공과목으로 미적분 Ⅲ, 정수론, 선형대수학, 미분방정식, 확률과 통계 등을 배우고 있다. 

물론 영재학교 내에서의 학생들의 개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처럼 어려운 수업에 무난히 적응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너무 어려운 내용에 심층적인 이해도 부족한 채 AP 인정에 따르는 학점만 부여받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알려진다.

영재 중에서도 극히 일부 학생들은 AP를 비롯한 심화선택과목을 소화할 수 있지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적인 학생에게는 너무 어려워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최수일 수학교육포럼 대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최수일 수학교육포럼 대표는 ‘영재학교의 AP 등 전문과목의 대학 선행 정도는 기초교양과정 수준을 넘지 말아야 하며, 현재 편성된 전문과목 중 대학 2∼4학년 전공과목에 해당하는 것은 삭제하고, 일반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심도 있고 폭넓게 운영하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 대표는 ‘영재학교 졸업생이 연계성이 없는 일반 종합대학은 지원하지 못하게 하고 5개 과학기술대학으로 진학하여 교육의 연계성을 담보해야 한국의 과학영재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재교육은 공교육이 담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학생들에게 미래 전공과목을 연구할 수 있는 흥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되어야 진정한 영재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지, 지금처럼 일반 종합대학인 서울대와 연고대 진학을 위한 대치동 영재교육이라면 한국의 과학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 

영재교육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국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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