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새로운 유학을 꿈꾸며

   
 

유학은 자랑 삼아 한 번쯤 시도해 보는 그런 소일거리가 아니다. 막대한 돈과 귀중한 시간이 투자되고, 자녀 혹은 가족이 일정기간 서로 떨어져 살아야 하는 일생일대의 모험이다. 따라서 자녀를 글로벌시대에 경쟁력 있는 인재로 키우겠다는 확실한 목표와 계획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요즘의 유학 추세도 새로운 모색 단계에 접어든 것 같아 다행스럽다. 지난 2000년대 불던 조기유학 바람이 막연히 어학 실력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21세기형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 어학연수나 여행경험 쯤을 쌓겠다는 식의 유학은 이제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다. 좀 더 큰 그림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의 꿈과 도전의 행보여야만 한다. 이 같은 긍정적 추세는 그동안의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단순 ‘어학 연수’를 뛰어 넘어 ‘글로벌형 인재 교육’에 나서야 할 때라는 학부모들의 위기의식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학생들을 연령대로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어릴 적 일찌감치 유학에 나서는 초등학생들의 조기유학 그룹, 둘째 중·고등학교 무렵에 유학 길에 오르는 청소년유학 그룹, 그리고 외국 대학에 편입학하거나 대학원 이후의 진로를 위해 가는 성인유학 그룹 등이다.

무엇이 더 좋고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는 하기 힘들다. 저마다의 상황이나 계획이 모두 다르고 그에 따른 로드맵도 달리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국의 유학생 숫자는 23만명에 이르며, 유학생 수로는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문득 한가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바로 한국의 특이한 교육현상 중 하나인 재수·삼수생의 문제다. 이들 재수생 숫자는 한해 13~14만명에 이른다. 수능 응시자 62만여 명중 20%가 넘는 비율이다. 특히 교육환경이 좋은 강남구 소재 고교의 경우 졸업자의 76%가 재수를 한다고 한다.

이들은 매일 같은 공부만을 반복한다. 진학 준비가 덜 되어 1~2년쯤 더 준비하는 기간 쯤으로 이해를 하고는 있지만, 젊고 유능한 젊은이들이 오로지 대입 시험에만 1~2년씩 매달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다.

미국 입시에는 재수라는 개념이 없다. 입시에서 불합격한 학생이 “귀 대학에 내년에 다시 지원해도 되느냐?”고 물을라치면 어김없이 미국 대학들은 “커뮤티니 칼리지에 입학한 뒤 편입학을 하지 그러냐”며 의아해 한다. 편입학 혹은 다른 대학 졸업 후 자기네 대학원에 와도 되는데 왜 그러냐는 식이다.

미국의 입시에선 지원자의 성적뿐 아니라 지난 몇 년간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리뷰를 한다. 그런데, 지원자가 단순히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재수, 삼수로 시간을 보냈다면 달가워 할 리가 없다. 이는 단순히 시험 점수로만 지원자를 평가하지 않는 미국의 입시 문화에 기인한다.

필자는 여기서 한국의 재수생들에게 다소 공격적인 제안을 하고 싶어진다. 재수하지 말고 곧바로 미국 유학 길에 나서라는 것이다. 재수를 하는 동안 차라리 미국에 가 △어학연수 △조건부 입학 △패스웨이 프로그램 중 한 곳을 통해 자기계발을 하는 게 훨씬 더 낫다는 판단이다.

물론 이 방법이 모두에게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후에 유학을 꼭 갈 계획이거나, 지금 당장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거나, 부모님이 유학 경비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여유가 되는 경우 등 조건이 맞아야 한다.

2년 전, 재수를 하려다 말고 미국 대학에 곧장 도전했던 A군의 성공 사례를 들어보자. 강남 모 고교 졸업생인 A군은 입시에서 고배를 마신 뒤 “재수를 하느니 차라리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미국 대학에 직접 가라”는 부모님의 과감한 권유로 곧장 미국 유학에 나섰다.

학교 성적 중간수준에 토플 점수 90점대를 받았던 A군은 뉴욕 주립대 등 여러 곳으로부터 합격장을 받았다. 그는 “친구들이 재수를 하는 동안 미국이라는 새 환경에 도전하는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처럼 경우에 따라서 공격적인 유학 전략을 세워 볼 필요가 있다. A군은 미국 정규 대학에 직접 도전해 성공한 경우이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앞서 말한 어학연수, 조건부 입학, 혹은 패스웨이 입학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무엇이 걱정인가.

이들 프로그램은 미국 대학들이 정규 과정에 지원하는 유학생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준비 코스들이다.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중요한 것은 도전해 보겠다고 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이다.

- 제프리 전 <Washington Education Group Editor, www.WEduGrou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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