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다

   
 
정철상 부산외대 취업전담교수는 인재개발연구소 대표이자 취업진로강사협회 명예회장이다. 2년 넘게 <나침반 36.5도>에 연재를 하고 있으며 저서로 '커리어코치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했던 남자', '가슴뛰는 비전', '청춘의 진로나침반' 등 다수가 있다. 학생들의 진로 및 취업관련 부문에서 한국 최고의 명강사이자 저자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 입사에 모조리 실패했던 젊은 날의 나는 결국 중소기업에 취직을 했었다. 거기서 이런저런 어려움에 맞닥뜨리고 그것을 해결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며 내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중소기업에서 다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경우는 거래처와의 관계가 가장 어려웠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소위 ‘을’의 입장이다 보니 큰소리 한번 치기가 어려웠다. 직급이 올라가도 대기업 대리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상대적 위치가 낮은 입장이라 굴욕감을 느끼기도 했다. 기존 거래 선을 유지하는 편한 일만 하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거래처까지 개척해야 했다. 또 어떻게든 매출을 끌어와야 했다. 대기업들은 신문이나 방송에서빵빵하게 광고를 때리는데, 내가 다닌 작은 기업에서는 그 흔한 인터넷 광고조차 여의치 않았다. 경쟁사와 차별화되려면 제품 기술력이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그런 기술력도 전혀 뒷받침되지 않았다.

규모가 작은 영세 기업이라 차량이나 교통비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했다. 그나마 몇 푼 안 되는 경비 정산도 일일이 사장에게가서 직접 보고해야 했다. 신입 사원이 회사 오너와 대면한다는 건 여간 껄끄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컴퓨터가 고장 나고회사 비품이 떨어져도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사무실 환경도 좋지 않았다. 통풍이 잘 안 되고 냄새 나는 비좁은 오피스텔이어서 매일 출근할 때마다 내 처지가 한탄스럽고 부끄럽기만 했다. 그래서 사표를 늘 품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내게 얼마나 광범위한 기회가 주어져 있는지를. 영업 개척, 고객 관리, 내부 업무 프로세스 개선, 새로운 프로젝트 수행 등 내가 속한 조직에서 내가 할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했다. 눈을 조금만 크게 떠보니 이전엔보이지 않던 많은 것이 보였다. 그러면서 또 하나 깨달았다. 어떤 직장에 다니든 중요한 건 나 자신의 태도라는 걸.

그때부터 나는 ‘한번 해보자!’는 태도로 모든 일에 임했고,생각지도 못한 스스로의 변화를 경험했다. 일단 작은 조직이라겸손함을 가장 먼저 배울 수 있었다. 생존해야 했기에 절실함을 익혔고, 불안정했기에 절박함을 가질 수 있었다. 잡다하다 싶을만큼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앞으로 어떤 직무든 수행할 수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더불어 어디서나 적응하고 변화할 수 있는 변화수용력을 배웠다.

큰 조직에서는 불가능한 경험도 해봤다. 사실 대기업에서는 경영자를 가까이서 보기도 힘들고, 조직 전체를 바라보기도 힘들다. 그런데 내가 있던 작은 조직에서는 경영자의 잘잘못과 성과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자 조직 전체의 구조적 문제점이 한눈에 들어왔고, 개선점을 찾아내 적용해볼 기회도 생겼다. 큰 조직이었다면 한 사람의 이 같은 역량이 빛을 보기 어려웠겠지만, 작은 조직이었기에 금방 빛을 볼 수 있었다.

이 모든 건 대기업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었을 배움과 혜택들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익숙하지 않은 수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때면 힘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천천히 하나씩 해냈고 스스로 생존해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때의 경험과 깨달음 덕분에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살아남았다.

대기업을 높이 평가하고 중소기업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기성세대보다 더 영리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갖춘 청춘들이 생각을 먼저 바꿔보는 건 어떨까. 사회구조적 인식 변화를기다리면서 거기에 이끌려 다니지 말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할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거침없이 도전해보는 거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경험에 비춰 단언컨대 중소기업에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고,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대기업이 최고’라는 인식의 틀을 깨는 순간, 더 큰 성장의 기회가 열리면서 행복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가 있을 것이다.

물론 원하는 길로 계속 가도 된다. 그러나 삶의 길은 하나뿐이아니다. 등산할 때를 생각해보라.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갈림길이 펼쳐져 있다. 많은 사람이 다녀서 탄탄하고 안정적인큰 길도 있고, 사람들이 자주 가지 않는 좁은 길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길들여진 길로 갈 것인가, 나만의 길로 선회해볼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자 자유지만, 하나 생각해볼 것이 있다. 가보지 않은 작은 길에서 뜻밖의 즐거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실제로 나는 북한산에서 작은 길로 잘못 접어들었다가 길이 없는 벼랑 끝을 기어가면서 죽을 고비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 경험 덕분에 이후에는 어떤 등산도 어렵지 않게 됐다. 내게는 대부분의 직업 전환 경험이 그랬다. 좋은 적도 있었고 안 좋은 적도 있었으나,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길로 접어든 덕분에 지금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당신이 만약 꽃이고,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해보라. 따뜻한 집 안에서 보호받으며 길들여지는 꽃이 되고 싶은가, 비바람 몰아치는 불안정한 야생 환경에서 강인하게 자라는 꽃이 되고 싶은가. 정답은없다. 오직 스스로의 가치 판단에 달려 있다. 다만 잊지 말아야할 점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과 ‘영원한건 없다’는 사실이다. 물과 온도가 적절하게 유지되는 보호받는 환경에서 자란 꽃에게 어느 날 갑자기 그 모든 조건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다면 얼마 못 가픽 쓰러지고 말 것이다.

그렇게 사라지기엔 당신은 아직 젊다. ‘청춘’이라는 열정적 시기에 안정적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며 달콤한 오늘에 취해있기엔 그 젊음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오늘 당장의 편함과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더 나은 내일의 모습을 그려보자. 그러면 당신이 지금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해질 것이다.

-출처: 도서 <따뜻한 독설> 중에서

 

   
 

커리어코치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
Ⅰ정철상 저
Ⅰ라이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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