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 청구고 교사 "행복교육은 한국교육의 시대적 사명"

잘못된 교육과정이 학교 교육의 위기를 가져오는 가장 중대한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교육과정은 교육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해하고 언급하기 까다로운 분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교육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과정 개선이 우선돼야 하며, 교육과정에 대한 학부모의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여러 기사를 통해 교육과정 문제를 다뤄온 본지는 '교육과정' 카테고리를 신설해 교육과정과 관련한 여러 현상과 문제점을 심층진단하고, 교육과정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학교와 행복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노력을 지면에 소개할 예정이다. 첫 기사로 청구고 이동우 선생님의 글을 싣기로 한다.  

 

   
▲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정기총회에서 교육과정 연구 자료를 발표하고 있는 이동우 교사(사진 좌) <사진=에듀진>

오늘날 우리나라의 많은 고등학교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교육과정의 왜곡 및 황폐화’에 있다.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는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등 각종 법령,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고시하는 국가 및 시도교육청 수준 교육과정에 근거해, 창의·인성·진로교육 등 학교 실정에 적합한 특색 있는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하도록 돼 있다.

   
▲ 이동우 교사(대구 청구고)

지금까지 국가수준 교육과정 및 시도교육청수준 교육과정은 계속 바뀌어 왔지만 일선 학교에서 이들 교육과정에 관심을 갖는 교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오히려 ‘교육과정이 바뀌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그동안 계속 반복해온 핵심요점 정리 참고서나 수능대비 5지선다형 문제집으로 수업과 평가를 무한반복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배움의 공동체 등 여러 교육단체에서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고 강조하듯, 실제 모든 학교교육정책의 궁극적인 귀결점은 바로 교실 수업과 평가의 질적 변화에 있는데도 말이다. 

정부에서 창의·인성교육과 진로교육 활성화를 위해 아무리 많은 재정과 인력을 투입하더라도, 고등학교 현장의 많은 교사들의 이러한 생각과 행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아직도 고등학교 현장의 많은 교사들은 지식암기형, 지식주입형, 교사주도형, 찍기문제풀이 무한반복형 수업과 평가를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활동하는 곳은 바로 수업 현장이다. 학생들이 수업 현장에서 즐거움과 기쁨, 성장과 보람을 느끼고 찾지 못한다면 행복교육, 행복학교를 논하기는 힘들다.

①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한 대입전형 제도
고등학교 교육의 위기가 발생하고 심화되는 원인은 가장 먼저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한 대입전형 제도'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교육정책의 제1목표로 ‘창의·인성교육’을 내세우고 많은 투자를 했지만 ,전국 대부분의 일반고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과 평가를 변화시키지 않았고, 따라서 학교의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못했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대입간소화 정책’에 따라 수시전형에서 수능시험을 제외하거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하는 등 수능시험의 반영비중을 낮추는 대학에 재정적 지원을 추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소재 대학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감지되지만, 나머지 지방 소재 대학에서는 그 변화의 속도가 현저히 느린 상황에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수시도 결국 수능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수시 전형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결국 수능시험에서 '대박'이 나야 하므로 학력향상을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여전히 지배적이다.

특히, 아직도 수능·정시전형·배치표 중심의 수업·평가와 진학지도를 고수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창의·인성·진로교육과정을 연구·개발·운영하는 데 심각한 방해와 저항을 받기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실정에 있는 학교들이 많다.

② 잘못된 내신성적 평가제도
고등학교 교육에서 위기가 발생하고 심화되는 두 번째 원인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만드는 '잘못된 내신성적 평가제도'에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고등학교 내신성적 평가제도는 ‘공동평가제’를 유지하고 있다. 공동평가제란 동학년에서 동단위수로 편성된 동과목을 담당하는 교사가 2인 이상일 경우, 해당 과목을 이수한 재학생들의 성적(원점수, 평균, 석차, 석차등급 등)을 함께 산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런 제도 아래 지금까지 해 왔던 수업과 평가 방식을 고수하며 남은 교직 생활을 편하게 보내고 싶어하는 선배교사들, 그리고 수능·정시·배치표 중심 교육체제를 공고히 유지해 기존에 누려온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교사들은 교육과정 중심의 창의·인성·진로교육을 실천하고 싶어하는 후배교사들을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들은 선후배 교사들 간의 권력관계 또는 집단 대 소수의 힘의 차이 등을 동원해 자신들이 유지해온 편리한 수업방법과 평가방법에 따르도록 동화시킨다. 이런 교직사회의 풍토 속에서 교육과정 중심의 수업과 평가를 실천하려는 교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③ 교사들의 도덕적 해이 및 교사들의 이해관계
세 번째 원인은 남은 교직생활을 편하게 보내고 싶어하는 교사들의 도덕적 해이와 수능·정시·배치표 중심 진학체제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이해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5지선다형 찍기시험으로 출제되는 수능시험을 선호하는 교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수업과 평가에서 지식암기형, 지식주입형, 교사주도형, 찍기시험 문제풀이 무한반복형 수업과 형식적인 수행평가 등 자신이 그동안 해 왔던 방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교사들이다.

해당 교사들은 그동안 수능시험을 이유로 자신들이 편하게 유지해온 수업과 평가 방식을 절대적으로 유지하고 싶어한다. 특히 정년이 보장된 정교사들은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한층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기존의 수능·정시·배치표 중심의 진학 체제는 남은 교직생활을 편하게 보내려는 교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추구하는 이해관계를 유지하기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배치표를 무기로 끊임없이 학생, 학부모, 대학 등 교육주체들 위에서 군림하고, 나아가 학교 전체를 장악하려는 전통적인 진학업무 담당교사들과 공식·비공식적으로 연대해 많은 고교 현장에서 교육과정 황폐화에 앞장서고 있다. 

④ 자사고를 비롯한 평등교육의 균형 붕괴
마지막 원인은 수월성교육과 평등교육의 균형 붕괴에 있다.

바람직한 교육은 학생 각자의 소질과 적성을 존중하고, 잠재력을 포함해 각자가 간직한 재능을 최대한 발현시켜주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실제 고교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일반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등 다양한 고등학교 유형이 필요한데, 그동안 우리 교육 체제에서는 ‘자율형 사립고’가 등장하고 확대되면서 고등학교 유형이 수평화되지 못하고 수직화되는 결과로 귀착됐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의 사례처럼 관내에 수십 개에 달하는 자사고가 등장한 경우, 일반고와 특성화고에 자사고 진학에 실패해 자괴심과 학습무기력 등 부정적 정서와 태도를 가진 입학생들이 대거 입학하게 되면서 심각한 교실붕괴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수월성교육’과 ‘평등교육’의 조화를 찾아야 하고, 학생들이 수평적이고 다양한 고등학교 유형 가운데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적합한 고등학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학생의 꿈과 끼, 즉 진로와 재능을 키워주는 행복교육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면서 흥미, 몰입, 성장, 보람을 얻고 느낄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런 교육이 진정한 행복교육이고 이러한 교육을 실현하는 학교가 행복학교이다.

학교를 행복교육이 이루어지는 행복학교로 만드는 것은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할 시대적, 사회적, 국가적 사명이자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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