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와 다양성 추구, 학교 규칙 매우 엄해

   
 

미국 교육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최고 학부인 하버드를 나온 학생이라고 해서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면 학교 교사를 평생 했다고 해서 더 잘 알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 누구도 미국 교육을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미국 교육은 우선 방대한 교육 규모에서 나온다.

3억명이 넘는 미국의 인구중 유아원(Pre-school)에서 유치원(Kindergarten)·초·중·고교(Secondary School), 대학(원)(College/University), 전문 직업학교(Vocational School)에 이르기까지 등록돼 있는 학생의 숫자는 7,600만명선이다. 미국 인구 4명중 1명 꼴로 학생인 셈이다.

올해로 12년째 미국교육 현장을 뛰어다닌 필자에게 미국 교육을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고 한다면 유감스럽게도 "정답이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미국내 유치원에서 초·중·고교, 대학·대학원을 누비고 다니면서 미국 교육에 대해 껍질을 벗기듯 나름대로 해부해 보고자 했으나 솔직히 그 방대한 학제와 다양한 프로그램에 놀라고 기(氣)만 죽었을 뿐이다.

숫자를 한번 보자. 현재 미국내 각급 학교별 숫자는 공립학교가 9만8,000여개, 사립학교 3만1,000여개, 4년제·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를 포함한 대학 수는 총 4700여개에 이르고 있다. 특히 가정에서 영어외 타 언어를 사용하는 K-12학년(5-17세) 이민자 학생 수는 총 1천120만명으로, 전체 5330만명중 약 21%에 달한다.

데이스쿨, 헤드스타트, 프리킨더, 널서리스쿨 등 소위 조기교육 프로그램들에 참가한 3-4세 아동의 비율은 50%대로 꾸준히 늘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대학 입시에 영향을 받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조기교육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에 처음 오면 느끼는 것이 우선 미국 학교만이 갖고 있는 낯선 풍경과 규정들이다. 이것들은 미국 교육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을 허비하도록 만든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등·하교길 노란색 스쿨버스가 정차해 있다면 인근의 모든 승용차들이 '꼼짝마(Freeze)'자세로 스톱해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스쿨버스 뒤편의 차 뿐 아니고 맞은 편 차선의 차들까지도 모두 제자리에 서야 한다. 학생들의 보행안전 때문이다. 혹시라도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는 학생이 위험할 수 있기에 취해진 룰이다. 그 규정을 잘 몰라 엉겹결에 정차해 있는 스쿨버스를 추월했을 경우 누구라도 몇 백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벌금과 최악의 벌점을 각오해야 한다.

또 한가지, 자녀가 좀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 가정에는 영재 학급이나 영재 프로그램에 왜 보내지 않느냐는 편지가 학교 당국으로부터 자주 날아든다. 그저 칭찬을 입버릇처럼 하는 미국인들의 사고 방식 때문인가? 부모도 잘 모르는 사실을 왜 학교가 나서 호들갑일까? 이 물음은 미국의'똑똑한 아이는 더 가르치자'는 교육철학을 이해하게 되면 풀리게 된다.

미국 학생들은 한번 시험을 망쳤더라도 추가로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고등학교에선 그리 많지 않지만 초·중학교에서는 과제물을 더 내줘 엑스트라 크레딧(Extra Credit)을 주는 것이 상례다. 또 고등학생이 수강하려는 과목이 학교에 개설돼 있지 않을 때는 인근 대학에 등록, 개인적으로 학점을 이수할 수 있도 있다. 하려고 하는 아이들에게는 이중 삼중으로 기회를 부여하는 게 미국 교육이다.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도를 살펴보자. 학부모들은 PTA(사친회)라는 모임을 통해 학교 봉사에 적극 나서는 한편 기금을 모아 학교 재정을 돕는다. 왕따(Bullying), 약물(Drug & Alcohol)등 학내 문제를 논의하고, 어떤 때는 교사를 직접 선택하는 막강한 파워를 발휘한다.

이밖에 미국 교육을 설명하는 말로 '다문화(Multicultural)를 추구한다' '다양성(Diversity)이 곧 힘이다' '학교 규칙(Rule)이 아주 엄하다' 등을 꼽는다.

결론적으로 미국 교육은 미국 문화와 정서, 철학, 정치, 미국인들의 삶이 한데 어우러져 이루어진 복합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서두에 "정답 없음"이라고 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다양하다는 말은 답이 없다는 말과 통한다. 그나마 큰 줄기를 잡아 미국교육을 정의해 본다면 다양성(Diversity)과 능력별 수업(Ability grouping)이라고 말하고 싶다.

제프리 전 / Washington Education Group Editor, www.WEduGrou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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