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성의 '우등생보다 스마트엘리트'

   
▲ 화단을 함께 가꾸는 선생님과 제자들 <사진 제공=서귀포 남원중>

새 학기가 시작될 즈음, 아이들보다 더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선생님들일 것입니다. 새로운 반 편성, 수업준비, 그리고 학교에서 시행하는 새로운 정책으로 부과되는 업무 등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넘쳐납니다.

아마도 개학 일에 천진하게 눈을 깜빡이며 선생님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선생님의 고된 준비와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고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어떤 학생들은 제 나름대로 누구누구 선생님에게 배웠으면 좋겠고, 누구누구 선생님은 무서워서 싫다는 둥, 선생님의 숨은 정성을 단번에 폄훼하는 말들로 웅성입니다.

만약 학생들의 이런 행동에 익숙하지 않은 선생님이라면 자못 큰 배신감의 상처에 힘들어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런 말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교사의 본분이라 할지라도 선생님의 마음을 몰라주는 학생들로부터 느끼는 인간적인 비애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선생님의 입장에서도 학기 초 우리 반에 소속되었으면 하는 학생이 떠오르고, 좀 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학생이 떠오른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만약, 학생들 또한 선생님의 속마음이 이렇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요?

이런 경우라면, 선생님이 꺼려하는 아이들이 느끼는 인간적인 비애는, 아마도 교사의 그것보다 더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들도 새 학기에는 어떤 선생님과 함께 하게 될지, 그 염려로 마음이 조마조마한 상태에 놓이는데요. 이 스트레스 상태는 교사로서 새 학기를 준비하는 긴장감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 꺼려하는 선생님이라도‘앞으로 나를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되고,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학생들이 앞으로 좋든 싫든‘내 말 잘 따르고, 공부 열심히 하는 아이들로 탈바꿈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데요. 선생님과 아이들의 이러한 엇갈린 기대를 좁혀나갈 방법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이 엇갈린 기대를 좁히는 데는, 선생님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줌으로써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기대하는 대부분은 선생님에 관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아이러니컬하게도 아이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때, 비로소 선생님의 기대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활동을 선생님이 주도하기 때문에, 선생님 스스로의 행동을 아이들의 기대에 맞춰나갈 때 아이들도 선생님의 기대에 성큼 다가오게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충족될 때 학교생활에 더 흥미를 느끼고 학업에 더 집중한다는 사실은 과거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선택권이 많지 않았던 교육환경에서는 교사의 권위나 학문적 우월성으로써 아이들이 해야 할 것을 지시하는 것으로 충분했으니까요.

현대는 학교의 권위가 약화되고, 새로운 학습도구를 활용하는 교육기관이 등장했으며, 학습자의 특성과 요구도 다양해지면서 더 효과적인 교수법의 개발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문제가 없는데 아이들이 따라주지 않아서 불가능하다라는 말은, 이제는 오히려 아이들의 기대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진정 변화되기를 기대한다면, 먼저 선생님이 변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아이들과 선생님의 엇갈린 기대에서, 선생님이 먼저 그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관건이 되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일선 학교의 선생님이라면, 아이들이 내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귀 기울일 때이고, 그 기대를 위해 어떤 변화된 행동을 보여줘야 할지 연구해야 합니다. 아이들에 대한 여러분의 기대가 실현되기 위해서 말이죠.

그렇다면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기대하는 것은 과연 어떤 것들일까요? 우리 성인들도 짐작하기 어려운 특별한 것들이기 보다는, 비교적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 기대들은 인격적으로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하고, 삶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특히 학생들에게 성적과 무관하게 차별 없이 대해주며, 서툴러도 학생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아이들은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선생님보다, 훌륭한 성품을 가진 선생님에게서 더 많이 배운다’는 에릭 젠센(Eric Jensen)의 경구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무조건 스펙 좋은 선생님, 혹은 공부를 덜 시키는 선생님을 기대하려니 짐작했지만, 오히려 인생의 멘토로서 이끌어주는 선생님을 기대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결과에 사뭇 놀라움마저 느끼게 됩니다.

학습과 관련해서는 선생님이 새로운 교수법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것, 수업을 재미있게 진행하는 것, 그리고 수업시간 이외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개별지도를 친절하게 해주는 것 등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아이들 스스로도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것을 선생님이 도와 줬으면 하는 바람을 엿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아이들의 기대를,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선생님의 교육방식을 가지고 괜한 핑계를 대는 것쯤으로 간주해서는 곤란합니다. 행복한 교실을 만들고, 아이들이 학업에 흥미를 가지고 노력했으면 하는 선생님의 기대에 대한 열쇠는 바로 아이들에게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관리해야하는 현실에서, 여건 상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이들의 기대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선생님을 향해 있고, 또 선생님만이 그 기대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건이 좋지 않아도, 그 기대를 들어주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선생님을, 아이들은 스승이라고 믿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송민성 님은 모티베이터, 작가강사, 교육컨설턴트, CS리더십 전문가, 서울디지털대학교 학생지원팀장으로 일을 하면서 <나침반 36.5도>와의 인연으로 진로교육에도 참여하여 학생과 학부모 강연도 열정을 다해 참여해주고 있습니다.

저서: <비하인 더 커튼(Behind the Curtain)> (연경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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