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샘의 교단일기

   
 

어떤 경우

이문재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15년 9개월의 경력이 된 국어교사입니다.

   
▲ 강원사대부고 김현진 교사


고난의 길을 지나 그토록 바라던 교사가 된 선생님을 축하합니다. 지금은 신규교사 직무연수를 받고 계실 테고, 아마 연수 중에 발령을 받는 선생님도 있겠죠? 아마 연수 내내 설렘과 기대 그리고 두려움으로 정신없는 나흘이 지나갈 것입니다.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요? 무엇을 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요?

先生님. 한자를 풀어보자면 '먼저 살았던 님'이란 뜻입니다. 여기서 님은 애정의 대상이란 뜻보단 존칭의 의미로 보는 게 맞겠죠? 즉 선생님의 뜻은 '먼저 살았던 선배' 정도면 적절하지 않을까요?

요즘 사범대나 교대에 가는 학생들의 입학 성적은 매우 높습니다. 선생님도 그런 사람의 하나겠지요? 예전엔 그런 우수한 성적으로 사대나 교대에 기를 쓰고 가려 하진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에서 그렇게 뭇매를 맞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대와 교대의 인기는, 그리고 교사임용시험의 인기는 식을 줄 모릅니다.

아마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직업의 안정성이 큰 원인이 아닐까 하네요. 서설이 길어졌네요. 지금부터 제가, 그 어느 학교에 푸르르게 새내기 교사로 나아갈 선생님께 감히,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선생님, 빨리 하려 하지 마시고 무엇을, 왜, 어떻게 하려 하는지를 고민하십시오.

'빨리'라는 부사어는 사실 학교와 어울리지 않는 말입니다. 사람을 가르치고 그 결과가 빨리 나온다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교실에 30명의 학생이 앉아 있다면 그 곳은 30개의 행성이 있는 하나의 작은 우주입니다. 우주의 행성은 자기의 리듬에 따라 움직이죠.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앉아 있지 못하는 것도, 끊임없이 뭔가를 낙서하는 것도, 무기력하게 잠만 자는 것도 다 까닭이 있습니다. 그러한 눈에 보이는 결과를 선생님의 무능 탓으로 돌리며 무기력해 지지 말아주세요.

결과만 놓고 보면 학교는 참 무기력할 때가 많은 곳입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맥락, 즉 왜 앉아있지 못하고, 왜 무기력하게 잠만 자고, 왜 수업 시간에 낙서만 하는지의 맥락을 알기 위해 1/10이라도 고민한다면 이해받지 못할 학생은 없을 겁니다.

이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학생을 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사색이 필요하며, 이에 도움이 되는 것이 공부입니다. 공부는 연수와 다릅니다. 연수에 가서 상담기법을 배워 바로 학생에게 적용하는 우를 범하기 보단, 교사인 내가 학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나만의 생각과 철학을 정리하실 것을 권해봅니다.

학급은, 학생들은 매뉴얼과 기법으로 이끌 수 있는 대상은 아닙니다. 선배 교사에게 빠른 길을 묻지 마시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고 선배와 함께 얘기하십시오.

조금 더 용기가 생기면, 선배와 함께 독서 모임도 만드시고 함께 학습하는 모임도 만들어 보십시오. 임용시험 준비할 때 그룹 스터디 많이 하셨을 텐데, 그 틀을 동료 교사와 함께 교사의 자기 성장을 돕는 공부 모임으로 전환시키는 신선함을 뽐내 보시기를 권합니다.

선생님, 맛있는 커피와 좋은 공연 그리고 해외여행 얘기를 너무 많이 하지 말아 주세요. 교사란 직업은 우리 사회에서 부러움과 동시에 '멸시'의 대상입니다. 그렇게 교사를 우습게보아도, 학부모들은 본인의 자녀가 안정된 급여와 방학이 있는 교사가 되기를 갈망합니다.

참 이상하죠? 우습게 보는 직업을 자녀가 선택하기를 바라는 것이 말입니다. 왜 교사는 우스움의 대상이 됐을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원인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우리, 다시 말하자면 저를 포함한 선배교사들의 책임입니다. '교사다운 전문성'을 놓친 것이 그것이죠.

교사다운 전문성이란, 제가 생각하기에 '최고의 교사, 잘 가르치는 교사, 예상 문제를 잘 짚는 교사'란 의미가 1순위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교사의 시각'으로 보고 교사답게 해결하는 것입니다.

교사의 시각으로 교사답게 해결할 수 있도록 교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하면 늘 유지하고 또 더욱 성장시킬지를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맛있는 커피와 좋은 공연, 그리고 해외여행의 이야기에 '교사의 이야기'가 밀려난다면 후배 선생님들도 또 다시 멸시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 학교엔 참 약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 학생들을 그저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거나 뭔가 일방적으로 해주시려 하거나, 아니면 없는 존재로 여기거나 하지 마시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부터 시작해 주세요.

약함도 그 아이의 자기다움일 수 있습니다. 약한 것을 강한 것으로 만드는 것만 '선'이 아니라, 약함과 강함이 적절히 어울릴 수 있는 교실이 더 역동적이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항상 성공의 경험만 누려야 한다는 좋은 교사 콤플렉스에 빠지지 마시고, 실패를 하더라도 그 실패를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먼저 살아본 선배'가 되는 노력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한겨울에도 내리지 않는 함박눈이 펑펑 내립니다. 생각지 않던 낯섦이 주는 신선함처럼, 학생들에게 낯섦과 마주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시는 선생님이 되기를 바라 봅니다.

다시 한 번 선생님을 환영합니다.

고된 길을 지나 교사라는 세계로 오신 선생님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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