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성의 '우등생보다 스마트엘리트'

   
 

한 중환자 병동에 심한 화상을 입고 생사의 기로를 헤매는 십대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원봉사를 나온 대학생이 붕대를 칭칭 감고 누워있는 이 소년을 보고, 나이에 맞게 중학교 2학년 과정에 해당되는 영어 과목의 동사 변화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소년이 알아듣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이 자원봉사자는 며칠 동안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의사들이 회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진단을 내렸지만, 뜻밖에도 이 소년의 상태가 점점 호전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몸도 가누지 못했던 소년이 일어나고, 몇 주가 지나면서 점점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믿기지 않는 회복이 궁금했던 의사의 질문에, 소년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사실은 저도 가망이 없다고 스스로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떤 형이 다음 학기 영어시간에 배울 내용을 가르쳐주기 시작했어요. 그 형은 제게 “다 나아서 학교에 돌아가면 이것들을 알아둬야 공부에 뒤떨어지지 않을 거야” 하고 얘기했죠.

그때 저는 확신했어요. ‘아! 의사선생님들이 내가 나을 수 있다고 판단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음 학기 영어 과목을 가르쳐 줄 리가 없지!’ 그때부터 저는 희망을 갖게 되었고, 빨리 나아서 학교에 가고 싶다는 소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드라마틱한 상황을 보고 어떤 감흥을 느끼셨나요? 언제나 있을 법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에게 무엇인가 뭉클한 울림을 주는 것은 틀림없는 듯합니다. 과연 이 소년이 놀랍게 회복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또, 이 자원봉사자의 우연치 않은 행동이 왜 소년의 상황을 바꾸어 놓을 수 있었을까요? 여러분도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그것은 바로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이 자원봉사자의 우연한 행동은 단지 '가르쳐준다는 배려'가 아닌, '희망을 얘기한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도 매일매일 계속해서 말이죠.

만약 이 자원봉사자가 소년의 절망적인 상태를 알고 오히려 위로의 말만을 전했더라면, 그런 기적적인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희망'이란 것은 누구에게나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변모시키는 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 우리 학교 교실에서도 매일매일 일어난다면 어떨까요?

우리 학생들이 이 소년과 같이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있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학교수업 전반에서 학생들이 희망을 느끼고, 사소한 것에서도 누군가로부터 희망의 메시지를 받고, 학생들 스스로도 자신에게 희망찬 말을 되뇌는, 바로 그런 일들이 학교 교실에서 매일 일어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긍정적인 기대감이 형성됩니다. 그래서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싶어 하고 더 적극적인 태도로 변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스트레스도 극복해 보려 시도하게 되죠. 같은 난이도의 과제라도, 희망을 북돋아온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더 잘 수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을 희망으로 자주 북돋게 되면, 몸과 마음이 매우 안정적인 상태로 바뀌게 됩니다. 학생들은 현실에서 자신이 불완전하고 나약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엇인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희망은 자신이 앞으로 얼마든지 실패해도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이것은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칠 때, 튜브와 같은 안전장치와 흡사합니다. 나중에 아이는 튜브가 없어도 위험한 물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수영을 시도하게 되죠. 그렇다면, 이렇듯 마법 같은 일들이 우리 학교 교실에서도 일어나게 만들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교교실에서 학생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것'을 가능케 할 사람은 바로 '선생님'입니다. 학생들끼리 혹은 학부모가 도울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선생님이 직접 희망을 얘기할 때 그 몇 배의 효과를 가지게 합니다.

물론 학생들에겐 '희망'이란 것을 다른 누군가로부터, 혹은 책에서 더 많이 접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얘기해주는 것만큼 실질적이고 강력한 것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인생 성공으로 가는 가장 정통한 신호등이자 이정표가 바로 선생님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선생님은 학생 스스로가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을 매일매일 확인해줄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일선 학교의 선생님이라면, 학생들에게 학업성적을 얘기하는 것만으로 희망을 북돋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반면에, 이미 학생들에게 희망을 북돋는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면, 그것과 관련된 나의 행동은 어떤 것들이며 또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얼마나 빈번하게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학생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복잡해지고, 학습환경도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학생들의 직간접 환경에 해당하는 학업능력, 소득수준, 가정환경뿐만 아니라, 특히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장애와 같은 심리기재 등도 교육방식의 차별화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학생들에게 획일적이고 추상적인 메시지로 희망을 전달하기보다 학생들 각각의 수준과 능력에 맞추어서 희망을 북돋는다면 더 효과적일 수 있는데요. 아래에 소개하는 행동 목록은 학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희망을 불어넣을지 착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매일 긍정적인 말을 한다(말로도 하고 포스터를 만들어 교실 벽에 부착한다).

▷학급의 모든 학생들을 잠재된 재능을 가진 존재로 대한다.

▷학생들의 단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학생들의 단점이 있다면 잘하도록 가르쳐준다.

▷학생들에게 희망을 말하게 하고, 그 희망을 강화시키는 피드백을 한다.

▷학생들에게 성공할 수 있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해 준다.

▷필요한 학습 자료를 제공한다(학용품, 컴퓨터 사용 등).

▷학생들이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 준다.

▷학생들과 연관성이 있는 인물의 성공담을 들려준다.

▷학생들이 필요로 하면 언제나 도움을 주고 격려하고 보살펴 준다.

▷일상의 사소한 문제를 처리하는 기술들을 가르쳐준다.

▷학생들의 학습·정서·사회적 자산을 키워준다.

*출처=수업혁명1(Teaching with Poverty in Mind)

교사의 입장에서는 '희망을 불어넣는 것'의 효용성에 큰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학부모도 그리고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의 성적향상을 원하는 경우가 많고, 교사 스스로도 ‘가르치는 일만으로도 벅찬데 굳이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학생들에게 질책과 꾸중으로써 큰 기대수준을 요구하는 것이 효용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꿈을 먹고 자라고, 꿈을 키우기 위해서는 희망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희망이라는 것은 학생들의 꿈의 높낮이가 제각각이더라도 그 꿈을 이루는 데 꾸준한 힘을 주는 원천이 될 것입니다. 이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은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매일매일 다룰 수 있는 최고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송민성 님은 모티베이터, 작가강사, 교육컨설턴트, CS리더십 전문가, 서울디지털대학교 학생지원팀장으로 일을 하면서 <나침반 36.5도>와의 인연으로 진로교육에도 참여하여 학생과 학부모 강연도 열정을 다해 참여해주고 있습니다.

저서: <비하인 더 커튼(Behind the Curtain)> (연경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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