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뤼크 베송(55) 감독의 최대 장점은 영화를 재밌게 만든다는 것이다. 스토리와 상상력도 기발하지만 오락적 기교와 감각적인 영상미까지 더해지며 대중성을 확보했다.

3일 개봉한 ‘루시’도 이미 북미를 비롯한 세계시장에서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명량’으로 1700만명을 모은 최민식(52)이 첫 해외진출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독창성이 떨어지는 내용은 뤼크 베송 감독이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의 한계를 짐작케 한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지만, 기존의 창작물로부터 받은 영향을 자신의 것으로 온전하게 재조합하지 못했다. 점점 길어지는 영화 추세에 반해 러닝타임 90분으로 지루할 새 없이 흘러가지만, 이것저것 참조한 영상물들이 툭툭 상기되는 것이 걸림돌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리미트리스’(2011)와 ‘트랜센던스’(2014)다. 아일랜드 작가 앨런 글린(54)의 소설을 영화화한 ‘리미트리스’는 원작이 탄탄한만큼 굉장히 개연성이 크다. 인간이 평생 쓸 수 있는 자기 두뇌의 용량이 10%가 못된다는 추론을 바탕으로, 약물로 두뇌의 100%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그린다는 점에서 소재가 같다. 그러나 ‘과학 다큐’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는 뤼크 베송의 ‘루시’는 초능력을 발휘하는 판타지물로 비약한다.

물론 현대과학이 결합한 상상에 바탕을 둔 것으로 만화원작인 ‘캡틴 아메리카’ 같은 SF물에서 소소하게 응용돼온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시킨다는 설정도 나온다. ‘트랜센던스’는 이를 통해 영생과 신적능력을 얻는다는 내용인데, 얼핏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 “나는 어디에나 있다”는 결말에서는 ‘루시’의 타이틀롤인 스칼릿 조핸슨(30)이 컴퓨터 운영체제 역으로 목소리 출연한 ‘그녀’(2013)가 연상된다.

표현기법에서도 최근영화의 영향을 숨기지 못했다. MIT 철학교수 출신 영화감독 테런스 맬릭(71) 스타일도 감지된다. 우주와 지구의 탄생, 공룡이 뛰노는 선사시대까지 사고가 미치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트리 오브 라이프’(2011)의 관념성을 따라간다. 유인원을 갓 벗어난 인류최초의 여자에게 붙여진 ‘루시’라는 이름을 직접적으로 연관시킨 것은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그 유명한 원시인 도입부와 겹친다.

   
▲ <사진제공.뉴시스>

설명과 비유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자료영상을 끼워넣는 식의 무성영화적 표현양식은 라스 폰 트리에(58)의 ‘님포매니악’(2013)을 참고한 듯싶다. 가상 스크린에 흐르는 전자화된 정보는 그 유명한 워쇼스키 남매의 ‘매트릭스’(1999)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어찌됐든 집약적으로 재밌게 만들었고,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 풀이도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한국관객에게 아쉬운 것은 한국배우가 출연하면서 감독의 의도를 온전히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동양인배우를 악당 역으로 기용해 한국어를 사용하게 한 것은 금발의 루시와 대조되는 외모와 단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캐스팅이다.

극중 최민식은 한국어로만 연기하고 그의 졸개로 출연하는 무술감독 겸 배우 서정주, ‘명량’에서 승병으로 출연한 신창수 등이 모두 한국어로 대화하는데,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소통의 부재를 보여주고자 했던 대비가 명확하게 드러날 수 없게 됐다. 비중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최민식 스스로 고백하듯 그의 역할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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