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이들과 대화하는 선생님

   
▲ 강원사대부고 김현진 교사

장면 1.
8교시, 1학년 여학생들과 함께 윤동주의 ‘참회록’을 수업한다. 영화 ‘동주’를 꼭 한 번 보았으면 했더니 며칠 새 본 아이들이 꽤 있다. ‘참회록’과 함께 정지용의 ‘유리창 1’이 함께 교재에 실렸고 ‘참회록’의 거울과 ‘유리창1’의 유리의 의미를 설명하는 문제를 풀 차례.

문제를 풀기보다 윤동주와 정지용의 관계를 더 자세히 설명하던 중 정지용의 월북에 대한 오해와 그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데, ‘월북’이란 단어를 들은 한 아이가 월북의 의미를 친구들에게 뭐냐고 물은 후 그 뜻을 이해하더니 “미친 거 아니야?”라고 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OO아, 화났어?”
“.......”
“샘은 수업 시간에 그런 표현 하는 거 싫어하는데.”
“... 북한으로 갔다고 해서 그랬어요.”
“아, 그랬구나."

"그런데 샘이 생각하기엔 나와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또 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미쳤다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 거 같아. 더구나 정지용 시인이 살던 시대는 일제 강점기를 지나 전쟁을 겪던 중이었고, 후에 월북이 아니라 피난을 가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사망한 걸로 밝혀졌거든.
 

   
▲ 영화 <동주> 포스터

중요한 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미친 사람 취급하는 것보다 생각하는 자유를 탄압받는 걸 더 두려워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생각은 모든 사람이 다 달라. 우리가 지금 여기 샘을 포함해서 37명이 있잖아? 그럼 여기엔 37개의 서로 다른 생각들이 있는 거야. 그런데, 지금 샘이 네게 샘과 생각이 다르다고 네가 수업을 듣지 못하게 하거나 혹은 불이익을 준다면? 어떻게 할까?”

“......”

“그런 상황에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민을 탄압하면 안 된다는 건 헌법에도 나와 있어. 친구가 생각하는 자유를 억압받는다면 함께 싸우는 게 멋진 사람이래. 내가 한 말은 아니고, 볼테르라는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나 봐.”

잠시, 조용해진 교실.

“1반은 어차피 올 한 해 함께 살아야 하잖아?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거야. 교실 안에서도. 하지만 단지 나와 생각을 다르게 한다고 그 사람을 배제한다면 그것 역시 폭력일 거 같아. 우리, 올 한 해 평화롭게 수업하자 얘들아!”

장면 2.
국어부장 뽑는 시간.
4명의 후보 도전. 누구를 꼭 집어 국어부장 하라고 할 자신이 없어서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으니, 3행시를 지어서 반응이 좋은 사람을 뽑잔다. 좋다!

4명의 후보 중 3번 후보. 
시제는 그 반 담임 샘의 이름으로 결정.

김 ! 김현진 선생님은
은 ! 은빛보다 금빛보다 더
아 ! 아름다운 나의 사랑

앗, 그 이후 정신이 혼미해지고, 3번 후보가 국어부장에 낙점.

“얘들아, 샘도 사람이야. 저렇게 가슴 뛰는 말을 해주는 OO이에게 국어부장을 해달라고 샘이 부탁하는 거야!”

올해의 삶도 매우 기대된다 ~~~!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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