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동아리 활동 확산 이끌어

   
▲ 구리고 전경

기업가정신 또는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을 아는가. 앙트러프러너는 ‘미래 변화를 탐지해 이전에 없던 혁신적인 가치 또는 활동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프랑스어로, 국내에서는 ‘기업가’으로 번역돼 널리 쓰이고 있다.

최근 기업가정신에 대한 관심과 교육열이 뜨거워지면서 중고생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을 키워줄 수 있는 지원정책과 특강, 경진대회, 캠프 등의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1회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지속성 있는 기업가정신 프로그램과 전문교육이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가치창출을 통해서 성장을 일구어갈 수 있는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이런 점에서 교육 단체인 ‘(사)행복교육실천모임’이 주축이 돼 펼치고 있는 ‘Do Learn Do Learn(두런두런) 앙트러프러너십’ 자율 동아리 활동은 교육계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행복교육실천모임(이하, 행복교실)은 학생들이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는 행동의 장이 부족한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개선하고 학생들이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마련해 주기 위해 학교 내 자율 동아리 연합인 ‘두런두런 앙트러프러너십’을 탄생시켰다. 두런두런 앙트러프러너십은 학생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며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기까지 행동(DO)을 통해 배우는(LEARN) 기업가정
신 교육 프로그램이다.

기업가정신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지속가능성이다. 이런 중요성을 깨닫고 선생님들은 각각이 소속된 학교에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자율동아리를 만들게 된 것이다. 2013년 20개 중고교에 재학 중인 60명의 학생들과 20명의 교사들은 함께 ‘앙트러프러너십’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행복교실의 앙트러프러너십은 동그라미재단의 ‘ㄱ찾기 공모사업’에 선정돼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기업가정신교육 프로젝트로 운영됐으며, 현재까지 전국 10개 학교에서 학교내 자율동아리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나침반 36.5도>는 행복교실 소속 교사들이 주도해 기업가정신 동아리를 만든 학교 10곳 가운데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 중 하나인 구리고등학교를 찾았다. 구리고의 사례를 통해 기업가정신 동아리 활동이 전국 학교에서 활발히 펼쳐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구리고 ‘두런두런 앙트러프러너십’ 동아리 구리고 박미주 선생님과 1기 3명의 학생들은 2013년 교내에 ‘두런두런 앙트러프러너십’ 동아리 ‘GPS’(Guri Prime Solver의 약자)를 출범시켰다. GPS는 출범 이후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공으로 이끌었다. 현재는 4기 16명의 학생이 부원으로 활동하며 명실공히 구리고를 대표하는 간판 동아리로 거듭나고 있다.

구리고 GPS는 학생들이 주체가 돼 생활 속에서 느낀 여러 문제점에 대해 토의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설문과 인터뷰 등을 진행해 해결책을 도출해 내는 학생 중심의 자발적 활동 동아리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해 동아리 회장(발표 부원)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한 우영식 군(구리고 3학년, 3기)은 GPS에서 진행한 여러 프로젝트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GPS가 진행한 프로젝트의 공통점은 학교생활 밀착형 문제제기와 해결방법 고안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2014년 2기 학생들은 후문이 없고 정문으로 등교하는 교내 교통상황이 상당히 복잡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GPS 회원들끼리 공유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설문과 인터뷰를 실시해 해결책을 찾았고, 결국 교내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성과를 이끌어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회 중심으로 학생 자치 활동이 펼쳐지는 것과 비교할 때, 구리고에서는 앙트러프러너십 동아리가 중심이 돼 기업가정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주도능력과 리더십 등을 학생 스스로 키워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아리 활동성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4기 학생들은 비오는 날 우산을 가져오지 않아 비를 맞고 하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우산을 대여해 주는 ‘덤브렐라 프로젝트’를 운영해 높은 이용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교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고안한 ‘바스켓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복도에 쓰레기통을 설치해 농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농구 경기에서 슛을 쏘듯 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학생들의 흥미와 욕구를 잘 이해하고 이를 문제해결에 활용한 반짝이는 아이디어였다. GPS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복도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대폭 줄이는 성과를 이뤄냈다.

3기 우영식 군은 “동아리 프로젝트 대부분이 학교생활에서 오는 불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이 주가 됐고, 이 덕분에 프로젝트의 성공이 학교 내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일궈낼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GPS의 이런 활동은 처음에는 동아리 회원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은 전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서 해결 방법에 접근하며 전교생의 공감대를 얻어간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구리고 앙트러프러너십 동아리 GPS는 발전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동아리 성격에 맞게 동아리 운영에도 유연하고 탄력적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더욱 활발하고 알차게 이어가기 위해 지난해까지 2학년만 가입해 활동할 수 있었던 회칙을 바꿔, 올해부터는 1학년 학생들에게도 동아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었다. 이에 따라 올해는 2학년 선배들이 후배인 1학년 학생들을 직접 면접해 부원으로 선발했다. 현재 4기 회원을 맞이한 구리고 앙트러프러너십동아리 GPS에는 16명의 회원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행복교실 교사들, 앙트러프러너십 동아리 확산에 기여
 

   
'GPS' 동아리 오리엔테이션

구리고 앙트러프러너십 동아리의 비약적인 성장은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와 활동 위에, 동아리를 관리하고 지도한 박미주 교사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미주 교사는 행복교실(운영위원) 교사 가운데 한 사람으로 구리고에 부임한 2013년부터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변화를 위해 앙트러프러너십 자율동아리 ‘GPS’를 만들고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박 교사는 행복교실을 학생들의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자세를 키워주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자신감을 고양시키기 위해 결성한 단체라고 설명한다.

“교육의 본질이 행복에 있고 아이들에게 이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필요하다는 뜻에 공감한 교사들이 2003년 서울초중등대안교육연구회를 결성했습니다. 연구회 교사들은 더욱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2010년 12월 ‘행복한교육실천모임’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출범시켰고, 현재 5,000여 명의 사이버 회원과 200여 명의 정회원(유료회원)이 있습니다. 동아리는 학생 개개인을 성장시킵니다. ‘행복한교육실천모임’은 이런 믿음으로 각 소속 학교에 ‘두런두런 앙트러프러너십’ 자율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지원 또한 주목할 만하다. 구리고 마광규 교장선생님은 “학생 중심의 자기주도적인 동아리 활동이 창의성과 자율성을 키운다는 생각에 동아리 활동을 적극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GPS’는 올해 구리디딤돌학교 공모에서 우수 동아리로 선정돼 지원금을 받는 한편, 진로 교육 프로그램 운영비 중 일정액을 지원받는 등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나날이 우수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구리고의 대표적 동아리라고 소개했다.
 

   
▲ 마광규 구리고 교장

“GPS 회원들의 모습을 통해 ‘나비효과’를 꿈꿔 봅니다.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듯이 구리고의 GPS 동아리 활동이 행동을 통해 배우는 기업가정신 함양 운동의 좋은 본보기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널리 전파되기를 기대합니다.”

<나침반 36.5도>가 구리고를 방문했을 때는 마침 서울 중동고등학교 김정희 커리어코치가 강사로 나와 ‘왜 기업가정신인가?’를 주제로 GPS의 첫 특강을 펼치고 있었다. 두런두런 앙트러프러너십 동아리에는 일반고와 자사고 학생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으며, 중동고는 동아리를 주도하는 핵심 학교 가운데 하나다.

'두런두런 앙트러프러너십' 동아리 활동은 학교 내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행복교실 교사들이 함께 조직한 것이어서 전국적으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매년 3~4회 정도, 올해는 6월과 9월, 12월에 기업가정신 동아리를 운영하는 학교들이 연합해 전체행사를 치른다. 연합 교육 활동은 토요일에 진행하며, 학교별로 진행되는 활동을 공유하고 학생들 간에 활발한 피드백을 나누는 기회를 가진다.

   
▲ 'GPS' 동아리 학생들

3기 우영식 군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문제를 문제로만 인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제시하는 법을 배웠다”며 “연합 활동에 참여해 학교 대표로 나가 주제 토론과 발표를 한 것은 자신감을 기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독일에서는 평범한 고등학생 한 명이 독일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일이 있었다. 이 학생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정작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하고 있다며 공교육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학생의 용기 있는 행동은 국회의원들이 연일 토론을 통해 교육의 문제를 뿌리부터 다시 살펴보며 교육 발전을 위해 여야 없이 머리를 맞대는 물꼬를 트게 해 줬다. 두런두런 앙트러프러너십은 우리 학생들이 위에서 소개한 독일 학생처럼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정신에 대해 ‘변화를 찾고 변화에 대응하며 변화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며 끝없는 도전을 통해 본인이 꿈꾸는 가치를 창출해나가는 정신이자 삶의 방식이라는 의미다.

일류대 진학이, 대기업 취업이, 공무원 시험 합격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이 무한히 열려 있는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탐색 없이, 일류대 진학만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대학 졸업 후에는 대기업 취업과 공무원 시험에 인생을 ‘올인’한다면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상상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학생들이 오로지 남들이 정해 놓은 코스를 달려 결승점에 닿으려고 애쓰기보다 자신과 사회 모두에 가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앙트러프러너십은 학생들의 성장에 든든한 자양분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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