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성의 '우등생보다 스마트엘리트'

   
 
“꽃집 주인이 될 거예요. 대학에 왜 가냐고요? 세상에는 배울 것이 많잖아요.”
엘라 웁팔라(18, 헬싱키 비주얼아트고등학교 2학년)는 꽃집 주인이 꿈입니다. 대학에 가는 이유는 ‘세상에 배울 것이 많아서’라고 답합니다.

“동화책 삽화가가 되고 싶어요. 돈이요? 필요한 만큼만 벌면 되죠.”
얼리나 쿠티(18, 헬싱키비주얼아트고등학교 2학년)는 동화책 삽화가가 되고 싶은 학생입니다. 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필
요한 만큼만 벌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돼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거기에 학교 공부가 도움이 돼요.”
라세 일모넨(17, 헬싱키 비주얼아트고등학교 1학년)은 작가가 돼서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답니다. 학교 공부는 작가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핀란드 학생들의 대답에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학생들의 대답을 보면 대략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짐작이 갈 만한데요. 맞습니다. 역시 ‘자신이 장래에 하고 싶은 일’에 관한 것입니다.

시사IN의 기사를 통해 이 핀란드 학생들을 접하고 학교교육과 학생들의 진로진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습니다. 핀란드 학생들은 어찌 보면 장래희망이소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반면에 아직 고등학생인데도 매우 구체적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기도 합니다. 과연 우리나라 학생들이라면 어떤 대답을 쏟아낼지, 그리고 우리나라 학부모님이라면 내 아이가 이러한 장래희망을 얘기했을 때 흔쾌히 박수를 보낼 수 있을지 흥미로워집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성적위주의 과열된 경쟁에 신음하고 있어도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능력이 그 어떤 나라들보다 뛰어나다는 뉴스들을 볼 때면 왠지 어깨를 으쓱거리게 되는데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내로라하는 교육선진국들을 제치고 매년 주요부문의 최상위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그런 우리나라를 보는 세계의 시선은 사뭇 다릅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우리나라와 매년 각축을 벌이는 핀란드도 그 주목의 대상인데요.

핀란드는 학교교육제도에서 등수를 없애고 협력하는 교육체계를 채택해 운영하는데도 매년 우리나라와 최상위를 다투는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성적순위 경쟁을 없애고도 우리나라 학생들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핀란드. 이것이 우리가 핀란드 학생들의 대답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진로진학을 코앞에 둔 한국과 핀란드의 고3 학생을 비교한 한 조사에 따르면, 하루에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은 한국 학생이 10시간으로 핀란드 학생보다 2시간이 많고, 정규 수업시간 이외의 공부시간도 핀란드 학생은 주 7시간, 한국 학생은 20시간으로 한국 학생이 3배 가량 공부시간을 더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한국 학생은 대부분 유료 사설학원에서 부가학습을 하고 있지만, 핀란드 학생은 학원이나 독서실 같은 사교육에는 의존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한국의 고3 학생은 하루에 13시간 이상의 학업을 소화해야 하므로,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는 핀란드 학생들과는 달리 취미생활은커녕 수면시간도 줄이고 있는 실상입니다.

이렇듯 양국 고3 학생의 일상은 매우 대조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데요. 상황이 이렇다면 한국 학생이 핀란드 학생보다 월등한 학업능력을 가져야 함이 당연할 텐데, 현실은 그리 큰 격차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우리는 핀란드 학생들에게서 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기도 한데요. 핀란드 학생들은 ‘미래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 학교가 도움이 된다’라고 대답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학교의 학업이 학생들의 진로학습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학교의 교과과정이 자신의 진로에 어떻게 도움을 주게 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핀란드 학생들은 '학교에 가는 것이 재미있고 즐겁다'고 대답합니다. 한국 학생의 경우 ‘학교 가는 것이 즐겁다’고 답변한 학생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핀란드 학생은 대부분이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다’고 답했습니다. 공부하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는지 직접적인 비교조사는 많지 않지만, 여러 조사결과나 핀란드 교육탐방기를 통해서도 핀란드 학생들이 매우 명랑하고 학교생활을 행복하게 느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도 학습동기 부문, 자아효능감 부문, 그리고 자아개념 부문에서 핀란드가 최고에 있지만, 우리나라는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습니다.

핀란드 학생들이 학업실력만 최고가 아니라 학업욕구 또한 최고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숙제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우리 중고등학교에서도 다양한 개선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학생들이 생각하는 학교라는 곳은 대학입시에도, 그리고 진로설계에도 완전히 의존해도 될 만큼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실제로 우리 학생들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을 위해 학업과 진로를 행복하게 고민하는 핀란드 학생들. 우리나라 교육이 핀란드를 쫓아 모방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제는 우리 학생들의 대답을 통해서 그 해답을 찾아나서야 합니다. 과연 우리 학생들의 대답은 무엇일지 면밀하게 귀 기울여야 합니다.

제게는 이 핀란드 학생들에게서 무엇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선택한 진로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다룬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자신의 의지로서 말이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송민성 작가강사
송민성 님은 모티베이터, 작가강사, 교육컨설턴트, CS리더십 전문가, 서울디지털대학교 학생지원팀장으로 일을 하면서 <나침반 36.5도>와의 인연으로 진로교육에도 참여하여 학생과 학부모 강연도 열정을 다해 참여해주고 있습니다.

저서: 비하인 더 커튼(Behind the Curtain) (연경문화사)
경력: 국립과천과학관 리더십강사, 한국미래경영연구소 교육컨설턴트, 해군사관학교 OCS 교관, 전국은행연합회 월간금융 칼럼니스트
 

기사 원문: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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