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교사가 알면 약이 되는 교육과정 개편이야기

총론 개정과 관련하여

 

   
 

첫째, 총론 개정에 있어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요소로는 예․체능 교과를 학생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적절하게 안배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학생들의 기초체력 보강은 물론 심미적, 예술적 감상능력의 계발 역시 때가 있는 법이다. 적당한 시기를 놓치게 되면 어른이 된 후에 기르기가 어려우므로 적당한 때를 찾아 선택과 집중을 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언제, 얼마만큼 시수를 배정하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통해서 정하되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시수를 산정할 때는 산술평균적인 배정이 아니라 예능과 체능 교과가 학습자의 발달단계에 따라 어떻게 변모되고 발전되면 좋을 것인지에 대해 교과 이기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 결과 얼마만큼의 시수를 학년별로 어떻게 배정할 것인지, 그 시수들은 어떤 성취기준으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교과 내에서의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예․체능이 기본적인 체력 문제를 뒷받침하게 되면 나머지 교과들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학생들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최적의 적용학년과 시수를 산출해내는 보다 선진국 수준에 가까운 모형을 들고 국민들을 설득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초등학교 ⇒ 중학교 ⇒ 고등학교 간 예․체능 교육 활동이 연계되도록 설계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발제문에서도 계속 지적하고 있듯이 고등학교 국어, 영어, 수학 총 시수 및 학교 유형별 필수이수 단위를 얼마로 정할 것인가가 여전히 쟁점과제로 작용하는 듯하다. 우리가 총 이수단위의 변천 과정을 잘 살펴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7차 교육과정 시기에 총 이수단위가 216단위 ⇒ 2007 개정 교육과정 시기에 210단위로 감축 ⇒ 2009 개정 교육과정 시기에는 204단위로 감축되어 왔다. 그런데도 2009 개정 교육과정 체제하에서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과, 자율형 공립고(이하 자공고), 일반고의 필수이수단위를 달리함으로써 출발점이 다른 데 따른 갖가지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총론 팀에서 아무리 좋은 의도로 편제와 단위배당기준을 만들더라도 자사고, 자공고, 일반고가 한결같이 국어, 영어, 수학 과목으로만 몰아서 편성하게 되면 나머지 과목들은 위축되게 마련이다. 최근 고등학교 기초영역에 들어있는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필수이수단위를 각각 10단위씩으로 줄이는 방안을 의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앞섰다. 고등학교 총 시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국어, 영어, 수학으로만 시수를 편중되게 편성하면 대학입시에는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다.

따라서 총 시수가 줄어드는 만큼 국어, 수학, 영어 시수를 적정 비율로 편성하되, 3과목의 필수이수단위에 대해서는 최대치를 설정해줌으로써 단위학교들이 주지교과로만 시수를 몰아주는 잔머리를 쓰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실 시수 배분 문제는 제로섬 게임에 가깝기 때문에 어느 과목 시수를 늘리게 되면 타 과목 시수는 그만큼 줄어들게 마련이다.

아니면 기초 영역의 최대치를 설정해놓고 국어, 수학, 영어 교과 내에서만 증감이 가능하도록 조정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이제는 시수싸움을 할 때가 아니라 각 교과목의 성취기준을 잘 정비해서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각론 교육과정 싸움으로 넘어가야 할 때이다.

또한 학생의 입장에서 편식이 되지 않도록 과목간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노력이 보다 중요하다. 지금 배우는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 실제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 기능, 태도를 골고루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목의 특징들을 잘 배울 수 있도록 반영한다면 교육을 통한 국가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지게 될 것이다.
 

셋째, 과목간 통합을 통한 새로운 교과 신설, 새로운 과목을 신설하는 노력에 동의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교원 자격증 체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사회, 과학 교과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지 여부가 곧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개설 여부와 일정 부분 상응하는 현실을 방치하면서 문, 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으로 개정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주지 과목은 주로 시수의 문제이지만 사회, 과학은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수학 실력을 감안하여 문과나 이과로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지만, 사회나 과학 교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 및 과학 교과 내에서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과목 성취기준을 재편성하든지, 통합사회나 통합과학과 같은 공통과목을 개설하되 교육과정 편성과 수능 시험 과목이 일치되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넷째, 지금까지 개정되어 온 교육과정을 보면 작업 단계에서부터 총론팀과 각론팀이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계속 이어져왔다. 어느 조직이든지 정체성을 확립하는 문제는 중요하기 때문에 일부분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21세기 융합 트렌드가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는데 학교라고 사회변화를 무시하고 홀로 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수평적 소통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토론자가 보기에는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주지과목 위주로 총론을 구성할 것이 아니라 인문과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예․체능과 같은 분류체계를 설정한 다음에 “각론의 총론”을 설정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격이 비슷한 교과목끼리 공통적으로 적용가능한 성취기준을 공유하고,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학습자 참여형 수업방법까지도 공통으로 설계함으로써 과목간 연계를 도출해내는 전략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런 접근을 하게 되면 또 하나 이로운 점은 계속해서 증대되는 국가․사회적 요구사항을 해결해내기가 쉽다는 점이다. 현재 교과 및 비교과 이외는 모두 범교과 영역에 가둬놓고 학교가 수업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상태로 끌고 가는 것은 교과이기주의보다도 더 폐쇄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범교과 학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문과학에서 수용해야 할 주제들도 있고, 사회과학에서 수용하면 훨씬 효율적인 주제들이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다음에 마지막으로 처리해야 할 점은 각 분야별로 넘어온 범교과 학습 요소들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교과별 핵심성취기준으로 녹여냄으로써 범교과 학습요소를 교육과정 총론에서 없애는 것이 교육과정 중심으로 학교가 움직일 수 있는 기재로 작용할 것이며, 우리 교육이 사회변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겨나게 될 여러 가지 문제들을 놓치지 않는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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