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진학,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라!

   
▲ 충북교육청이 개최한 '컴퓨터꿈나무축제' <사진 제공=충북교육청>

10년 뒤 세상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많은 미래학자들이 10년 뒤면 한국에서 유럽까지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허무맹랑한 소리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1970년대 당시 사람들이 10년 뒤인 1980년대 말쯤에는 가구당 한 대 이상의 자동차를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한 것처럼 시대는 우리의 예상보다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0년 뒤 직업인들은 알파고를 제작하는 프로그램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알고리즘을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많은 직업인들이 세계 공용어인 영어활용 능력이 떨어지면 업무에 큰 불편을 느끼듯이, 10년 뒤에는 대부분의 직업인들이 컴퓨터 언어 능력이 떨어지면 업무에 큰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컴퓨터 언어와 프로그래밍 방법, 알고리즘 체계를 알지 못하면 취업조차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세계 공영어로 컴퓨터 언어가 등극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빠른 발달로 사람처럼 영어를 대신 말하고 들어 주는 휴대용 전자 기기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결국 우리는 현재 영어를 공부하듯 미래에는 컴퓨터 언어를 익혀야 하는 것이다.

인쇄업의 경우도 식자가 기본이었던 인쇄 과정이 전부 디지털 작업으로 바뀐 지 오래이며, 편집도 기계가 대신하는 날이 머지 않아 찾아오게 된다. 미래에는 고도의 능력을 가진 회계 프로그램이 개발돼 컴퓨터에 숫자만 입력하면 처리가 완료돼 회계 전문가가 필요 없게 될 것이며, 사람보다 더 세심하게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설명해 주고 처방해 주는 약사 로봇이 나오면 약사직도 곧 사라질 것이다.

고정밀의 로봇이 외과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수술하고, 판사와 변호사의 일을 로봇이 대신하는 ‘알파고 시대’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예전 같으면 고급 두뇌를 가진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이 컴퓨터로 대체된다는 점이다. 결국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되든 컴퓨터를 이해하는 데 기본이 되는 알고리즘의 이해는 인류에게 필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간이 로봇에 지배당하지 않고 로봇을 지배하고 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알고리즘을 이해하기 위한 학습의 우선순위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인간의 풍부한 감성을 이해하고, 동시에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두뇌를 갖기 위해서는 독서만큼 좋은 학습이 없다.

그리고 독서만큼 중요한 것이 수학 공부다.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다. 현재의 수학 교육 풍토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수학 교육은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외면하고 있다. 더 이상 수학적 사고가 필수인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을 방치해선 안 된다. 진도만 빼면 그만인 수학, 경쟁해야 하는 수학이 아닌 생활 속에 녹아들어간 수학을 가르쳐야 한다.

다음으로 SW교육이 필요하다. 정부는 SW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내년부터 초중고에서 SW교육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대학의 경우도 중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알고리즘을 이해하기 위한 SW교육을 교양필수 과목으로 속속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기대만큼 낙관적이지 못하다. 학교에서 SW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전문 교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기초를 가르쳐야 할 SW교육 시간에 파워포인트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구글은 인도 국민들을 대상으로 안드로이드 개발자 200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도 2017년도에 iOS 개발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을 인도에 설립한다. 중국 중고등학생들은 정보올림피아드대회에 한해 6만 명이 응시한다고 떠들썩하지만, 우리는 고작 400여 명으로 대회를 진행한다.

이렇듯 외국에서는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국내 상황은 암담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앱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필요성을 알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초중고에서 SW교육을 진행한다는 발표 외에는 어떤 것도 가시적으로 보여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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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컴퓨팅적 사고를 강조하면서도 학교 교육은 피지컬 컴퓨팅 쪽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피지컬 컴퓨팅이란 프로그램이나 센서 등을 이용해 컴퓨터가 인간의 감각기관 역할을 하거나 그에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보를 키보드나 마우스로 입력하지 않고 소리, 동작, 빛, 열 등의 물리적인 방법으로 입력하면 컴퓨터가 반응하는 식이다.

교사가 피지컬 컴퓨팅의 다양한 효과를 시연하면서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이를 프로그램이나 소프트웨어 제작 시 필요한 지식, 즉 알고리즘을 가르치는 SW교육이라고 할 수는 없다.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 SW교육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피지컬 컴퓨팅 교육에만 열을 올려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컴퓨팅적 사고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알고리즘을 어떻게 가르치고 이해시키며 어떻게 활용하도록 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전문적인 교사 확보가 안 돼 가르치기 어렵다는 이유로 마우스로 드래그하는 시범 정도의 피지컬 컴퓨팅 교육에만 몰두하며 SW교육을 요식행위로 만든다면, 학생들의 컴퓨터 활용 능력은 높아질지 모르지만 프로그래밍을 하고 SW를 직접 만드는 뛰어난 개발자가 나오긴 어렵다.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기업은 한국에 탄생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한 중고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과를 흥미롭게 구성해야 한다. SW교과서를 무턱대고 만들어서는 안 되고,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교육과정을 짜서 학생들이 쉽게 배우도록 구성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중고생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교과과정을 부분적으로 떼어놓지 말고 수준별로 쭉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학교 1학년이라고 알고리즘 기초과정만 배우고 중학교 3학년이라고 고급알고리즘만 배운다면 중학교 1학년이나 2학년 때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학생들은 점점 더 배우기가 힘들어진다.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배울 수 있도록 하려면 언제든 기초 알고리즘 학습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한 마디로 학년별이 아닌 수준별 알고리즘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면 된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과과정을 마친 학생이라면 반드시 프로그램 기본과정을 다 익힐 수 있도록 연습하고 공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정부가 SW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을 볼 때, 초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한다면 십중팔구는 스크래치 과정이 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절대 충분하지가 않다.

컴퓨팅적 사고력을 기르는 수업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 다양한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 수업을 해야 한다. C언어, C++, JAVA, 파이션 등 교사가 잘하는 언어를 선택해서 기초 문법을 가르쳐야 한다. 초등학생들이 이러한 문법들을 충분히 익힌다면 중학교, 고등학교 때에는 어려운 알고리즘들도 배울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 기초를 다져놓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학생이나 컴퓨터 언어를 싫어하는 학생들은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피지컬 컴퓨팅 교육에 몰입하지 말고, 재미있고 신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재를 만들어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 비전이 일개 기업만도 못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정부가 명확한 미래 비전 아래 SW교육 기초를 탄탄히 세우고 SW교육 발전에 제대로 팔을 걷고 나선다면 우리나라에도 머지 않아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같은 인재가 반드시 탄생할 것이다.
 

 * 감수: 권상조 한국창의과학교육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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