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콘텐츠에 부는 바람

   
 

최근 ICT 시장 전반의 성장 둔화 속에서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주요 ICT 기업들이 콘텐츠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자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수단으로서만 콘텐츠를 활용했다면, 이제는 엄연히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애플은 이미 전체 매출 중 콘텐츠, 서비스 사업이 아이폰에 이어 두 번째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많은 ICT 사업자들이 방송사, 영화 스튜디오처럼 TV드라마, 영화와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도 직접 제작하고 있다. ICT 기업들의 콘텐츠 사업이 Phase2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ICT 시장에 콘텐츠 바람이 부는 첫 번째 이유는 콘텐츠가 소비자들의 지불 의사가 검증된 가치 요소라는 점에 있다. ICT 산업 내 많은 유망 토픽들의 경우 아직 손에 잡히는 시장 규모를 형성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반면, 방송, 영화, 게임 등 콘텐츠는 이미 거대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향후 성장성도 높다.

두 번째 이유는 인공지능, 센서와 같이 ICT 사업자들이 강점을 지닌 기술들이 최근 콘텐츠 서비스와 활발히 융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경우 콘텐츠 추천, 유통을 넘어 이제 콘텐츠 제작의 영역에도 스며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세 번째, 콘텐츠 시장 내부의 견고했던 기존 사업 모델이 변화하고 있는 점도 ICT 사업자들을 콘텐츠 시장에 불러들이는 요소다. 가령 방송 시장의 채널 번들링이 약화되는 모습은 과거 애플이 아이튠즈라는 플랫폼 모델을 통해 음악 시장의 사업 모델을 앨범 단위에서 개별 음원 단위로 바꿀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다. ICT 사업자들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인 것이다.

ICT 기업들은 향후에도 콘텐츠 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카, 가상현실, 스마트홈 등 향후 펼쳐질 ICT 생태계 관점에서도 콘텐츠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요소이기 때문이다.

결국 콘텐츠 산업 대부분의 영역과 밸류체인에서 ICT 기업들과 콘텐츠 사업자들 간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첨단 기술과 플랫폼, 그리고 자본력으로 무장한 ICT 기업들, 오랜 사업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춘 콘텐츠 기업들.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간의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ICT 시장 전반적으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 간 산업의 성장을 견인해온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2016년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15억 대 수준으로 2015년 대비 7% 수준 성장에 그치는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도 성장률인 14.4%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수치다.

최근 몇 년 간 IoT(Internet of Things)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을 받아 왔지만, 아직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 받던 스마트 온도조절기 네스트(Nest)도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지난 6월 CEO가 물러난 바 있다.

인공지능, 스마트카, 5G 네트워크와 같은 토픽들이 ICT 업계의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손에 잡히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기에는 아직 여러 난제들이 존재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대표적 ICT 기업들의 매출은 과거에 비해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상황 속에서 최근 ICT 기업들이 사업화를 서두르는 또 하나의 영역이 있다. 바로 방송, 영화, 음악, 게임과 같은 콘텐츠 서비스 사업이다. 이러한 트렌드가 나타나는 배경은 무엇일까. ICT 시장의 다른 사업자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제시할까.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 목 차 >
1. ICT 혁신 주역들, 콘텐츠 사업 Phase2에 돌입
2. ICT 기업들이 ‘지금’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
3. 콘텐츠 시장, 이종 기업 간의 각축장으로


 

1. ICT 혁신 주역들, 콘텐츠 사업 Phase2에 돌입
사실 ICT 기업들이 콘텐츠 사업을 전개한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애플의 앱스토어(App Store), 구글의 유튜브(YouTube) 모두 광의의 콘텐츠 사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ICT 사업자들이 콘텐츠 서비스를 전개하는 목적 및 관여 수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자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수단으로서만 콘텐츠를 활용해왔다면, 이제는 엄연히 콘텐츠 서비스를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외부 사업자와의 제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사, 영화 스튜디오와 같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직접 제작한다. ICT 기업들의 콘텐츠 사업은 Phase2에 들어섰다.

 

① 애플 : 마켓플레이스 넘어 서비스 ‘주체’로

먼저 애플을 살펴보자. 지금까지 애플의 콘텐츠 서비스를 상징해온 용어는 ‘폐쇄형(Closed) 전략’이었다. 아이튠즈(iTunes), 앱스토어 등 애플의 서비스는 모두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애플의 디바이스를 통해서만 제공되어왔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기조가 바뀌고 있다. 애플이 2015년 출시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뮤직(Apple Music)’은 애플의 디바이스뿐 아니라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oid),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Window)와 같이 경쟁사 플랫폼을 통해서도 제공된다.

수익 모델도 앱스토어처럼 중개 수수료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월 9.99달러를 직접 과금한다. 성과도 좋은 편이다. 애플은 개발자 행사인 WWDC2016을 통해 애플 뮤직이 1,5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공개했다.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이룬 성과다. 업계 1위인 스포티파이(Spotify)가 유료 가입자 1,000만 명을 확보하는 데에 6년이 소요된 것과 비교되는 성장 속도다.

방송, 영화와 같은 영상 콘텐츠에서는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애플이 미국의 미디어 기업 타임 워너(Time Warner)를 인수하려 했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CEO 간의 미팅이 아닌 자리에서 제안된 내용이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형성된 기류가 있지 않고서는 쉽게 제안되기 어려운 내용이다.

애플은 자체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애플이 인수한 비츠 일렉트로닉스(Beats Electronics)의 창업자 Dr. Dre의 일대기를 그린 6부작 드라마 “Vital Signs”를 제작 중이고, 미국의 방송, 뮤지컬 제작자들과 함께 애플의 앱 생태계와 관련한 드라마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비자 기반이 중요한 콘텐츠 시장의 속성을 고려할 때, 전문적인 콘텐츠 사업자로서 애플의 잠재력은 크다고 볼 수 있다. 미국 1위 유료방송 사업자 컴캐스트(Comcast)의 케이블TV 가입자수가 2,200만 명 규모인 반면,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애플 제품의 수는 10억 대를 넘기 때문이다.

콘텐츠 서비스는 애플 사업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미 애플의 서비스 사업 매출은 2016년 2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12% 규모로 아이폰에 이어 두 번째 큰 비중을 점유하고 있다.

② 구글 : 유튜브 통해 유료방송 서비스까지

구글은 2010년 TV용 콘텐츠 플랫폼 구글TV(Google TV), 2013년 미디어스틱 크롬캐스트(Chromecast)를 출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콘텐츠 영역에서 사업 기회를 탐색해왔다. 그리고 최근 구글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진화 방향을 보면, 향후 콘텐츠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구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구글이 2006년 인수하면서 구글 콘텐츠 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유튜브는 본래 비전문가들이 제작한 UCC 콘텐츠 위주였고, 수익 모델도 광고 기반이었다. 하지만 구글은 2015년 9.99달러에 광고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튜브 레드(YouTube-Red)’를 출시하면서 사업 모델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Fight of the Living Dead(2015)” “Scare PewDiePie(2016)”와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도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월 35달러 수준에 여러 방송 채널들을 번들링(Bundling)으로 제공하는 가칭 ‘유튜브 언플러그드(YouTube-Unplugged)’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온라인에 기반을 두고 케이블TV, IPTV와 같은 전통적인 유료방송 사업자들과 경쟁에 나서려는 것이다. 서비스 명칭에 ‘언플러그드(Unplugged)’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유선(Plug) 기반의 유료 방송 사업자들과 경쟁하려는 구글의 전략적 의도는 분명히 느껴진다.

최근 구글이 모기업 알파벳(Alphabet)을 통해 전개하고 있는 인공지능, IoT, 헬스케어 등 미래 신사업들도 주목을 받고 있지만, 콘텐츠 서비스는 구글의 사업 모델 상 본질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여전히 90%에 가까운 구글의 매출은 콘텐츠 서비스와 연관이 큰 광고를 통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업체 RBC Capital Markets는 2015년 유튜브를 통한 광고 매출을 61억 달러 규모로 추정하기도 했다. 반면 구글의 미래 신사업들은 2016년 1분기 기준 1.6억 달러 매출 및 8억 달러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보더라도 안정적인 캐시카우(Cash-cow)가 필요한 상황이고, 그러한 관점에서 구글이 향후 콘텐츠 사업을 지속 강화해나갈 가능성은 높다. 또한 유튜브의 월 사용자가 10억 명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파급력 또한 클 수 있다.

③ 아마존 : 영화 제작, 배급까지 공격적 전개

MIT에 의해 2016년 가장 스마트한 기업으로 선정된 아마존은 더욱 적극적이다. 이미 2010년 ‘아마존 스튜디오(Amazon Studios)’를 설립하면서 자체적으로 방송용 콘텐츠를 제작해왔고, 최근에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를 영입해서 영화 투자, 배급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마존이 제작 및 투자에 참여한 작품들은 골든 글로브(Golden Globe), 에미 상(Emmy) 등을 60여 차례 수상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도 아마존이 배급을 맡은 “Café Society(우디 앨런 감독)”, “아가씨(박찬욱 감독)” 등 5개 작품이 개막작과 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영화 업계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아마존이 기술 개발 및 콘텐츠 확보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Technology and content)도 2013년 전체 매출의 8.9% 수준에서 2015년 11.9%까지 상승했다.

아마존은 기존에 리테일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에 묶여 있던 콘텐츠 서비스도 독자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를 별도 출시한 것이다.

서비스 요금도 온라인 동영상 업계의 선두 주자인 넷플릭스(Netflix)보다 1달러 저렴한 월 8.99달러로 책정하면서, 직접적인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아마존은 향후에도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가장 먼저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콘텐츠-플랫폼 간의 시너지를 강화해나갈 전망이다. 실제로 아마존이 제작한 TV 드라마 “The Man in The High Castle(2015)”은 아마존의 온라인 서비스에서 제공된 지 4주 만에 가장 많이 시청된 콘텐츠에 오르면서 아마존의 플랫폼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애플, 구글, 아마존 외에도 최근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ICT 기업들은 많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은 2014년 중국의 차이나비전 미디어(ChinaVision Media)를 인수, 알리바바 픽쳐스(Alibaba Pictures)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 투자, 배급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5년 개봉한 “Mission Impossible-Rogue Nation(2015)”과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알리바바는 최근 중국의 영화관 체인업체 대지극장(大地影院)에 10억 위안을 투자하면서 영화관 사업에도 진출했다. 미국의 SNS 기업 트위터는 올해 독일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에 7,0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콘텐츠 시장에 진출했다. <다음에 계속>

이 기사는 LG경제연구원의 보도자료에 근거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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