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최근 ICT 시장에는 말 그대로 콘텐츠 바람이 불고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단순히 사업성 검토(Tapping) 수준이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 자체를 콘텐츠 영역으로 서서히 확장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러한 움직임들이 나타나는 것일까.

① 콘텐츠는 불확실성 시대의 ‘검증된’ 가치 요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들은 검증된 사업 기회에 몰리게 된다. 금융 위기에 금값이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관점에서 ICT 기업들이 지금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는 첫 번째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콘텐츠는 여러 ICT 가치 요소 중 소비자들의 지불 의사가 검증된 일종의 ‘안전 자산’이기 때문이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최근 ICT 업계에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기대되는 많은 키워드들은 아직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와 같은 실질적인 수익 모델이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IoT의 경우에도 2020년 시장 규모에 대한 전망이 19조 달러(Cisco)부터 1.9조 달러(Gartner)에 이르기까지 조사 기관마다 편차가 크다. 완성도 높은 기술을 과시하던 구글의 로봇 사업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도 최근 도요타와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다.

반면 콘텐츠는 이미 거대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2015년 기준 글로벌 가정용 비디오 시장은 3,320억 달러, 게임은 940억 달러 규모다. 향후 성장성도 높다. 스마트폰과 같이 콘텐츠 소비에 최적화된 디바이스가 보편화되고, 개인 여가 시간을 즐기는 문화가 강해지면서 콘텐츠 소비량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북미의 경우 모든 연령대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쓰이는 시간은 매년 25%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젊은 소비자층에서는 TV 드라마 등의 콘텐츠 시리즈를 한번에 몰아서 시청하는 ‘빈지 뷰잉(Binge viewing)’과 같은 소비 행태도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모바일 게임을 접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게임 소비층도 확대되고 있다.

북미의 경우 전체 게임 유저 중 50세 이상의 비중은 26%로, 18세 이하 젊은 층의 비중(27%)과 맞먹는다. 향후 자율주행차와 같은 커넥티드(Connected) 환경이 무르익을수록 그 속에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소비자들의 욕구는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ICT 사업자들에게 콘텐츠 시장은 무시할 수 없는 기회의 땅인 것이다.

② ICT 기술과 콘텐츠 서비스 간의 융합 가속화

신사업 탐색에 있어서, 기업 고유의 역량과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는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다. 최근 딥러닝(Deep Learning)과 같은 인공지능과 센서 기술이 발전하고, SNS 등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들이 다양해지면서, 콘텐츠 서비스와 ICT 기술 간의 융합은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ICT 사업자들이 최근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는 두 번째 이유다.

음원 스트리밍 사업자 스포티파이는 2014년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기술 기업 ‘에코 네스트(Echo Nest)’를 인수하고, 이를 통해 더욱 고도화된 음악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블로그와 SNS 데이터들을 조합하여 50억 개 수준으로 음악 취향을 구분한 후, 사용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음악을 즐겨 듣는지를 분석해서 선호할 만한 음악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스포티파이의 ‘Running’ 기능은 사용자가 달리는 속도를 스마트폰 센서로 체크하고, 템포에 맞는 음악을 재생해준다.

인공지능은 콘텐츠 제작 단계에도 스며들고 있다. 넷플릭스가 제작하여 2013년 에미 상 3개 부문을 수상한 “House of Cards (2013)”에는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드라마와 감독, 배우 간의 조합을 분석해서 실제 캐스팅 및 제작에 활용한 방식이다. 넷플릭스는 “Arrested Development season4(2013)”, “The Killing season4(2014)”와 같은 작품들의 제작 타당성을 검토하는 단계에서도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자신들이 강점을 지닌 첨단 기술을 활용할 여지가 커지는 한, ICT 사업자들은 콘텐츠 서비스를 지속 강화할 것이다. 실제 애플의 ‘Siri’, 구글의 ‘Google Assistant’, 아마존의 ‘Alexa’ 등 주요 기업들의 인공지능 플랫폼은 콘텐츠 서비스와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애플은 WWDC2016을 통해 향후 애플TV에 Siri를 적용하고, 콘텐츠 서비스의 사용 편리성을 더욱 높일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③ 콘텐츠 시장 내부로부터의 변화

많은 산업에서 기존의 지배적인 사업 모델이나 경쟁 구도에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에 새로운 참여자들이 진입할 여지가 생겨난다. 지금 콘텐츠 업계 내부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패러다임은 ICT 사업자들을 이 시장에 불러들이는 요소다.

무엇보다 방송 시장의 번들링(Bundling) 모델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방송 시장은 여러 콘텐츠 산업 중에서도 가장 견고한 진입 장벽을 갖추고 있고, 번들링은 그러한 구조의 근간을 이루는 사업 모델이기 때문이다.

음악 시장도 2001년 애플이 아이튠즈를 통해 앨범 단위 사업 모델을 개별 음원 단위 사업 모델로 변화시키면서 시장의 주도권이 ICT 진영으로 빠르게 넘어갔다. 미국의 IPTV 사업자 버라이즌(Verizon)은 2015년 ‘Custom TV’ 서비스를 출시했다. 200개 이상의 채널을 임의로 묶어 제공하던 기존의 번들링 방식에서,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채널만을 골라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컴캐스트도 월 15달러에 10개 안팎의 인기 채널만을 제공하는 ‘Stream’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유료방송 시장의 번들링 모델은 서서히 약화되는 모습이다.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개별 콘텐츠 사업자들도 직접 온라인을 통해 채널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인기 채널 HBO는 2015년 월 14.99달러에 스마트폰, 셋톱박스, PC 등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HBO Now’를 출시했다. 이러한 모습들은 2000년대 초반 음악 시장이 겪었던 변화 모습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콘텐츠, 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진화하는 점을 고려할 때, 기존 콘텐츠 사업자들은 스스로 틀을 깨는 변화들을 계속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컴캐스트도 지금까지 전통 미디어의 적으로만 표현하던 넷플릭스를 향후 컴캐스트 서비스에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료제공: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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