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사대부고 김현진 샘의 교단일기

   
 

요 며칠 ‘생리대’가 자꾸 검색 되길래 찾아보니, 생리대 가격이 비싸서 불편함을 겪고 심지어는 인간의 존엄성까지 훼손 당하는 계층이 있다는 소설 같은 기사가 떠 있었다. 기사를 읽으며 떠오른 일화 하나를 소개해 본다.

   
▲ 강원사대부고 김현진 교사

4, 5년 전부터 나는 교실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해 둔다. 남녀공학 학급에서도 교실 교탁 안 바구니에 생리대를 넣어 두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상 상황에 닥친 여학생들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어떤 선생님께서 그걸 꼭 교실에 둬야하냐며 못마땅해하셨다. “불편하세요?”라고 묻자 돌아오는 선생님의 답변은 “남학생들도 있는데 그걸 굳이 교실에 둬야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였다.

나는 천천히 왜 그걸 굳이 교실에 뒀는지를 설명했다. 어차피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거나 여성들과어울려 살아갈 남학생들이라면, 이들이 여성에게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월경이라는 신체의 변화를 아는 더 세련된 남성으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썰‘을 풀었다.

아들만 둘인 그분이 이해하기엔 좀 난해하긴 했겠지만, 이다음에 선생님 며느리가, 그리고 손녀가 겪을 일이 아니냐고도 했다.

이후 남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리대가 있는 교실에 적응했고, 여학생들도 생리대를 꺼낼 때 부끄러워하거나 남학생들이 보지 않을 때 꺼내는 어색함에서 벗어났다.

기사에 나온 것처럼 보건실에 가서 생리대를 달라고 하거나, 혹은 내가 담임하는 경우 나에게 와서 항상 생리대를 달라고 하는 학생들이 있기는 하다. 그들이 정말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생리대를 준비하지 못해서 그러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확인할 일이긴 하지만, 그런 학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생리대나 기저귀가 생필품으로 분류되지 않아서 고가에 구입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면에서 다시 생각해볼 일이라는 것이다. 왜 살아가는 데에 당연히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는 데 개인만 부담을 져야 하는가에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여자가 세 명인 우리 집도 둘째 아이까지 어른 여자가 되면 그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부담은 여성 가족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지게 된다.

그래도 시절이 좋아져서 이젠 생리대를 사도 굳이 검은 비닐봉지에 넣지 않아도 되고, 또 한 달에 한 번 월경이 찾아오면 남학생들이 알지 못하게 월경통을 참지 않아도 되고, 일반 진통제가 아니라 월경통 전용 약도 나오는 세상이 됐다.
 

   
▲ 강릉영동대학교 입학처 http://goo.gl/nHJN6o


하지만, 아직도 개인의 신체에 대한 존엄성을 존중해 주는 최소한의 사회 제도적 장치조차 부족한 게 현실이다.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신발 깔창을 이용하고 화장지로 해결하고 학교에 나오지 못해 집에서 수건으로 해결한다는 자극적이고 소설 같은 기사가 나오기 전에,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들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

생필품을 생필품이라 부르는 그런 상식이 통하는 사회 분위기가,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여성의 몸의 변화가 어쩌면 인간 생명의 근원이고 고향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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