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잣집은 그 역사적 전통만큼이나 가훈으로도 유명하다.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에서 생성된 가훈은 그만큼 절절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 효과와 교육적 효과도 높았다. 6개조로 이뤄진 가훈을 한번 보자.

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이 가훈은 파시조인 정무공 최진립의 유훈에서 비롯됐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의 외침 때마다 조국을 구하기 위해 참전한 최진립은 그러나 병자호란 때 억울하게 귀양을 간 적이 있다.

이때의 뼈저린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당부한다.

“사람이 왕후장상의 아들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권세와 부귀를 모두 가질 수는 없다. 권세의 자리에 있음은 칼날 위에 서 있는 것과 같아 언제 자신의 칼에 베일지 모르니…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마라.”

상민으로선 부나 가문을 일구기 어렵다고 보고 진사까지만 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는 교육을 받지 않으면 부나 가문을 지키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2. 재산은 1만석 이상을 지니지 마라: 이 상한선을 지키기 위해 후손은 부에의 욕망을 절제해야 했다. 정신수양에 더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나아가 경제적으로도 이 상한선을 지키기 위해 소작률을 낮추는 등 저절로 부의 혜택이 가문 밖으로 자연스럽게 널리 퍼져나가게 된다.

3.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인심을 얻고 선행을 널리 베풀라는 원칙의 구체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4.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 중요한 것은 부의 획득에서 남의 불행을 악용하지 않는다는 근본주의적 태도이다. 이웃과 함께 가지 않는 삶은 오래가지 않고 무너진다는 철학을 신봉하지 않으면 나오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5. 며느리들은 시집온 뒤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근검절약이 만사의 기본이라는 철학을 이보다 구체적인 표현으로 가르치기는 어렵다. 이렇게 교육받은 살림의 주체들은 자연히 낭비나 실패가 적다. 나아가 그런 환경 속에서야 제대로 된 후손의 경제교육, 인간교육도 나올 수 있다. 이 한 가지 구체적 가르침이 실로 300년 부의 기초가 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6.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인심을 잃으면 부자 가문은 죽는다. 사람이 없으면 부는 생성될 수조차 없다. 사성파 2대조 최동량도 마을 사람과 이웃 동네 사람들, 노비들이라는 노동력이 없었다면 그 넓은 농토를 새로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 울산과학대학교 입학처 http://goo.gl/uPKmM

나아가 인심을 잃었다면 그 숱한 변란의 세월 가문은 여러 번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실제로 11대조 최현식 때에 가문은 활빈당의 무장 공격을 받았지만 누대에 걸친 선행 덕에 무사할 수 있었다. 이런 두 가지 물음을 상상해본다.

1) 역사상 존재했던 세계 부자들을 되살려서 앞으로 100년간 가문 경쟁을 시킨다면 누가 가장 성공적일까?

2) 그 부자들을 되살려서 앞으로 500년간 가문 경쟁을 시킨다면 누가 가장 성공적일까?


첫 번째 물음에 대해선 많은 대답이 나올 것이다. 로스차일드? 엘리자베스? 록펠러? 빌 게이츠? 그러나 두 번째 물음에선 당연히 경주 최부잣집이 메달 후보에 들어가지 않을까?

존경받는 부를 찾아보기 어려운 요즘, 경주 최부잣집은 ‘제대로 된 부자의 길’을 비춰주는 희망의 빛으로 우리 곁에 돌아와 있다.

조선의 명문가는 어디일까

 
   
▲ 서울 안국동에 있는 윤보선 전 대통령 고택의 산정채 <사진 제공=한겨레21>
최부잣집 이외에도 한국에는 명문으로 평가할 만한 가문들이 적지 않다.

베스트셀러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를 쓴 조용헌 교수는 나름의 기준으로 15가문 정도를 꼽았다(기본적으로 그는 고택이 유지된 가문을 선정대상으로 삼고 있다).

1. 경북 영양 출신 시인 조지훈의 종택
2. 경주 최부잣집
3. 광주광역시 기세훈 고택
4. 경남 거창 동계 고택
5. 서울 안국동 윤보선 고택
6. 죽산 박씨의 남원 몽실재
7. 대구의 남평 문씨 세거지
8. 전남 해남의 윤선도 고택
9. 충남 아산 외암마을의 예안 이씨 종가
10. 전남 진도의 양천 허씨 운림산방
11. 안동의 의성 김씨 내앞종택
12. 충남 예산의 추사 김정희 고택
13. 전북 익산의 표옹 송영구 고택
14. 경북 안동의 학봉종택
15. 강릉 선교장


 명문가는 선정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마다 매우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정된 가문들은 대략적으로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나름대로 가문의 철학과 처세술, 가치관을 반영한 가훈류의 가르침이 전승 유지되고 있다. 어느 가문이든 확실한 가문의 정체성을 유지해왔고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둘째는 이런 가문들은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 가옥을 기준으로 한 고택 명문가의 경우 경제력과 시간적 여유가 있지 않으면 그런 조건을 유지해나가기 어렵다. 나아가 가문의 정체성을 음으로 양으로 강제하고 주입하는 메커니즘으로서 경제력의 존재를 무시하기도 불가능하다.

셋째는 역사 인식이다. 아무리 경제력이 뒷받침된다 해도 제대로 역사를 인식하고 살지 않는다면 단절은 아무 때고 찾아올 수 있다. 가치종합체로서 가문은 더 적극적인 정신활동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자녀교육을 빼놓을 수 없다. 가문의 가치에 공감하는 후세가 계속 충원되지 않으면 가문의 역사성은 쉽사리 단절될 수 있다. 나아가 그런 후손들의 교육이 이뤄졌다 할지라도 적절한 수준의 인재가 가문에 등장하는 행운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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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생
- <청소년을 위한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이룸
-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오천년 우리 부자> 민병덕/계림

▶▶ 대학생 이상
- <경주 최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 전진문/황금가지
-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푸른 역사
- <고전에서 찾은 인생 역전기-부자열전> 이수광/흐름출판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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