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예산부족 이유로 ‘공통양식 사용하라’는 한 마디도 없어

   
▲ 대교협에서 진행한 '2017학년도 수시 대입 박람회' <사진=에듀진>

고3 담임인 A교사는 고려대학교로부터 학교소개자료를 요구받았다. 단순한 학교소개가 아니라 3년 동안의 수상관련 내용과 3년 동안의 동아리 활동 모두를 고려대에서 요구하는 양식에 맞춰 보내라는 것이었다.

추천서, 자소서를 봐주기도 모자란 시간에 A교사는 순간 멘붕을 맞았다. 고대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작성하려면 최소한 이틀은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A교사는 학생들 자소서를 봐주고 추천서도 작성하고 입시 상담을 병행해야하는 이 시기에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했다.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교는 자기 학교에서 고려대에 지원을 하는 학생을 위해 이 양식을 필수적으로 보내야 한다.

진학지도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작은 것이라도 챙겨야 할 판에 학교소개자료는 무시할 수 없고, 추석연휴를 반납해서라도 작성해서 보내야한다. 물론 고려대가 이것을 제출하지 않은 학교에 대해 불이익은 언급한 바 없지만, 입시를 담당하는 교사들로서는 무조건 작성해서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고려대만이 아니라 이미 밝혀진 대학만 18개나 된다. 대학마다 요구하는 서류는 다 다르게 마련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대학이 요구하는 소개자료를 작성하려다 보니 수상실적과 동아리 관련 자료는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막막하기 그지없다. 특히 해당 활동의 담당교사가 추석명절에 학교에 없으면 고3 담임은 참 막막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 대림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t5iQC2


이런 내용은 불과 9월에 일선 고교들에 통보됐고, 그때만 해도 별일 아닌 것처럼 보였던 대학들의 요구였다. 이제사 대학마다 각기 다른 양식으로 보내달라고 하니 현장의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1차적으로 교육부에 있다. 기존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고교정보서비스’를 통해 학교소개자료를 공통양식으로 만들고 대학이 볼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에서 이를 지원해왔는데, 이번에 지원이 끊기면서 혼란이 생긴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도 충분한 시간을 일선 고교에 주고 준비할 수 있도록 미리 알려주지 않은 대교협에도 책임이 있다.

현재까지 학교소개자료를 요구하는 대학은 가톨릭대, 고려대, 경북대, 서울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전남대, 한국외대, 충북대와 공통양식을 사용하는 건국대, 동국대, 대진대, 명지대, 부산대, 서울시립대, 전북대, 충남대, 한림대 등이다.

또한 이들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요구하는 자료들은 진학 담당교사들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일부 대학의 경우 ‘우수학생 지원 프로그램 소개’ 항목 등 우수한 학생을 따로 관리하라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는 자료를 요구하고 있어 왜곡된 ‘학종’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예산 문제로 위탁 운영까지는 못 하더라도 대교협은 분명 대학이 어떤 자료를 요구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대학에 공문을 보내 ‘고교에 자료를 요청하더라도 기존의 통일된 양식을 보내라’고만 했다면, 현장의 교사들이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학부모들에게 가장 커다란 문제인 입시문제를 이렇게 관리하는 교육부와, 위탁 운영을 하던 대교협은 입시 혼란을 줄이고 어떤 학생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빠른 시간 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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