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행복, 부모에게 달렸다

   
 

건망증 심한 중년 아줌마가 택시를 탔다. 한참을 달리는 데 갑자기 아줌마가 운전기사를 부른다.
“아저씨, 아저씨! 근데 제가 언니네 집 가자 그랬어요, 동생네 집 가자 그랬어요?”
뒤돌아본 운전기사가 답한다.
“아니 아줌마, 언제 타셨어요?”

어디로 가는지를 모르는데 열심히 달린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열심히 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디를 향해 달리느냐이다. 자녀양육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장거리 경주다. 때문에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아무리 열심히 부모 역할을 한들 골인 지점을 모른다면 노력은 한순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아들 친구 어머니가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셨다. 측은한 마음에 위로라도 하고 싶었다. 음식을 장만해서 아들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아이들의 행동이 각기 달랐다. 식사준비할 때, 식사하면서, 식사 끝난 후! 어떤 아이는 부엌부터 들어와 “아줌마, 도움 필요하면 언제라도 말씀하세요. 저 이래 뵈도 일 잘해요.”라고 말했다.

수저를 들기 전에 “아줌마 잘 먹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아이, 밥 먹으면서 “아줌마, 아줌마도 오셔서 식사하세요.”라고 말로 권하는 아이, “아줌마, 고기 제가 구울게요.”라며 가위를 뺏는 아이, “아줌마도 좀 드세요.”라며 상추 쌈 싸서 건네는 아이, 게장을 보고 “우와, 맛 끝내준다. 우리 엄마가 만든 게장보다 열배나 맛있네요. 이것 어떻게 만드셨어요?”라고 호들갑 떠는 아이가 있었다.

식사가 끝나자 “아줌마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아이, “그릇 씻어 드릴까요?”라고 말하는 아이, 자기가 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옮겨놓는 아이, 그 중에 한 아이는 식탁 위에 남은 그릇을 다 옮겨 주고 갔다. 반면, 한 아이는 달랐다. 과학고등학교에서 전교 1, 2등을 다투는 수재였다.

그 아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 게임에 몰입했다. 아들이 식사하러 오라고 몇 번 재촉한 후에야 마지못해 식탁에 앉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밥만 먹었다. 가장 늦게 와서 가장 빨리 식사를 끝냈다. 고맙단 말도 하지 않고 사라졌다. 다른 아이들이 아직 밥 먹고 있는데 말이다. 혼자 게임하다 혼자 집에 갔다.

내가 면접관이라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타인의 필요를 채워주고 타인을 기분 좋게 해주고, 타인으로 하여금 사람대접 받는 느낌을 심어주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 남을 섬길 줄 아는 사람, 반응할 줄 아는 사람, 소통할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을 선택하지 않겠는가?

부모들은 일류대 진학을 목표로 수능점수 높여주는 것, 그것이 지상 최대의 부모 역할이라 생각한다. 일명 ‘공부만 잘하는 아이’다. 공부만 잘하면 다른 것도 잘할 것이라 믿는다. 유일한 성공의 지름길이라 여긴다. 이를 위해 부모와 자녀 모두 달리고 또 달린다. 아무도 스톱하지 않는다. 방향이 올바른지 중간 점검도 안 한다. 골인 지점이 어디인지 질문도 안 한다. 더 늦기 전에 물어야 한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는 어떤 아이인가? 공부 외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인성, 품성, 도덕성, 창의성, 자발성, 사회성, 자립성, 회복탄력성, 영성 중 아무것도 길러져 있지 않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

행복하지 못하다.공부만 잘하는 하는 아이는 학교교육의 목표다. 학교에서의 등식은 ‘성적=성공’이다. 달리기를 할 때 1등이라는 골인 지점 하나만 정해 놓고 수많은 아이들이 동시에 달린다.

목표에 도달하는 아이는 한 명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낙오자들이다. 이 등식에서 행복할 수 있는 아이들은 상위 1%밖에 안 된다. 그러나 이 상위 1%에 속하는 아이들조차도 행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 등식을 가정 안에 그대로 적용하는 부모 때문이다.
 

   
▲ 수원대학교 입학처 http://goo.gl/OI0ptt


중학교 2학년 된 K군. 공부를 그런대로 하는 아이였다. 그러나 성적표를 들고 들어온 아이를 향한 어머니의 질타. “이것도 성적이라고 가지고 왔어?”

어머니의 인정을 받고 싶은 아이는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전교 석차 50등까지 올렸다. 성적표를 휘날리며 달려 온 아들을 향한 싸늘한 말 한마디. “야, 너 위로 전국에 몇 명이나 있는 줄 알아?”

또 다시 죽을힘을 다해 공부에만 매달렸다. 드디어 전교 10등! 마침내 아들은 일류대에 합격했다. 축하하기 위해 가족들이 모인 날, 아들이 다가와 조용히 묻는다.

“엄마, 이제 나 하고 싶은 것 해도 돼?” 기쁨에 들뜬 엄마가 말한다.
“그래, 하고 싶은 것 해도 돼!”
그날 저녁 아들은 자살했다. 싸늘한 시신 곁에 나뒹구는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엄마, 이제 만족해?”

청소년 자살률 1위,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스트레스지수 1위, 학교폭력, 왕따, 우울, 분노조절장애, 어린이 화병….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내 자녀는 이 속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멈추어야 한다. 물어야 한다. 내 자녀는 건강한가? 내 자녀는 행복한가? 부모인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가?

부모는 교사가 아니다. 가정은 학교가 아니다. 가정에서의 등식은 ‘성적=성공’이 아니다. ‘인격=행복’이다. 가정교육의 목표는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아니다. 공부도 잘하는 아이다.

학교는 공부 외에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 말은 가정에서 부모들만이 가르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부모가 입 다물고 가르쳐주지 않으면 자녀는 아무데서도 배울 수 없다는 말이다. 이제 성적이란 하나의 잣대를 내려놓고 아이의 지친 얼굴을 봐야 한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보다 공부도 잘하는 아이가 낫다. 공부도 잘하는 아이가 요원하다면 차라리 공부만 못하는 아이가 낫다. 이런 생각을 할 줄 아는 한 사람의 부모만 있다면, 아이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고 바르게 자란다. 이런 단 한 명의 부모가 절실히 그리운 시대다.

   
 
김향숙 원장은 교육학 박사로 행복발전소와 힐링센터 바디앤마인드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하이패밀리가정사역 MBA원장이며 부모교육 및 상담전문가이다. SBS TV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MBN <부부수업 파뿌리> 등 다수의 방송매체에 출연했다.


*본 기사는 <나침반 36.5도> 2016년 9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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