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36.5 9월호 발행인 신동우 칼럼

   
 

뜨거운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고3 수험생들은 더위에도 불구하고 입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다. 이렇게 뜨거운 여름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겠지만, 시간은 흘러 결국 전쟁 같은 대입도 과거가 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선수들이 4년간 흘린 땀방울의 결실을 맺는 올림픽이 열려 우리에게 또 다른 감동을 줬다. 리우 올림픽 펜싱 에페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박상영 선수는 이제 겨우 21살이 된 앳된 청년이다. 상대는 세계 랭킹 3위인 42세의 게자 임레. 박상영 선수는 2쿼터까지 백전노장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밀려 13:9로 몰리고 있었다. 행운의 여신이 게자 임레에게 임했다고 생각될 즈음, 쉬는 시간 박 선수가 혼자서 되뇌던 평범한 한 문장이 전 국민의 심장을 울리고 말았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박 선수의 “할 수 있다” 한 마디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의 고된 훈련시간과 피나는 노력을 짐작하게 하며 묵직한 감동을 주었고, 국민들은 메달과 상관없이 경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지고 있는 경기는 외면당하기 마련이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를 응원했다. 그리고 그는 14:10까지 밀린 상태에서 거짓말처럼 내리 5점을 따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바로 그전까지 박 선수를 여유롭게 리드하며 우승에 쐐기를 박을 기세였던 헝가리 선수는 무엇에라도 홀린 듯 박상영 선수에게 연속해서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우승이었다.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또 다른 선수가 있다. 태권도의 이대훈 선수다. 이 선수는 복병이었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8강전에서 패배한 뒤 이런 말을 남겼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 따도 내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김포대학교 입학처 http://goo.gl/inmn9g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평생 갖고 살 것도 아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또 하나의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가 나보다 더 즐기고 있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세상이 무너진 듯 오열하며 연신 “죄송합니다”란 말을 되풀이하던 과거의 선수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런 차이는 결국 ‘목표’와 ‘꿈’을 같은 뜻으로 생각하던 기성세대와, 별개의 것으로 구분하게 된 젊은 세대의 ‘다름’에서 생기는 것이다.

과거 선수들은 금메달 획득을 인생의 목표이자 꿈으로 삼았기 때문에 실패했을 때 인생이 실패한 것 마냥 크나큰 좌절을 겪었다면, 요즘의 젊은 선수들에게 메달 획득은 선수로서 도달하고픈 목표인 것이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게 이뤄야 할 꿈은 아니다. 그래서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 자체를 인생에서 유의미한 경험 중의 하나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이번 펜싱 에페 결승 경기에서 박상영 선수가 흔들림 없는 태도로 자신을 담금질할 수 있었던 이유
도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어른들은 요즘 청소년들에게 근성과 끈기가 없다고 나무라곤 한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청소년들은 근성과 끈기를 가져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과 중심의 시대를 살았던 기성세대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근성과 끈기를 갈고 닦았다지만, 그들 중 많은 수는 그것이 자신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고 오로지 금메달이라는 결과만을 향해 달렸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의 청소년들은 목표가 아닌 꿈을 좇는 아이들이다. ‘이것을 이루겠다’가아닌 ‘이렇게 살고 싶다’가 청소년들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절대 안 하려 드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그리고 그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를 깊이 생각하고 꿈꾸게 하는것이 먼저다.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목표를 설계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근성과 끈기를 요구하는 것은 그 다음 순서다. 그리고 이것이 곧 우리의 진로 교육이 나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발행인 신 동 우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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