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국제고 야경

수시 전성시대다. 해가 갈수록 수시 선발 인원이 늘어나고 정시는 줄면서 학생들의 수시 준비에 대한 부담 또한 커가는 요즘이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은 서울권 주요 대학들을 중심으로 확산일로에 있어 그 기세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시 또는 학생부종합전형 대비에 늦은 학교들이 부랴부랴 학교생활기록부 관리와 교과과정 개선에 힘을 쓰고 있지만, 오랫동안 수능 중심으로 고착된 학교 교육환경을 일거에 뒤바꾸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일선 고등학교의 대비 미비를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수행평가’를 둘러싼 논란이다. 학생부 가운데 대학이 가장 주목하는 항목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이 세특 항목에 주로 기록되는 것이 수행평가다. 그런데 많은 학교에서 수행평가가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수행평가 과정에도 여러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등 수행평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과제 연구

수행평가는 학생이 4지선다형 지필고사로 대변되는 성적 줄 세우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창의력, 협업능력 등 미래 인재로서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을 수행 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진보된 교육 형태의 하나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적지 않은 학교들이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의 학생부 실적을 부풀리는 데 수행평가를 이용하고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상위 학생들에게 수행평가 점수를 몰아주는가 하면, 학생부 세특에는 없는 일까지 만들어 기록해 준다. 반면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은 수행평가 내용에 상관없이 낮은 점수를 부여하고 학생부 세특에 도 몇 자 적어주지 않는다.

고양국제고등학교가 훌륭한 이유는 수행평가가 매우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들 모두가 수행평가에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침반 36.5도>는 수행평가를 비롯한 모든 교과과정이 학생의 자발적 참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고양국제고를 모델 삼아 우리 고등학교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았다.

수행평가, 아이들의 자존감 살린다
고양국제고등학교(교장 김희년)는 2011년 개교한 공립형 국제계열 특수목적고등학교다. 김희년 교장은 수행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장은 “수행평가가 공명정대하게 운영되지 않으면 학생들의 좌절감, 상실감이 너무 크다. 최대한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교사들에게도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방과후 교육 활동

고양국제고가 수행평가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수행평가로 학생들이 느끼는 성취감과 자부심이 매우 크고 교육 효과 또한 높기 때문이다.

고양국제고에는 성적과 관계없이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 많다. 소설을 쓰는 아이도 있고 발명에 특기가 있는 아이도 있다.

고양국제고는 모든 학생들이 다양한 생각과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식 진로 진학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에게만 기회와 관심이 쏠린다면, 그래서 학교 사회에서마저 학생들이 불공정함을 느낀다면 학생들 마음이 얼마나 쓰릴까를 염려해서다.

고양국제고의 각 교과별 수행평가 비중은 40% 정도로, 실기에서는 70%를 넘는 과목도 많다. 물론 수행평가의 비중도 중요하지만 수행평가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수행평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 김희년 교장 선생님의 스크랩 북

고양국제고는 모든 수업에서 집단 토론 발표를 하는데, 일반 학교의 수행평가와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많은 학교들이 수행평가를 겉 따로 속 따로 운영하다 보니 수행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동기부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고양국제고는 다르다.

학생들의 수행평가 준비에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평가는 엄정하게 이루어진다. 성적은 수행평가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오직 수행평가의 과정과 결과로 학생들을 평가한다. 학교의 이런 노력은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가 86%에 이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만큼 학생들이 학교와 교사를 신뢰한다는 뜻이다.

얼마 전 김 교장과 교사들은 유명 대학 여러 곳을 찾아 학생부를 살펴보고 피드백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고양국제고는 8, 9등급이 없는 학교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본 학생부는 2, 4, 6등급 학생들 것이었는데, 입학사정관들이 “낮은 등급 학생들의 학생부가 이렇게 성의 있게 관리돼 있는 것은 처음 봤다”며 입을 모아 감탄했다고 한다.

또한 올해부터 학교교육 환경을 수시중심으로 완전히 재정립한 것과, 모든 수업을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발표와 토론, 과정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음도 설명했다. 입학사정관들은 전국에 고양국제고 같은 학교는 거의 없다며, 유명대 사정관들까지도 자녀를 고양국제고로 보내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쏟는 만큼 진학 실적 또한 매우 뛰어나다. 서울대에 1회 4명, 2회 9명, 3회 9명이 합격했고, 작년에는 연세대만 해도 28명이 합격했으며 그 중 재학생이 22명이나 됐다, 고양국제고, 공교육 발전의 롤모델 고양국제고는 지난해 김 교장이 부임한 뒤로 빠르게 전국적인 명문고 반열에 올라섰다.

김 교장 부임 이전에는 정시 수능에서 만점자가 2명이나 나올 정도로 정시 위주로 학생들을 교육하던 학교였지만, 김 교장은 부임 이후 입시 전략을 대폭 수정해 수시에서도 명문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집중적인 관리를 시작했다.
 

▲ 고양국제고 김희년 교장선생님

김 교장이 고양국제고에 부임한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은 3학년 전교생을 개별 면담한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상담기록과 함께 학생의 꿈을 적어 타임캡슐에 넣은 뒤 아이들과 20년 뒤에 꺼내보기로 약속했다. 학생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 모델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교장이 바뀌었다고 한꺼번에 모두 바꾸려고 하면 내부의 저항이 일어나고, 겉으로는 바뀐 것으로 보여도 내면은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 것이 학교 사회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김 교장은 부임 후 1년은 변화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데 투자했다. 바꾸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다. 수능 중심에서 수시 중심으로 학교 교육환경을 대폭 손질하면서 교사들의 공감과 자발적인 동의를 얻기 위해 부장 워크숍을 열어 6시간씩 자리 한 번 뜨지 않고 토의를 했다.

올해 1월 새로 부임한 행정실장은 교장과 교사들의 릴레이 회의를 지켜보며 “이렇게 진지하고 열의가 있는 학교는 처음 본다”고 감탄할 정도였다. 더불어 학생 민주대토론회를 마련해 학생들의 건의사항도 수렴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교육 주체들의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다.

김 교장은 사교육의 도움 없이도 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요청을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기본적으로 교사 수준이 매우 높고 학교의 든든한 뒷받침에 힘입어 수업의 질이 대폭 향상됐다. 모든 교과에서 발표와 토론, 과정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수능 성적은 여전히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교과 등급 하위권인 6등급 학생들도 수능 성적은 380점 이상이다.

김 교장은 “수업과 평가는 우리가 한국 최고라고 자부한다. 수업을 열심히 듣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이 인정받는 학교로 만들고 싶다. 우리 학교가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히 교육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말했다.
 

▲ 한양대학교 입학처 http://goo.gl/ogsoQX

■ 고양국제고 소개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국제고는 국제 전문 인재 양성을 교육 목표로 2011년 개교한 특수목적 고등학교다. 영어뿐 아니라 제2·제3 외국어 교육과정을 운영해 학교를 졸업하면 기본적으로 3개 외국어에 능통할 수 있도록 외국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고양국제고의 수업은 학생 중심의 토론 수업과 협동학습, 발표수업 등을 바탕으로 인문학과 과학적 탐구 방법을 융합해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또한 국제 교류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외국대사 초청 릴레이 특강 등을 실시하는 등 국제적 안목과 비전을 제시하는 학교로 앞서나가고 있다. 대학 입시가 수능 중심에서 수시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고양국제고는 이에 발맞춰 학업역량은 물론 학업 태도와 열정, 학교생활, 봉사활동, 사회성 등 학업 소양을 높이기 위해 다양하고 내실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경기도교육청 지정 교육과정 자율학교이기도 한 고양국제고는 국제계열 전문 교과 과정과 연구 토론 발표를 통한 자기주도학습, 창의적체험활동 등을 적극 지원하며,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교생이 국제 관련 교과와 외국어 등 국제계열 전문 교과를 80단위 이상 심화과정으로 이수해야 한다. 또한 토론 발표 중심의 수업으로 학생들의 역량을 키우고 팀프로젝트형 과제연구를 통해 소논문집을 제작하도록 돕고 있다.       ▲ GGHS 의회 토론대회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활동과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글로벌 마인드를 기르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고양국제고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모든 것을 학교에서 해결하고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과목이 있으면 방과후학교 강좌나 스터디활동 등을 통해 채워간다. 또한 학년별로 20~25개의 스터디 소모임을 구성해 각종 경시대회와 토론대회, 학술제 등을 준비한다. 전교생이 1인 1책상에서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할 수 있는 자기주도학습실이 마련돼 있으며, 기숙사 내에도 자습공간이 준비돼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덴마크 등에서 한국의 선진 교육 시스템을 취재하기 위해 고양국제고를 찾기도 했다.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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