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36.5도' 10월호 발행인칼럼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몹시 거북한 신문 칼럼을 접했다. 칼럼은 최고의 두뇌를 가진 세계정보올림피아드 1등 수상자가 한국에서 나왔는데 그 학생이 서울대 입시에 떨어졌다고 전하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비분강개하고 있었다.

서울대가 마치 최고의 역량을 가진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단정하고 있는 것이 몹시 거슬렸다. 서울대는 모든 분야의 1등만을 선발하는 대학도 아닌데, 서울대를 못 간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얼핏 보면 칼럼은 우수한 학생이 서울대를 갈수 없는 현실을 비판하는 듯하지만, 그 기저에는 서울대가 유일무이한 한국 최고 대학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런 방식의 접근은 매우 공감하기 어렵다. 서울대로 상징되는 공고한 학벌주의의 폐단이 사회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지금,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 교육 관계자가 오히려 국민의 눈을 가린 채 학벌주의를 교묘히 유도해서는 안 된다.

물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서울대를 간다. 그러나 학업 성적이 학생의 잠재 능력 전체를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 시험을 잘 봤다고 해서 그 학생이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인재, 즉 참된 인성의 바탕 위에서 창의성과 협업능력, 자기주도학습능력 등을 가진 학생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또한 그 학생이 직업세계에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인 대인관계능력,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 자기관리능력, 조직·문화이해능력, 진로개발능력, 정보기술활용능력, 수리능력 등에서도 우수성을 보여준다는 보장은 없다.

이 가운데 수리능력의 우수성은 수학성적에서 어느 정도 확인 가능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수리능력은 100% 수학성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학적 활용능력이 우수하다는 보장 역시 없다.

   
울산과학대 입학처 http://goo.gl/uPKmM


서울대를 들어가야 한국의 1등이 되고 세계의 1등이 되는 것이 아니다. 창업에 성공한 기업가를 보더라도 서울대 출신보다는 비서울대 출신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최고의 전문가를 수로 따져보면 서울대 외 대학 출신이나 고교 졸업 후 바로 산업 현장에 뛰어든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뉴스를 보면 서울대 출신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생각이 채 여물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높은 권세를 얻고 나서는 돈과 권력에 취해 위법, 탈법을 일삼으며 세상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을 매일 같이 확인할 수 있다.

국회로 가면 어떤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 몇몇은 친일을 옹호하면서 일본 제국주의 논리를 교묘히 들이대고 있으며, 경주 지진이 북한의 핵 실험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치며 이때다 하고 레드 콤플렉스와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정치인들까지 설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출신 학교를 찾아보면 서울대가 태반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 아닌 모든 것에 무관심하게 하고 오로지 1등만을 바라보고 무작정 내달리게 하는 서울대라는 존재가 학생들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 사회를 타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울대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된다. 서울대를 들어간다고 해서 우수한 인재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비록 교과 공부가 부족해 서울대를 못 가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독서능력과 열정, 패기, 도전의식만 있다면 학업 능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자신이 선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다.

자신의 꿈을 위해 열정과 패기를 다해 도전하며 자신이 목표한 길을 의롭게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이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 <나침반 36.5도> 10월호 발행인칼럼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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