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수 없는 성취평가제 취지 역행하는 중고교 '천태만상'

2011년부터 일선 중고등학교의 성적 등수 매기기가 전면 금지됐다. 교육부가 중고교의 9등급제 평가를 성취평가제로 전환한 것이다.

교과목별로 석차를 매겨 9등급을 부여하는 기존 평가제도는 학생들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고 급우들 간 배타적 경쟁심을 유발해 미래사회에 필요한 협동학습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 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학급이나 전체 등수로 학생을 상대평가하던 관점에서 벗어나 학업성취 수준을 개인별로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평가하기로 한 것이다.

성취평가제 도입에 따라 학생부 성적 기재 방식도 중학교는 ‘수-우-미-양-가’로 표기하는 방식을 ‘A-B-C-D-E’ 표기 방식으로 바꾸고, 석차를 삭제하고 원점수/과목평균을 함께 쓰게 됐다. 고등학교는 9등급 석차등급 표기를 삭제하고 성취도를 5단계(A~E)로 기재하게 됐다.

   
▲ 성취평가제 실시 이후 중학교의 학생기록부 기재 방식 변경 <표=사교육걱정없는세상>
   
▲ 성취평가제 실시 이후 고등학교의 학생기록부 기재 방식 변경 <표=사교육걱정없는세상>


그런데 성취평가제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성취평가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석차 공개 사례들이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등부터 차례로 석차를 매긴 성적표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나누어주거나, 학교 내 게시판에 석차를 공개하는 관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 부산 A중학교, 석차공개가 금지된 중학교 성적표에 석차정보, 일명 ‘오징어다리’를 끼워서 내보내는 사례 발생해 석차정보 전량 회수

   
▲ 부산 A중학교, 석차정보 공개 제보 사진 <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에 따르면 올해 6월 부산 A중학교에서는 교사들에게 참고자료로 제공되는 석차정보를 개인별로 쪽지, 일명 ‘오징어다리’(종이 하단을 학생들 숫자만큼 오징어다리처럼 아래로 길게 자른 후 그 속에 각각 석차 정보를 담아 학생들에게 뜯어 나눠주는 것)로 만들어 나눠주거나 성적표에 같이 동봉해서 배부했다.

위 사진을 제보한 시민은 학교에서 경쟁을 부추기는 나쁜 관행을 없애기 위해 사교육걱정에 제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교육걱정이 이를 발표하고 부산 A중학교에 대책을 따져 묻자, 학교는 사교육걱정에 “즉각 성적표에 동봉된 석차정보 쪽지를 전량 회수하겠다”고 약속했다.

■ 창원 B여고, 인문·자연계 각각 전교 35등까지의 석차(반·이름·점수 공개)를 학급 게시판에 게시

   
▲ 창원 B여고의 성적표 게시 사진 <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한편, 사교육걱정은 앞서 5월에도 창원에 있는 B여고에서 인문계, 자연계 각 전교 35등까지 석차순으로 반, 이름, 점수를 게시판에 공개해 성적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B여고는 작년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석차를 게시해 시정하기로 약속했지만, 올해 다시 석차를 게시해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사교육걱정은 “석차 게시는 학생 경쟁뿐 아니라 반별 경쟁을 부추기기도 한다. 35등에 속하지 않은 대다수의 학생들에게는 소외감과 열패감을 느끼게 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없도록 만드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렇듯 석차로 학생들을 나눠 위화감을 조성하고 학생들을 과열경쟁 속으로 몰아넣는 일은 공교육 기관에서 해선 안 되는 일이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학업 성취가 낮은 학생들에게 책임교육을 실천하지 않고 석차 경쟁만을 부추기는 것은 21세기 교육에 맞지 않는 일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사교육걱정은 창원 B여고 사례를 경남도교육청에 민원으로 제기했고, 해당 교육청으로부터 동일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 관계자는 “A중학교, B여고와 같이 전국의 수많은 학교에서 이런 나쁜 관행이 또 다른 형태로 자행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성적을 게시하는 나쁜 관행을 즉각적으로 근절하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가별 아동 학업스트레스에서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편, OECD 주요국 중 아동 삶의 만족도가 꼴찌를 기록했다.

일선 학교에서 석차를 공개해 학생들에게 과열경쟁을 하도록 부추기고, 등수에 들지 못한 학생들에게 패배감을 안겨주는 관행이 계속되는 한 학생들의 학업스트레스는 끝도 없이 올라가고, 삶의 만족도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을 불행으로 내모는 일선 중고교의 반성과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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