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5명 중 3명은 학생부위주전형에 만족

   
▲ 서령고 학생부 기록 마감일. 한 학생이 워크북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산 서령고 최진규 교사>

‘오피니언 리더’라는 것이 있다. 어떤 집단에서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을 말한다. 오피니언 리더는 특히 매스컴을 통해 활발히 활동한다. 어떤 정보가 발표됐을 때 이를 자신의 논리로 해석해 그에 대한 찬반여론을 만드는 것이 오피니언 리더다.

교육 문제는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일반 학부모들에게 어려운 분야다. 더구나 생업에 치여 당장의 생활이 급한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거나 공부할 틈이 없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생업에 바쁜 소시민보다 소득이 높고 자녀의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은 상위계층 학부모들이 오피니언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교육 분야 이슈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비판과 대안을 내주는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정보를 해석하는 데에는 해석자의 이해관계가 은밀히 작용한다. 이 말은 곧 해석하는 사람, 즉 오피니언 리더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보를 왜곡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교육 분야만큼 계층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곳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오피니언 리더가 고소득 계층의 사람들이다 보니, 정보에 대한 해석도 고소득 계층에 유리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 분야에서 오피니언 리더의 말 한마디에 여론이 좌우되는 일은 아주 흔하고, 이 때문에 왜곡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꾸며 여론을 호도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최근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비판이 도를 넘고 있다. 메이저 언론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비판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의 주요 이슈는 송기석 국회의원이 발표한 학부모 대상 대입제도 여론조사 결과다.

송기석 의원은 9월 21일 ‘대입제도에 대한 학부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부모 10명 중 8명은 학생부종합전형을 불공정한, 상류계층에 유리한 전형으로 보고 있다”며 “학종을 축소하고 수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많은 언론매체는 이에 동조하는 논조의 기사를 하루가 멀다 하고 내보내며 수능 확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그러나 본지가 송기석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숨어 있었다. 실제로 설문 결과를 분석해 보니 송 의원의 주장과 완전히 반대였다. 가구소득이 높은 학부모일수록 학종에 반대하고 수능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송 의원과 메이저 언론들이 이번 설문 조사 결과를 학종 반대론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편파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여과 없이 지면에 실어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송 의원의 발표대로 ‘상류계층에게 더 유리한 전형인가’라는 질문에 응답 학부모 중 77.6%가 ‘그렇다’나 ‘매우 그렇다’로 답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설문 항목에는 학부모의 가구소득별 답변 결과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학부모가 속한 소득계층에 따른 인식 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반면, 대입전형에 대한 소득계층별 인식의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설문 항목은 따로 있었다. 수시전형·학생부위주전형·수능위주전형 비율의 적절성을 묻는 세 항목과 학생부종합전형 확대에 관한 설문에는 가구소득별 학부모의 답변 비율이 명확히 제시된 것이다.

가구소득별 학부모의 답변 비율을 근거로 해석하면 가구소득이 높은 ‘금수저’일수록 수능을 확대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을 축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금수저전형’이라던 세간의 비난이 무색해지는 결과다. 정작 진짜 금수저들은 금수저전형이라던 학생부종합전형을 반대하고, 오히려 수능을 찬성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이 금수저에게 유리한 전형이라고 여론을 만들어 확산했고, 그 결과가 이에 동조하는 77.6%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주장하는 ‘학종은 금수저전형’이라는 주장을 사실이야 어떻든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가 가리키는 진실은 오피니언 리더들의 주장과는 반대인데도 말이다.

송 의원이 실시한 ‘대입제도에 대한 학부모 여론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수시전형 비율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는 ‘수시비율은 현행 수준이 좋다’가 41.8%로 1위를 기록했다. ‘수시비율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33.1%, ‘수시비율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25.1%를 차지해, 수시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하거나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66.9%로 나타났다. 학부모 세 명 중 두 명은 수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자료를 두고서도 송 의원의 해석은 전혀 달랐다. 송 의원은 수시 비율 축소 의견과 수시 비율 확대 의견 등 두 개의 반대되는 응답 비율만을 기계적으로 비교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수시 비율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결론 낸 것이다.

특히 주목해 봐야 할 것은 가구소득별로 학부모의 인식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대체로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수시비율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고, 반대로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수시비율을 더 늘리거나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한편, 최근 대학 입시에서는 수능성적 위주의 ‘정시전형’ 비율보다 학생부 교과성적과 비교과활동 기록 자료, 논술, 실기 등을 주요 평가 자료로 하는 ‘수시전형’ 비율을 많이 늘려 전체 정원의 70% 이상을 ‘수시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학생부위주전형(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은 전체 수시 모집인원의 86%에 이르고 있다.

이런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의 적절성 여부를 물었더니,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은 현행 수준이 좋다’가 46.1%로 1위를 차지했다.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38.7%,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15.2%였다. 결국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을 현행대로 하거나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61.3%로 나타났다. 학부모 5명 중 3명은 학생부위주전형에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재미있는 것은 가구소득이 높은 학부모, 그 중에서도 900만원 이상인 학부모들의 응답 결과다. 이들 중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을 현행 수준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16.7%에 불과했다. 이는 현행 수준이 좋다고 응답한 전체 비율 46.1%보다 30%p 가까이 낮아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구소득 900만원 이상 학부모들 가운데 무려 61%가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줄여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 전체 평균이 38.7%인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거기다 가구소득 500만원 이상의 학부모들의 경우,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늘려야 한다는 응답의 3배에 가까웠다. 이와는 달리 가구소득 500만원 미만의 학부모들은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더 많은 수가 답하기는 했지만, 늘려야 한다는 응답의 2배가 채 못 됐다. 결국 고소득 학부모일수록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의 적절성 조사 결과 (단위: %)

*전체 학부모 대상 설문 사례수(명)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은 현행수준이 좋다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
전체 804 15.2 46.1 38.7 100
가구소득 100만원 미만 3 0 33.3 66.7 100
100-199만원 32 28.1 34.4 37.5 100
200-299만원 76 15.8 51.3 32.9 100
300-399만원 124 16.1 49.2 34.7 100
400-499만원 206 14.6 48.5 36.9 100
500-599만원 152 15.8 52 32.2 100
600-699만원 95 10.5 37.9 51.6 100
700-899만원 80 11.3 47.5 41.3 100
900만원 이상 36 22.2 16.7 61.1 100

*출처=국회의원 송기석 의원실

그런데 송 의원은 이번 설문 항목에서도 학생부위주전형 현행 유지를 찬성하는 학부모들은 도외시한 채 축소해야 한다는 비율이 확대해야 한다는 비율보다 높다며,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을 줄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학부모들은 수능위주전형 비율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정부는 대입에서 수능 성적의 반영 비중을 축소시켜 현재 전체 대입정원 중 26.3%를 수능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수능 반영비율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42.8%)를 1위로 꼽았으며, ‘수능 반영비율은 현행 수준이 좋다’가 37.8%, ‘수능 반영비율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가 19.4%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수능 반영비율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42.8%로 높게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37.8%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더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19.4%가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절반이 넘는 57.2% 학부모들은 수능을 지금과 같이 유지하거나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수능 반영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비율은 가구소득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수능 호감도가 낮게 나타났고, 반대로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수능 호감도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정작 ‘금수저’들이 선호하는 전형은 학생부전형이 아니라 수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설문결과를 종합해볼 때, 결국 현재 학부모 주류의 의견이 ‘학종을 축소하고 수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라던 최근 송기석 의원의 발표와 이를 여과 없이 인용보도한 언론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겉으로는 수능 선발 비율이 30%에도 못 미친다고 하지만, 정작 수시 학생부교과에서 서울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면서 사실상의 수능 영향력은 정시 선발 비율인 30%가 아닌 50%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학부모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능이 정시뿐 아니라 수시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수능의 영향력을 정시에만 한정해 파악하고 있어 큰 문제다.

■ 수능위주전형 비율의 적절성 조사 결과 (단위: %) 

*전체 학부모 대상 설문 사례수(명) 수능 반영비율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 수능 반영비율은 현행 수준이 좋다 수능 반영비율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
전체 804 42.8 37.8 19.4 100
가구소득 100만원 미만 3 33.3 66.7 0 100
100-199만원 32 37.5 46.9 15.6 100
200-299만원 76 36.8 46.1 17.1 100
300-399만원 124 32.3 46 21.8 100
400-499만원 206 41.7 37.4 20.9 100
500-599만원 152 43.4 35.5 21.1 100
600-699만원 95 48.4 35.8 15.8 100
700-899만원 80 57.5 26.3 16.3 100
900만원 이상 36 52.8 25 22.2 100

*출처=국회의원 송기석 의원실


한편, 현재 대입제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 확대에 대한 인식을 대입전형 경험이 있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물었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설문 결과가 성별과 가구소득에 따라 차이를 보인 것이다.

우선 남성의 경우 학종을 찬성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비율이 52.4%로, 학종을 반대하고 축소해야 한다는 비율 47.6%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여성은 학종 찬성이 44.0%, 반대가 56.0%로 반대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한마디로 남성은 학종을 찬성하는 쪽이 많았고, 여성은 학종을 반대하는 쪽이 많았다.

가구소득별 응답 비율을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가구소득이 적을수록 학종에 높은 지지를 나타냈으며, 소득이 높을수록 학종에 반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곧 가구소득이 많은 ‘금수저’일수록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을 축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 학생부종합전형 확대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단위: %)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대상 설문 사례수(명) 찬성한다.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 반대한다, 지금보다 더 축소해야 한다.
전체 305 48.5 51.5 100
성별 남자 164 52.4 47.6 100
여자 141 44 56 100
가구소득 100-199만원 12 83.3 16.7 100
200-299만원 28 60.7 39.3 100
300-399만원 31 48.4 51.6 100
400-499만원 70 48.6 51.4 100
500-599만원 61 44.3 55.7 100
600-699만원 47 44.7 55.3 100
700-899만원 36 44.4 55.6 100
900만원 이상 20 40 60 100

*출처=국회의원 송기석 의원실

가장 예민하고 중대한 문제 중 하나인 대입에서 학부모들은 대부분 자신이 얻게 되는 손익에 따라 특정 전형을 선호하거나 기피하게 된다. 결국 금수저들은 족집게 고액 과외나 비싼 학원을 다니는 것으로 좋은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수능을 더 유리한 전형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설문 결과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진짜 금수저들은 수능을 지지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은 반대하고 있는데도, 일부 정치인이나 언론, 교육 관계자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을 금수저 전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언어도단이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대로 여론몰이을 하는 매우 파렴치한 행위이며 곡학아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위기는 학종 대비가 부족한 고교 문제, 정성적인 평가의 객관성 담보 문제 등으로 야기된 면도 있지만,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사실과 다른 오해와 비난, 그리고 이를 조장하는 세력이 학생부종합전형을 탄탄히 뿌리내릴 수 없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입은 단순히 학생의 진학만을 위해 이용되는 도구가 아니다.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그 결과물이라는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

고려대는 2018학년도부터 수시 85%, 수능 15%로 신입생을 선발한다고 발표했으며, 서울의 모 대학은 아예 수능을 없애고 수시 100%로 선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처럼 상위권 대학들이 수능을 축소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은 학종으로 선발한 학생들의 우수성이 여러 조사를 통해 입증된 것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중인 현 시대에 맞춰 교육을 일신하려는 대학의 노력도 담겨있다는 것을 헤아려야 한다.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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