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최저 없애고 학종 확대해야 학교가 바뀐다

   
▲ 태백 장성여고 책읽는 입학식 <사진 제공=태백 장성여고>

지방 국립대가 학생부종합전형 확대와 고교교육 정상화라는 수시의 본래 취지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여론이 뜨겁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다. 수시 학생부교과를 운영하는 대학 중 수도권의 대학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방대가 선발 조건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고 있으며, 특히 지방 국립대가 심하다. 심지어는 학생부종합에도 최저 기준을 두는 학교도 적지 않다.

수능 최저를 둔다는 것은 학생들이 학생부교과나 학생부종합을 준비하면서도 수능 준비까지 같이 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뜻이다.

최근 입시에서는 대략적으로 수시 70%, 수능 정시 30% 비율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수시가 수능 정시 비중의 2배가 넘는다고 놀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 대학의 평균 수치이고 실제로는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논술, 적성, 정시로 세분화해서 대학마다 다른 선발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를 제외한 상위 10대 대학의 경우 학생부교과는 4~5%, 학생부종합은 35~40% 비율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논술에는 수능최저를 적용하며, 정시 수능에서는 30~40% 에서 모집한다. 수도권 대학을 살펴보면 대부분 학생부교과 15~20%, 학생부종합 30~40%, 적성 15% 전후, 수능에서 30% 이내로 선발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지방 거점대의 전형별 선발 비율과 수능 최저 적용 여부이다. 일반고의 교육과정은 대개 해당지역 지방 거점대의 전형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방 거점대가 어떤 방식으로 전형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일반고의 교육 방향이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지방 거점대는 학생부교과 35~40%, 학생부종합 20% 전후, 수능에서 35% 전후로 모집한다. 서울·수도권 대학보다 학생부교과 선발 비율이 매우 높고, 반대로 학생부종합 선발 비율이 매우 낮다.

더구나 지방 거점대 대부분이 학생부교과에 수능 최저를 두고 있다. 학생부종합에까지 수능 최저를 두고 있는 대학 또한 적지 않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수도 전국 최하위권을 맴돈다. 이로 인해 대체로 서울권 대학과 지방거점 국립대를 함께 지원하는 중상위권 학생들은 지방 거점대가 요구하는 수능 최저를 맞추기 위해 할 수 없이 수능 준비에 몰두해야 한다.

일례로 부산대는 학생부종합전형인 일반전형과 지역인재전형 모두 수능 최저를 적용한다. 총 570명을 모집하는 학생부종합 일반전형에서는 인문·사회계열은 영어를 필수로 포함해 2개 영역 합 5등급 이내여야 하고, 탐구는 2개 평균을 반영한다. 생명자원과학대를 제외한 자연계열은 수학가형을 필수로 포함하고 2개 영역 합 6등급 이내, 탐구 과목 2개 반영, 한국사 필수 응시를 의무로 한다.

충남대 PRISM 전형의 각 학과별 수능최저는 국어교육, 영어교육, 교육학과에서 국, 영 합 7등급을, 인문·사회·경상·농업생명(농업경제학)·자유전공학부는 국, 영 합 10등급을 받아야 한다.

수학과·공과대·농업생명·생활과학·건설공학교육·기계금속공학교육·전기전자통신공학교육·화학공학교육·기술교육·간호대·생명시스템과학대학은 수, 영 합 11등급 이내여야 하는데 수학과는 수학가형을, 생명시스템과학대학은 수학나형을 9등급 이내로 받아야 한다.

전북대는 이번 수시를 통해 총 1,885명을 모집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총 476명을 모집한다. 이 중 303명을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 ‘큰사람 전형’은 모든 모집단위에서 탐구 과목 2개 평균을 반영한 3개 영역의 합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어교육·영어교육·수학교육은 합 7등급 이내여야 하고, 수학교육은 수학가형을 필수로 포함하며 3등급 이내를 받아야 한다. 공공인재학부는 합 8등급에 영어 3등급 이내가 필수다. 국제학부도 영어 3등급 이내를 필수 포함해 합 9등급을 받아야 한다. 역사교육·일반사회교육은 합 10등급, 교육학·지리교육·생물교육·심리학·경영학은 합 10등급 이내여야 한다.

기계공학·농업경제학·화학교육·사회복지학·사회학·신문방송학·정치외교학·경제학·무역학과·소프트웨어공학은 합 11등급 이내여야 하는데, 소프트웨어공학과는 수학나형과 사탐 모두 응시한 경우 합 10등급 이내여야 한다.

물론 모든 지방 거점대에서 학종에 수능 최저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강원대, 전남대, 경상대, 제주대 등은 학생부교과에 비해 학종 모집인원은 적지만, 학종에 수능 최저를 두지 않는다. 또한 경북대는 의대에서, 충북대는 사회적배려자전형에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수능 최저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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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여전히 입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70%가 넘게 수시로 학생을 선발한다 해도 정작 아직도 많은 고교가 교육과 진학 방향을 여전히 수시가 아닌 수능 중심으로 설정해 두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수능은 이미 문제풀이 중심의 학습 방법과 경쟁을 통한 성적 줄 세우기라는 본질적인 성격 탓에 창의력과 협업능력,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등 학업능력 이외의 다양한 역량을 필수로 갖춰야 할 미래인재를 가려내기에 부적합한 전형이라는 선고를 받은지 오래다.

만약 수시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이런 수능의 그림자를 몽땅 걷어낸다면 학생들은 지금과 같은 엄청난 학업 부담에서 당장 놓여날 수 있다. 학생부교과를 위해 학교 수업에 충실히 임할 것이며, 학생부종합을 위해 다양한 진로탐색과 진로활동을 펼칠 수 있다. 교과수업과 창체활동, 학교내 각종 활동을 통해서 꿈과 끼를 탐색하고 진로를 계획하며 재미있고 활기차게 학교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

더구나 학생부종합전형은 단순히 입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려보게 하고,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게 하는 중대한 역할을 한다. 이것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의 도입 취지이며 학종이 더욱 확대돼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방 거점대가 막강한 힘을 이용해 여전히 학생들에게 수능에 대한 막대한 부담을 지우고 있기 때문에, 고교 현장에서는 아직도 야자시간을 만들어 학생들을 수능 공부에 올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급격한 미래 환경 변화와 이를 대비한 대입 제도 개선의 사회적 요구를 무시한 채,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받으며 당근은 꼬박꼬박 챙기고 있는 지방 거점대의 이런 무사안일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방 거점대는 눈앞의 편의만 좇는 무사안일주의를 버리고,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한다는 대학 존립의 근본 이유를 다시금 새겨야 할 때이다.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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