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흔들지 말고 바로 세우자

   
▲ 제천 세명고의 '경북대 전공체험' <사진 제공=세명고>

*에듀진 기사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008

수시 시즌을 지나면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오해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학종이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지 않고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으므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 중 하나다. 과연 이 주장은 사실일까? 이와 관련해 국회의원 송기석 의원이 9월 21일 발표한 ‘대입제도에 대한 학부모 여론조사’ 결과는 흥미로운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조사결과를 분석해 보니 학부모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이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학부모들이 정작 지갑을 여는 사교육 부문은 예상과 크게 달랐다. 학부모가 실제로 사교육에 지출하는 항목을 살펴보니 내신(학생부 교과) > 수능 > 학생부 비교과 순으로 나타났으며, 지출 비율도 순위가 내려갈수록 크게 차이가 난 것이다.

이 결과를 보면 학부모들은 실제로 내신과 수능 점수 향상을 위해 사교육비를 대거 쏟아 붓고 있으면서도, 사교육 유발 책임을 학종에 과도하게 돌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구나 교과 내에서 수능 문제가 출제되는 것을 감안하면 내신을 위한 사교육과 수능을 위한 사교육을 완전히 분리해서 보기는 어렵다.

결국 사교육 유발의 절대적 원인은 성적 줄 세우기식의 학생부 교과(내신)와 수능에 있는데도,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학생부 교과와 수능은 늘리고 학종을 줄여야 한다고 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모순된 주장일 뿐이다.

한편, 고교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사교육 의존도가 커지면서 고등학교가 가진 본래의 교육 기능이 크게 약화됐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생들은 학원에 가서 수업 진도를 나가고, 정작 학교 수업시간에는 엎드려 자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렇듯 본래 학교가 가진 교육 기능을 사교육 쪽에서 도맡다시피 하면서 수업 붕괴, 교실 붕괴, 교권 추락, 결과적으로 고교교육 황폐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붕괴된 학교교육을 제대로 되돌리기 위해 마련된 전형이기도 하다. 학종은 교과 수업을 충실히 듣고 창의력과 협업능력을 발휘해 자기주도적으로 관련 활동에 임하며, 적성과 소질을 개발하는 비교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어서, 학교 활동을 성실히 하는 학생에게 가장 유리한 전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설문 결과는 학종이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정작 사교육을 팽창시키는 수능과 학생부 교과 비중을 대입에서 더욱 높여야 한다고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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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순은 학부모들이 학종을 ‘금수저 전형’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부유한 사람들이 선호하는 전형은 학종이 아닌 수능이었음을 밝힌 지난 기사[링크 클릭]에서도 동일하게 지적된 현상이다. 즉, 학생부종합전형을 둘러싼 학부모들의 인식과 실제 현실 사이에는 크나큰 갭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지난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종을 두고 무차별적인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일부 언론과 학종을 반대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언론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사실을 외면한 채 ‘학종은 금수저에게 유리한 전형이며, 사교육을 심각하게 유발한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을 유포하며 학종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더욱 견고하게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 운영하는 학종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부를 주된 전형요소로 반영하기 때문에 학생부를 관리해 주는 학교와 교사의 능력에 따라 학생부 기록의 질이 크게 좌우되고 있어 모든 학교가 동일한 수준으로 작성될 수 없다는 점이 특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이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이다.

그런데 학종이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로 이루어져서 선발의 명확한 기준을 알기 어렵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학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교과성적으로만 평가하지 않고 정성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인성과 잠재력 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학종의 강점이자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학종이 아직 현실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학교교육이 변화해야 될 요소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학종이 바르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협조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학종의 문제점만을 확대, 왜곡하며 수능 만능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비판이 학종을 정착할 수 없게 만드는 큰 이유 중의 하나인 것도 사실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 교육은 아직도 그에 기반한 대비 방향이나 대안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 다만 유일하게 학종이 미래사회를 대비한 대입 선발 제도로서 외롭게 분투 중일 뿐이다.

따라서 지금은 학종의 단점을 수정하고 보완해 우리 교육 환경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교육과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근본 취지를 도외시한 채 학종을 축소하고 수능을 확대하라고 하는 것은 눈앞의 편익을 위해 학생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사회의 달라질 환경요인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처사이며,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편협한 주장일 뿐이다.

개인의 능력이 교과 성적이나 수능 성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데도 여전히 수능 만능주의에 빠져 수능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그 중에는 창의성이나 잠재력까지도 시험을 통해 평가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창의력이나 잠재력이 시험으로 판가름될 수 있다는 후진국형 사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학종 축소와 수능 확대는 교육의 방향이 과거의 암기 중심 주입식 교육과 성적 중심주의로 후퇴하는 것이고, 창의성과 협업능력, 자기주도학습능력 등이 필수인 미래를 살아가야 할 청소년들을 20세기의 낡은 방식으로 교육하겠다는 말이다.'학종 흔들기'가 아니라 '학종 바로 세우기'를 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송기석 의원의 ‘대입제도에 대한 학부모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니...>

*조사 대상: 전국 초, 중, 고등학교 및 대학교 자녀를 둔 19세 이상 69세 이하 학부모 804명


■ ‘학생부종합전형이 사교육비 경감에 기여한다’는 주장에 학부모 66.3%가 '부정적'이라고 복수응답했고, ‘학생부종합전형이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주장에 학부모 61.2%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 대입전형 요소의 사교육 유발 정도를 묻는 질문에, 대학별 논술(4.4) > 수능(4.2) > 학생부 교과(4.0) > 특기(3.8) > 자소서와 교사추천서, 학생부 비교과, 적성고사(3.6) 순으로 답했다. (5점 만점)

여론조사를 실시한 송기석 의원은 “수능 대비 사교육은 고교 2학년 여름방학 이후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학생부교과 사교육은 고교 전학년은 물론 중학교 시기부터 대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학별 논술이 가장 많은 사교육을 유발하고 있다고 조사돼, 대학별 논술전형을 폐지하고 고교에서 대비할 수 있는 공동논술로 전환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 현재 자녀가 하고 있는 사교육을 통해 대비하려는 대입 전형요소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중고생 학부모들은 학생부 내신교과(69.2%) > 수능(55.0%) > 학생부 내신비교과기록과 증빙자료(23.5%) > 논술(21.8%) > 실기(18.5%) 순으로 복수응답했다.

그 중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내신(학생부 교과)(65.9%) > 수능(58.0%) > 학생부 내신비교과기록과 증빙자료(21.6%) > 논술(15.9%) > 실기(16.5%) 순으로 중복응답했다. 중학생 학부모들보다 내신과 비교과, 논술, 실기 비중이 모두 줄어든 반면, 수능 비중만이 유일하게 상승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가구소득이 높고 자녀 1인당 사교육비가 많을수록 수능에 대비한 사교육을 많이 하고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사교육을 통해 대비하고자 하는 대입전형요소>

   
*표 제공=송기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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