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모는 자녀교육에 있어 합심하기 어려울까?

   
▲ 서울 미양고 '학부모와 함께하는 독서캠프' <사진 제공=서울교육청>


결혼식 주례 명언 가운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으며 입과 입으로 회자되는 말이 있다.

1. 배우자를 사랑한다고 내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2. 배우자가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 감사하라.
3. 배우자가 성장하는 만큼 자신도 성장하라.

이 명언을 금과옥조 삼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결혼생활을 해나가는 부부라면 아마도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명언을 자녀교육에 대입해 봐도 딱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1. 자녀를 사랑한다고 내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2. 자녀가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 감사하라.
3. 자녀가 성장하는 만큼 부모도 성장하라.

 

   
▲ 차승민 교사 (창원 광려초)

어떻게 보면 오히려 배우자에 대입하는 것보다 자녀에 대입하는 쪽이 더 현실적으로 실감나게 다가온다. 아이 처지에서 보면 부모는 아빠, 엄마 양쪽이다. 그런데 아빠와 엄마가 마음을 합쳐 자녀교육을 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어느 한쪽이 다 책임지거나, 어느 한쪽은 방관하거나 한다.

왜 부모는 자녀교육에 있어 합심하기 어려울까? 시시콜콜 사례를 들지 않아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 본 이라면 몸과 마음으로 뼈저리게 느끼는 사실일 테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한다. 어찌 보면 외계인들끼리 만나 지구인 자녀를 키우는 건지도 모른다. 교사로서 옆 반 교사에게 눈치 보지 않아도, 부모로서 옆집 부모에게서 자유로워도, 서로의 배우자에게는 절대 자유롭지 못하고 눈치를 보게 돼 있다. 적어도 자녀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말이다.

누가 잘했느니 못했느니, 많이 하느니 적게 하느니 따지진 않겠다. 자녀교육에 불안과 갈등은 상존하는 것이다. 대신 원칙을 정하는 것을 권한다. 자녀가 외계인이 아니라 부모가 외계인이란 사실을 항상 명심하는 것이 좋다. 지구인 자녀가 외계인 부모를 만나서 나름 고생한다고 생각하면 자녀가 좀 더 측은해 보이고 더 나은 방법이 나올 수 있다.

양육의 전담과 보조 역할을 확실히 하라
지구인 자녀는 태어나서 일정기간 동안 외계인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럴 땐 공감능력이 우선이다. 부모 중 어느 쪽이든 공감능력이 더 많은 쪽이 전담하자. 보통 엄마가 공감능력이 많지만 아빠가 많을 수도 있다. 그럼 전담하지 않는 쪽은 보조를 하면 된다.

전담이라고 해서 전부 다 모조리 엄청나게 하란 것이 아니다. 사공이 둘이라 배가 산으로 가는 걸 막자는 것이다. 신뢰와 소통을 하더라도 책임지고 선택하는 한쪽을 몰아주고, 반대쪽에선 응원하고 나머지 소소한 것들을 지원하면 된다.

그러다 지구인 자녀는 부모를 떠나 학교로 가고 또래를 만나고 이성을 찾다 사춘기기 온다. 이럴 땐 외계인 부모의 역할을 바꾼다. 이제껏 양육에 전담하던 부모 중 한쪽은 뒤로 물러서고 다른 한쪽이 나서자. 아이가 변했으니 상대도 바뀌는 것이 맞다.

엄마가 양육을 전담했다면 이제 엄마는 뒤로 물러서고 다른 한쪽인 아빠가 나서자. 엄마는 정보를 주고 아빠는 영업을 뛴다고 생각하면 된다. 원래 공감능력이 좀 떨어지는 영업사원도 산전수전 다 겪다 보면 옥석으로 거듭난다. 가슴앓이 하지 말고 그냥 믿고 하면 오히려 효과가 있다.

자녀를 막내 사원이라 생각하라
그렇다면 양육을 전담하던 엄마와 새로 영업해야 하는 아빠는 어떤 전략으로 돌변한 사춘기 지구인 자녀를 대하면 되는가? 방법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즉 무에서 유를 찾는 것이 더 낫다. 그리고 부모가 좀 더 행복한 어른으로 살아가는 걸 보여주는 노력을 해보는 것이 좋다.

외계인 아빠는 지구인 자녀를 아이라 생각하지 말고 회사의 가장 막내 사원이라 생각하면 대하는 방법이 나올 것이다. 막내 사원의 인격은 지켜주되 선배로서 상사로서 품위를 지키고 조언하며, 말은 아끼고 몸으로 보여주면 된다. 이 정도 알려주면 외계인 아빠는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엄마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자신을 위한 투자를 하면 된다. 좀 더 성숙하고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을 찾자. 그러면 아이의 성장에 따라 부모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교학상장(敎學相長), 즉 가르침과 배움이 서로를 성장시킨다는 뜻이다. 교학상장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에게도 필요하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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