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36.5도' 11월호 발행인칼럼

   
▲ 이화여자대학교 <사진=나무위키>

자유민주국가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에서 쏟아지고 있는 일련의 후진국형 권력 비리 사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짐이 곧 국가”인 절대군주의 지배 아래 살고 있는 착각까지 든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최근 벌어진 한국 최대의 입시·학점 부정 쇼이다.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최순실(60) 씨의 딸 정모(20) 씨가 이화여자대학교 입학시험을 치를 당시 선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대입 과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국민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당시 이대가 발표한 수시모집 요강을 살펴보면 2011년 9월 16일부터 2014년 9월 15일까지 개인전에서 입상한 실적만 평가 요소로 반영할 수 있으며, ‘원서접수 마감일 기준 최근 3년 이내 국제 또는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개인종목 3위 이내 입상’으로 조건이 엄격히 제한됐다.

그런데 정 씨는 원서접수 마감일에서 5일이 지난 2014년 9월 20일 인천아시안게임 승마(마장마술 종합 단체전) 경기에서 딴 금메달을 인정받아 2015학년도 수시 전형에서 체육특기자로 최종 합격했다. 당시 이대 입학처 홈페이지의 FAQ(질문과 답변) 게시판에는 '개인이 아닌 단체상 수상 시 인정 여부'에 대해 “개인수상만 인정한다. 단체 수상은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공식 답변이 올라와 있었다. 이는 곧 정 씨의 수상 시기와 입상 부문 모두 평가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는데도 정 씨는 이대에 합격했다는 뜻이 된다.

10월 11일 이대 교수협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당시 체대 입시 평가에 참여했던 일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입학처장이 평가자들에게 면접에서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한 것이 사실”이라며 “입시생 중 정 씨가 특이하게 금메달과 선수복을 지참했다”는 증언을 올렸다가 직접 삭제하는 일도 벌어졌다.

정씨의 특혜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출석하지도 않은 수업에서 높은 학점을 취득한 사례가 끝도 없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이대 학생들은 물론 교수협의회까지 나서 의혹 해소와 총장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고, 결국 10월 19일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이끌어냈다. 최 총장은 물러나는 자리에서까지도 최순실 씨 딸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사실, 이번 사건과 비슷한 사례는 얼마 전에도 있었다. 올해 초 터진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딸의 성신여대 입학 특혜 의혹이 그것이다. 권력형 대형 사건이 워낙 많이 발생하다 보니 나경원 의원 사건은 어느새 언론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말았지만, 수험생이나 학부모, 교사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입시는 누구나 공정하게 치러야 한다. 의혹이 있으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하고, 비리가 있다면 입시 부정을 저지른 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엄벌을 내려야 한다. 또한 부정하게 대학에 입학한 학생에게는 입학취소 처분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미봉책만으로는 절대 입시부정을 뿌리째 뽑을 수 없다. 결정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바로 입시부정을 저지른 대학에 1년 간 신입생 선발을 금지하는 처벌을 내리는 것이다.

서슬 퍼런 권력 앞에서 당당하게 정의를 입에 올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대학 총장이라도 마찬가지다. 만약 입시부정으로 인해 한 해 신입생 모집이 금지된다면 대학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입시부정 예방과 자정 노력에 힘을 쏟을 것이다. 대학이 권력의 무시무시한 압제와 달콤한 유혹 앞에서 흔들리지 않게 하려면 “입시 비리를 저지르면 한 해 신입생 농사를 망친다”는 준엄한 경고가 필요하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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