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고교생 “국민은 '꼭두각시 공주'의 개 돼지가 아니다” 소신 발언 화제

   
▲ 대구시국대회 자유발언대에 오른 대구 송현여고 조성해 학생 <출처=유튜브>

현대의 모든 국가는 피부색, 민족, 성별, 출신지역, 거주지, 종교, 학력, 문자해득 등에 관계 없이 특정한 연령에 이른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한다. 전 세계 196개 국 중 170여 개 나라에서 만 18세 이상의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OECD 가입국으로 전 세계 국가 중 경제규모 11위를 자랑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선거연령은 만 19세 이상이다.

유럽 전체, 오세아니아 전체, 아시아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만 18세 이상을 선거가능 연령으로 규정하고 있고, 심지어 오스트리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쿠바, 니카라과 등에서는 만 16세 이상을, 북한,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수단, 남수단 등에서는 만 17세 이상을 선거 가능 연령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만 18세 이상으로 선거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십여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고 관련 법안도 수차례 국회에 발의됐지만, 정부여당의 반대로 국회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수년 째 표류해 왔다.

그런데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거연령을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한 살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1월 6일 대표 발의하면서 선거연령 개정 논의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새누리당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18세 청소년은 정치적 판단력이 떨어지고 공부에 집중할 나이이기 때문에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새누리당은 대구경북과 강원도 등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특히 고령인구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선거연령이 낮아져 저연령대 투표율이 높아질 경우 야권의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계산에 선거연령 개정에 극구 반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앞서 내놓았던 더민주 윤후덕 의원은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미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췄다”며 “사회 발전과 세계적 추세에 맞춰 선거권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정치·사회의 민주화, 교육수준의 향상 및 인터넷 등 대중매체를 통해 정보교류가 활발해진 사회환경 등으로 인해 18세에 도달한 청소년은 이미 독자적인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추었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더 앞선 2010년에 선거연령 하향 조정 개정안을 발의했던 민주당 소속 최영희 전 의원도 “우리나라의 병역법과 공무원임용시험령에서도 18세 이상의 자에 대해 각각 병역의 의무와 공무담임권을 규정하고 있고, 민법상 혼인 및 도로교통법에 따른 운전면허 취득 또한 18세 이상이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 법에서는 18세 이상의 자에 대한 독자적인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70만 명 정도의 18세 청소년이 유권자로 새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11월 5일 대구 지역에서 펼쳐진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요구 시위에서 대구의 한 고등학생이 자유발언대에 올라 외친 일성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 송현여고 2학년 조성해 양은 이날 연단에 올라 ‘청소년은 판단력이 미성숙하다’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주장이 무색하게 어른을 뛰어넘는 정연한 논리와 설득력 있는 연설로 청중을 압도했다.


많은 이들이 조 양의 발언에 대해 민심을 꿰뚫은 ‘사이다’ 발언이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지 못한 어른들이 꼭 보고 배워야 할 스승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청소년 참정권을 허하라는 요구도 사회 곳곳에서 강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청소년들의 시국선언이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전국 곳곳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는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에도 성인뿐 아니라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이 다수 참가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있다.

<에듀진>은 청소년도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판단력과 지적 능력을 갖고 있음을 더 이상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서, 청소년 참정권 부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며 조성해 양의 연설 전문을 싣는다.

■ 대구 송현여고 2학년 조성해 양의 연설 전문

먼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신 걸 보니 제가 혼자는 아닌 같아서 굉장히 힘이 됩니다. 박 대통령, 아니 사실 그녀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이 세상 어느 나라 어느 사전에서도 나라를 무당에게 맡기고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지도자를 칭하는 호칭이 없어서 아직은 부득이하게 대통령이라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오늘 그런 박 대통령이 국가권력을 사유한 최순실 씨와 함께 국민을 우롱하고 국가를 저버린 죄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사실 저는 굉장히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평소 같았다면 역사책을 읽으며 다다음 모의고사를 준비하고 있었을 겁니다. 허나 저는 이 부당하고 처참한 현실을 보며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에 오늘 이 살아있는 역사 속에 서게 됐습니다.

저는 뭔가를 해야만 했습니다. 저를 위해 피땀 흘려 일하시는, 그러나 사회로부터 ‘개 돼지 흙수저’로 취급받으며 살아가는 사랑하는 저의 부모님을 위해, 사회에 나오기 전부터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수험생 언니를 위해, 또 아직은 너무 어려서 뭘 잘 모르는 동생을 보며 이들에게 더 나은 내일과 모레를 주기 위해서 저는 무언가를 해야만 했습니다.

현재 박 대통령은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언론은 박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 씨에게 비난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현재 최순실게이트 외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반도 사드 배치, 위안부 합의 강행, 세월호 참사 등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정책과 대처로 국민을 농락해 왔으며, ‘증세 없는 복지’라는 모순적인 정책을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된 후 담배세 등 간접세를 인상하며 서민들을 더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치와 경제를 위해 하야할 수 없다는 식의 메시지를 남겼지만. 여러분 그녀가 있을 때도 국정이 제대로 돌아간 적이 있기는 했습니까? 대체 당신이 만들고 싶었던 나라는 어떤 나라입니까? 당신이 되고자 했던 대통령은 어떤 사람입니까? 약속했던 복지는 물거품이 됐고 국민들의 혈세는 복채처럼 쓰였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이런 사회와 현실을 보며 ‘이러려고 공부했나’ 하는 자괴감을 느끼고 괴로울 뿐입니다.

즉 박 대통령 아니 박근혜 씨야말로 이 모든 문제의 본질이자 근원이며, 최순실 씨는 이 문제의 포문 역할을 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 박대통령이 대통령 즉 국민의 대표자라는 권력과 직위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권력이란 그 힘의 크기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 또한 커지는 법입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 그리고 우리 주권자가 맡긴 권력을 사사로운 감정에 따라 제멋대로 국민 주권자의 허락 없이 이를 남용해 왔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권력을 남용했다면 이제는 그 권력을 남용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질 차례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개국 97년 11월 5일 다음과 같이 박대통령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하나, 박 대통령은 연설문 및 청와대 홍보자료를 무단으로 배포, 수정하여 민주주의를 부정한 최순실 국정개입과 관련된 모든 최순실게이트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십시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쭙잖은 해명이 아닌 진실입니다. 우리 국민 그리고 주권자는 이를 알아야 하고 이를 알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하나, 박 대통령은 본인을 포함 국가 근간을 유린하고 국민을 농락해온 자들에 대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검찰 수사를 즉각 진행해 주십시오. 정부도 국회도 믿을 수 없는 마당에 검찰의 말을 믿을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아주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위해 엄중히 처벌해주십시오. 우리는 더 이상 이 의미 없는 진실게임을 계속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나, 박 대통령은 감성팔이 식의 쇼를 중단하고 진정성 있고 책임 있는 사과로 응답하십시오. 우리는 꼭두각시 공주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개 돼지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런 당신에게 100초 또는 9분 20초짜리의 정성스런 헛소리가 아닌, 앞서 언급한 모든 잘못에 상응하는 책임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물론 당신의 지지율이 5퍼센트이고 10대 20대 지지자가 100명 중 한 명밖에 안 되는 이 판국에서, 당신의 사과는 먼저 당신이 하야했을 때 그 빛을 진정히 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저는 두렵습니다. 오늘 우리의 민주를 향한 노력이 그리고 이 사건의 본질이 언제나 그랬듯이 다른 사건들처럼 점차 희미해지고 변질돼 잊힐까 봐, 또 이 제정일치 사회 속에 몸담아야 할까봐 저는 두렵습니다. 저는 두렵습니다. 이런 사회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다 같이 노력해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꿈 꿀 수 있는 내일을 위해 부디 오늘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56년 전 1960년 5월 28일 바로 이 땅에서 대구 학생들이 불의와 부정을 규탄하며 민주주의를 지켰듯이, 바로 오늘 또다시 우리 대구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다시 일궈내야 할 때입니다.

존경하는 대구시민 여러분, 이제 마지막이 아닌 시작입니다. 이 길의 끝이 어디일지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꼭 함께 손잡고 그 끝을 봅시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민주주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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