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맹신하는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지역 대학, 교육 혁신 걸림돌?

   
▲ 부산교육청에서 개최한 학부모 대상 대입 설명회 <사진 제공=부산교육청>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A고등학교 고3 학생들의 대입 지원 현황을 살펴보았더니 전교생 108명 가운데 오직 4명만이 수능 정시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수능 정시에 지원한 4명은 일반계열 지원자가 아니라 모두 미대 입시를 치르는 학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교생 중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을 뺀 전체 수험생이 모두 수시로 대학에 진학한다는 의미이다.

다른 지역 고교도 A고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구 50~60만의 비수도권 중소도시 일반고는 보통 수시로 70% 이상이 진학하며, 수시 진학률이 90%에 이르는 학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수시에서는 여전히 학생부교과로 가장 많은 신입생을 선발하지만, 수능이 학생부교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해가 갈수록 감소되는 추세이다. 많은 대학들이 학생부교과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고 있으며, 수능 최저가 있더라도 수능 응시 여부를 묻는 통과의례 정도로 기능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목·자사고 프리미엄이 사라진다
정시 수능은 시골보다는 중소도시, 중소도시보다는 대도시, 특목·자사고에서 강세를 보인다. 수능에 강한 대도시라도 일반고의 경우에는 최상위권 몇 명을 제외하면 수능을 통한 상위권 대학 진학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더구나 최상위권 대학의 2017학년도 수능 정시 모집인원이 기껏해야 2,700여 명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목, 자사고 출신 학생들도 수능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특목, 자사고 중에는 재수생 비율이 50%에 이르는 학교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2018학년도부터 고려대가 학생부 위주로 선발하고 서울대 역시 정시인원을 줄이다 보니 최상위권 대학의 정시 선발인원이 500여 명이 줄었다. 서울대는 이미 2013학년도부터 수시 전체인원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선발하고 있으며, 2018학년도에는 무려 전체 인원의 78.5%를 학종으로 선발한다.

이에 따라 최상위권 대학의 정시 진학은 특목, 자사고 학생들에게도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됐다. 그동안은 수능으로 최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비율이 특목,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훨씬 높았지만, 정시 선발인원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지금은 그마저도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이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특목, 자사고에 진학하는 것보다는 일반고와 특목, 자사고를 놓고 어느 쪽에 진한하는 것이 더 유리할지를 생각하고 진학을 결정해야 한다. 특목, 자사고의 전체 졸업인원 2만 5천여 명 가운데 정시로 최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는 수는 10% 전후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평택대학교 입학처 http://goo.gl/U8HF3S


수시에 올인해야 할 일반고 "수능 포기 못 해"
그렇다면 일반고 상황은 어떨까. 일반고는 수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일선 고교의 현실 인식 수준은 과거 수능 중심 시대에서 멈춰서 있다. 수시에 집중하려면 수업 등 교육 과정을 수시 중심으로 일신해야 하는데도, 대다수 학교가 수능 중심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필고사 역시 EBS 연계문제를 출제하는 식으로 수능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학생들로 하여금 수능 시험을 보지 않아도 내신을 위해 수능 공부를 해야 하는 모순에 빠뜨리고 있다. 학교에서는 수능 중심 수업을 받고 학교가 끝나면 부리나케 학원으로 달려가 수능에 나오는 EBS 연계문제 풀이에 허덕인다. 그런데 정작 대학 진학은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한 수시로 들어간다.

전교생 300여 명 가운데 넉넉잡아도 최상위권 학생 10명 정도만 수능 시험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나머지 290명까지 불필요한 수능 중심 수업을 1년 내내 받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고교가 처한 현실이다.

대학은 일선 고교에 교육 방향을 수시 중심으로 대전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예컨대 대학은 어려운 영어 시험 문제를 한두 개 더 맞히는 학생보다 영어원서를 읽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며, 이런 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더구나 대학들은 수시를 대폭 확대하면서 학생부교과에서조자 수능 최저를 폐지하고 수능 최저가 없는 지역학생 선발전형을 확대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고가 하루 빨리 수능 중심의 교실 수업과 EBS 연계문제 중심의 지필고사 출제를 중단하고 수시 중심으로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학교도 살고 학생도 사는 유일한 방법이다.
 

     
 

수시 중심으로 교육 과정 혁신해야
영포자, 수포자가 전체 고등학생의 50%를 넘는 참담한 교육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할 때이다. 그들에게 수학이 재미있고 유용한 학문임을 깨닫게 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영포자, 수포자가 절반이 넘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학생들이 시험에 질려 있다는 말이다. 학생들이 시험 때문에 위축돼 있다 보니 중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10년 동안 영어 공부를 해도 제대로 된 영어회화를 할 줄 아는 학생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반면 미국이나 필리핀에 어학연수를 다녀오면 단 1년을 배우더라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능수능란하게 영어 회화를 구사한다.

문제는 교육 방법이다. 얼마나 교육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교육하느냐가 학습의 질을 좌우한다. 고교 교육 과정 역시 이처럼 흥미와 재미를 주는 수업과 평가로 대전환해야 한다.

최근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수능 최저를 없앤 대학이 급격히 늘고 있다.

서울권 대학에서는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수능 최저를 없애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 한남대는 2017학년도에는 국어교육과, 영어교육과, 간호학과 선발에 수능 최저를 뒀지만 2018학년도부터는 수능 최저를 완전히 없앴다. 또한 천안아산의 호서대 역시 2018학년도부터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의 면접전형(574명 선발), 지역학생전형(322명 선발)에서 수능 최저를 완전히 없앴으며, 학생부 100% 전형(695명 선발)에서도 간호학과를 제외하고는 수능 최저를 완전히 없앴다. 물론 학생부종합전형은 당연히 수능 최저가 없다. 

수능 맹신하는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지역 대학, 교육 혁신 걸림돌
반면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지역은 여전히 수능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곳이다. 정치적으로 보수색이 강한 지역 특성이 교육계에도 적용되는 듯하다. 이들 지역을 두고 ‘학종의 블랙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지역 교육계의 수능 중심 보수주의는 철옹성처럼 견고하다.

이 지역 대학 중에는 학생부교과는 물론이고 학생부종합에까지 수능 최저를 두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곧 이 지역 대학 대부분이 학생부를 통해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오로지 국가가 시행해 주는 수능 시험 성적에 따라 학생을 뽑으며 세상의 변화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학의 이런 복지부동은 결국 학생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다른 지역 학생들이 수능의 덫에서 빠져나와 진로 로드맵에 따라 학생부를 관리하며 입시 준비에 들어갈 때, 이 지역 학생들은 여전히 수능에 발목 잡힌 채 수능 문제 한두 개를 더 맞히기 위해 학교와 학원에서 시달려야 한다. 심하게 말하면 이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는 그야말로 대학의 봉인 셈이다. 오로지 대학의 편의를 위해 애꿎은 학생들이 필요도 없는 수능 공부에 올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학생들 가운데 수능 최저가 없는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대전권이나 천안권 대학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변화를 외면한 채 갈수록 퇴행하고 있는 지역 대학에 굳이 값비싼 비용을 치러가며 들어가야 할 이유는 없다. 실제로 이들 지역에서 타 지역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꽤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학생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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