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행복, 부모에게 달렸다

   
 


S대 의대 교수 아버지의 고백
부모교실을 진행할 때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아버지가 눈물을 글썽이며 고백했다.

   
▲ 김향숙 박사

“아들이 시인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의사가 되라고 했죠. 생각해 보세요. 시나 쓰면서 어떻게 밥벌이를 해요? 극구 말렸습니다. 반항? 많이 했죠. 꺾었습니다. 소리도 지르고, 협박도 하고, 매도 들고, 달래기도 하면서. 결국 포기하더군요.

이때부터 아이를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었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죠. 그러면 S대에 들어갈 수 있다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스케줄 다 짜주고, 학원에 들어야 할 과목까지 다 정해주었죠. 결국, S대 의대에 합격해서 교수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어요. 일중독자가 되어 버렸어요. 집에 들어오지를 않아요. 결혼할 생각도 안 해서 억지로 선봐서 결혼시켰더니 5년 만에 이혼하고 말았죠. 나이 40이 넘었는데 혼자 살아요.

작년에는 갑자기 교수직을 사임하겠다는 거예요.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면서. 겨우 달래서 이미 제출한 사직서 대신 휴직서를 내게 했죠. 그것도 내가 총장을 직접 만나서. 그런데 복직을 안 하겠다지 뭡니까? 이번 주말이 기한인데…. 내가 자식을 너무 잘못 키웠어요.”

그 아들은 말했다, “저는 장남이라는 책임감으로 부모에게 좋은 아들이 되기 위해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저는 어린 아이 때도 항상 성숙해야 했습니다. 시키는 대로만 했죠. 한 번도 내 인생을 산 적이 없어요.

다시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면 저는 절대로 교수를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요즈음은 왜 사나 싶어요. 다 때려치우고 싶어요. 복직? 안 할 겁니다!”

이 말을 하는 아버지의 얼굴은 한없이 초라했고, 아들은 인생을 포기한 듯했다.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부모들
이처럼 한평생 다른 누군가의 기대에 따라 자신의 삶을 형성하도록 강요받는 성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결혼도 취직도 거부하면서 부모 품을 떠나지 않는다. 이들과 관련된 용어도 다양하다.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는 피터팬처럼 몸은 어른이지만 생각과 행동은 아이 같이 하는 피터팬 신드롬(Peter Pan Syndrom), 국가가 대외채무의 상환을 연기하는 것처럼 사회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지 않으려는 모라토리엄형 인간(Moratorium), 일하지 않으며 학교도 다니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니트족(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Training), 아기 주머니속의 캥거루처럼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부모 신세를 지려는 캥거루족,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아이의 취향을 간직하려는 키덜트(Kid-Adult) 등이 그것이다.

이 모두는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한 부모들 책임이다. ‘떠남’은 자녀 양육의 궁극적 목표이다. 그런데 부모들은 자녀를 떠나보내지 않으려 한다. 내 품안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시키는 대로, 내 말 잘 듣는 자녀로 양육한다. 자녀의 결정권과 선택권을 존중하지 않는다. 생각할 기회를 박탈한다.

옷, 머리 모양, 음식, 음악 등 사소한 취향에서부터 진로, 대학 진학, 직업, 배우자 선택에 이르기까지 모든 판단과 결정을 부모가 한다. 어느 순간 자녀는 엑스트라로 전락한다. 구경꾼이 된다. 주인공인 부모 눈치만 살핀다. 명령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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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 의해 조종되는 꼭두각시 인생 끝에, 자녀에게는 결국 무기력과 우울감, 무가치감, 허무감, 열등감이 찾아든다.

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니 인생은 혼돈의 연속이다.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어린 아이가 되어 결혼을 했음에도 여전이 부모에게 의존한다.


자녀를 엑스트라가 아닌 주연배우로 키우는 법
떠나려는 자녀와 떠나보내지 않으려는 부모 사이의 한판 전쟁은 사춘기 때 극치를 이룬다. 호르몬의 대반란으로 인한 격동, 이것은 부모들의 월권행위를 보다 못한 창조주의 직접개입이다. 자기 인생에 무단 침입한 부모들에 맞서 자기 인생을 찾으라는 창조주의 지원사격이다. ‘나’를 주어로 내세운 거친 소리가 난무한다.

“싫어요! 내가 할 거예요. 내 인생이라고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제발 이래라 저래라 간섭 좀 하지 마세요!”

독립을 향한 자녀의 열망이다. 그런데 부모는 자신에 대한 반항과 도전으로 해석한다. 이러니 창조주의 의도와 엇박자를 놓는 어리석은 개입이 난무한다.

“이 불효자식 같으니라고. 기껏 고생하며 키워놨더니 말버릇 좀 봐. 네 인생이 어떻게 네 것이냐? 내 것이지. 찍 소리 말고 엄마, 아빠가 시키는 대로 해!”

눈을 부릅뜨고, 발을 구르고, 주먹을 쥐고 흔들며 “내 인생은 내거야!”라고 온 몸으로 소리치는 자녀들! 더 늦기 전에 알아들어야 한다. 독립을 향한 그 간절한 아우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부모들이 쥐고 있는 결정권과 주도권을 반납해야 한다.

자녀를 엑스트라가 아닌, 주연배우로 즉시 승격시켜야 한다. 이를 일컬어 ‘심리적 탯줄 끊기’라 한다. 미숙아가 아닌,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김향숙 대표는 교육학 박사로 행복발전소(www.hifamily.net)와 힐링센터 바디앤마인드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하이패밀리 가정사역 MBA원장이며 부모교육 및 상담전문가이다. SBS TV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MBN <부부수업 파뿌리> 등 다수의 방송매체에 출연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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