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선진 의료서비스를 알린다

   
 

인문계 선배의 취업&직업 이야기 -  국제 의료코디네이터
서정현, 러시아어문학 전공,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국제진료협력센터 러시아코디네이터

안녕하세요? 국제 의료코디네이터 서정현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전공을 선택할 당시에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영어를 좋아해서 영문학을 진학할 생각이었는데 글로벌한 시대에 영어를 잘 하는 것은 기본이고 영어만 할 줄 아는 것은 희소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러시아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해 알아보고 싶고 러시아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러시아어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제의료코디네이터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내 의료진과 외국인 환자의 의사소통을 도와요
국제의료코디네이터는 외국인 환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치료나 수술을 받을 때 우리나라 의료진과 외국인 환자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으로 치료 후 관광·쇼핑 등 외국인 환자가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모든 일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갖고 있는 정보를 안내해드리기도 하고 가이드와 연결을 해드리기도 하며 티켓 구매 같은 일도 대행해드립니다. 그래서 여행사·숙소 등과 병원이 MOU를 맺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환자가 해외에서부터 연결되어 오는 경우보다는 국내 여행 중 다치거나 의료 서비스가 필요해서 오는 경우도 있고 현지에 있는 환자가 유치되어 병원에 오는 경우도 있는데요.

국제의료코디네이팅 서비스의 모든 절차를 이용하는 주 고객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국가인 러시아 혹은 CIS국가(예: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러시아와 그 주변의 CIS국가들은 한국에 비해 의료시설이 많이 낙후되어 있습니다. 공산국가라 병원치료가 무상 지원되는 국가이지만 매우 오래 기다려야 해서 비용을 지불하고 개인 병원으로 많이 가는 편입니다. 그렇더라도 의료장비가 많이 낙후되어 있고 장비가 있는 병원의 경우에도 숙달된 전문의가 부족합니다. 우리나라 의료 기술보다 10-20년 정도 뒤쳐져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병원은 종합병원으로 암을 비롯한 중증치료를 전문적으로 하기 때문에 중증환자가 많고 건강검진을 목적으로 방문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중증 치료자의 경우 순수 의료서비스를 목적으로 하지만 건강검진이 목적인 분들 혹은 환자의 가족은 관광과 관련한 안내도 필요로 합니다. 주로 미용 등이 목적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성형외과, 피부과 등) 관광에 대한 안내 비중이 큽니다.

언어능력이 뛰어난 여성에게 취업문 더 넓어
국제의료코디네이터로 근무하는 남자 여자 비율은 3:7 혹은 4:6정도로 예상합니다. 특별히 여직원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언어전공자들이 여학생이 더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관절 척추 등의 치료를 하는 정형외과나 대학병원 등은 남자 코디네이터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중년여성들은 패기 있고 친절한 남자 코디네이터의 서비스를 더 좋아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여자 코디네이터가 많은 이유는 성형외과, 피부과처럼 여자끼리만 공유하고 싶은 내용들이 있어서인 것도 있습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같은 경우에는 병원 이미지 홍보를 위해 입직 시 화장기술 및 외모 등을 보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전망에 관한 부분은 제가 일하고 있는 러시아 분야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러시아나 CIS국가의 의료관광이 하루 아침에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10-20년 정도 차이가 나는 의료수준을 따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병원도 얼마 전 결원이 아닌 신규 채용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러시아어 의료코디네이터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적인 행사에서 통역으로 활동하는 등 실전 경험을 쌓으면 좋아요

   
 

저는 대학 3학년 학기 말 즈음 교수님께서 ‘국제의료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이 있다고 소개해주시고 과에서 선발한 일부 학생들이 병원 탐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참여하게 되면서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언어만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직으로서 나만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병원의 특성상 여자 직원이 많은 근무처이기 때문에 근로복지 차원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의료코디네이터로 근무를 하고 있는 선배를 통해 관련 자료를 받아 공부하며 입직을 준비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의료코디네이터 강의를 수강하거나 언어 공부를 계속 했고 입사 면접 준비를 위한 자료 수집 및 정리 등도 했습니다. 러시아어 실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매년 학교에 연결되는 교환학생들이 있는데 그들의 학교 생활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현지인들과 러시아어로 대화를 나눌 기회를 자주 가졌습니다. 또한 국제 페스티벌 등에 통역 자원봉사자로도 활동했습니다. 국제 페스티벌의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1-2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함께 합숙을 하며 지낸 것도 언어 구사 능력 발달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면접 시 주로 러시아어 구사 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진행이 되는데요. 러시아어로 의료상황을 제시해주면 한국어로 설명을 하거나 반대로 한국어로 의료상황을 제시해주면 러시아어로 설명해보기도 하고 진단서를 번역해보기도 했습니다.

응급상황에는 24시간 대기하는 어려움도 감수해야
24시간 콜대기를 해야 하므로 자다가 새벽 한두 시에 전화를 받기도 합니다. 새벽에 전화를 받는 경우에는 주로 응급상황으로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경우입니다. 그래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환자 입국에 맞춰 병원 차량을 준비해 함께 가야 합니다. 입국 시간이 늦은 저녁이나 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 시간이 할애되기도 합니다.

늘 언제나 긴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고 역지사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업무에 대한 자부심, 책임감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입니다. 관광 중 필요한 요청사항을 전달하기 위한 전화를 받기도 합니다. 러시아인의 특성상 영어를 잘 못하고 영어를 쓰더라도 발음이 달라 서로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중증환자의 경우 환자를 대할 때 힘이 들기도 합니다. 병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예민하기 때문이죠. 요청사항에 변덕을 부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환자와 대화하며 라포를 형성하고 치료 과정을 통해 점점 회복되어 가면서 얼굴이 밝아지고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며 연신 고맙다고 표현을 해줄 때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환자를 통해 자연스런 바이럴 마케팅이 일어날 때가 있어요. 누구 소개로 오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업무를 잘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된 것이라서 큰 상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합니다.

   
▲ 광주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iRIvID


통역과 번역 업무가 5:5 정도로 페이퍼 업무도 만만찮은 일
우선 언어스킬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통역과 번역 업무가 5:5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때로는 페이퍼 업무가 더 많을 때도 있습니다. 현지 병원에서 받은 진료기록, 의뢰서 등을 받으면 우리말로 번역해야 하고 이에 맞는 치료 계획서 및 병원 정보, 수술동의서, 기타 정보 등을 다른 언어로 번역해서 보내야 합니다. 이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어야 하죠.

사람을 대하는 일이므로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중요합니다. 라포를 형성하고 환자를 안심시키며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행간의 의미를 읽는다고 해야 할까요? 환자가 해준 말에 대한 직역뿐 아니라 그 속에 포함된 의미를 읽고 제시해줄 정보나 도와줄 수 있는 서비스를 생각해보고 이를 조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현지의 문화를 많이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저는 러시아에 교환학생으로 가긴 했는데 핀란드에서 가까운 지역이었습니다. 저희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극동지역 쪽의 러시아인입니다. 같은 러시아라도 문화가 많이 다릅니다. 환자들과 라포형성을 하는 데 있어 문화를 알면 접근이 용이합니다. 현지인들을 더 잘 이해하고 싶고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 말입니다.

공감대 형성이 몹시 중요합니다. 라포가 없으면 불만 접수가 많이 일어납니다. 대기시간이 길다거나 숙박시설이 맘에 안 든다거나 제 능력 밖의 불만 사항들도 많습니다. 이런 환자들과 라포가 형성되어 있다면 날카롭고 예민한 부분도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이처럼 각 국가마다 지역마다의 문화를 알아두면 업무에 도움이 됩니다. 병실을 배치 받는 등 타부서 간 협업도 해야 하므로 동료들과의 관계도 원활해야 합니다.

마케팅 능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해외 환자를 내가 속한 병원으로 유치할 수 있어야 해요. 제 경우 입직 시에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잘 몰랐기에 계속해서 의료마케팅에 관한 사이버 강의를 들으며 배우고 있습니다.

의료코디네이팅 지식은 기본으로 갖춰야 하죠. 의학용어를 포함한 내용을 면접 때 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또한 용어 뿐 아니라 병원시스템에 대한 배경지식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 강의 등 다양한 매체에서 관련 강의도 많고 자격증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자격증이 필수는 아닙니다.

 

*출처=한국고용정보원 '인문계열 진출직업'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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