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기준 오리무중..석연치 않은 부산대·영남대·안동대 선정 결과

   
▲ 호서대 수시전형 수험생 대기실 <사진 제공=호서대>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부당 선정 의혹 짙다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이하 지원사업)이 지역별 나눠먹기식 수혜 대학 선정으로 인해 연간 400~600억 원의 혈세가 엉뚱하게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교육부의 위탁을 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대입 전형을 잘 설계해서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공헌한 대학을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선정된 대학 중에는 수능 성적 중심의 퇴행적 입시 전형을 운영하며 고교교육을 후퇴시키는 학교가 다수 포함돼 있고, 대교협이 이들 대학을 지역별로 교묘히 배분하는 식으로 부적합 대학에 지원금을 퍼주고 있어 사업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본지가 앞서 수차례 기사화한 대로 부산대, 경북대, 영남대 등 경상권 몇몇 대학은 지역 내 고교교육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의 맹주를 자처하면서도, 학생부교과전형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는 것을 완강히 고집하며 지역 고교 교사들로부터 고교교육을 무력화시키는 대학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부산대는 학생부교과뿐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에까지 수능 최저를 두고 있어 부산 지역 고교교육의 퇴보를 이끄는 대학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런데 이런 대학들이 지원사업에 선정돼 거액의 지원금을 챙기고 있는 것은 교육부와 대교협, 해당 대학 사이에 '짬짬이'가 있는 것 아니겠냐는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대교협은 대학 선정 기준을 "학생부 위주 전형, 그 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을 활발하게 운영하는 대학"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구, 경북, 부산, 경남 등에 소재한 대학 대부분이 수도권과 준수도권 대학들이 급속히 폐지해 가고 있는 수능 최저를 학생부교과전형을 통해 여전히 공고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더구나 학생부종합전형에조차도 수능 최저를 두는 대학도 있어 대교협의 말을 수긍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교협은 또한 이 사업 외에도 교육부가 추진하는 많은 사업들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의 면면을 보면 의구심을 떨치기가 힘들다. 최근 최순실 사태와 새누리당 나경원 국회의원의 입시부정 의혹사건에 연루된 대학들은 물론이고, 지역에서 '왕립대'라고 불리는 영남대나 학종에까지 수능 최저를 두고 있어 고교교육 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부산대, 충남대 등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 사업비 부당 사용 의혹을 사고 있는 부산대가 2016년에도 역시 지원 대상에 포함된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석연치 않은 부산대·동아대·경북대·영남대·안동대 선정 결과
부산대의 2017학년도 신입생 선발인원을 살펴보면 학생부교과전형 1,124명, 학생부종합전형 570명, 논술 798명 등으로 수시에서 총 2,938명을, 정시에서 총 1,472명을 모집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인문·사회계열은 국어, 수학(나), 영어, 사탐(2과목) 포함 2개 영역 합 5 이내, 사회과학대학, 경영대학, 경제통상대학은 국어 포함 2개 영역 합 4 이내이다. 또한 자연계열은 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2과목) 포함 2개 영역 합 5 이내이며, 생명자원과학대학은 2개 영역 합 6 이내이다.

   
https://goo.gl/wvn93Z

부산대는 학생부종합전형에도 수능 최저를 두고 있는데, 인문·사회계열에서 해당 모집단위 국어, 수학(나), 영어, 사탐(2과목) 포함 2개 영역 합 5 이내, 자연계열에서 해당 모집단위(생명자원과학대학 제외) 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2과목) 포함 2개 영역 합 6 이내이며, 생명자원과학대학은 2개 영역 합 6 이내로 설정돼 있다.

자칭 타칭 지역 내 최고 대학이라고 불리고 있는 부산대는 지역 내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다른 대학들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위상을 갖고 있는 부산대가 학생부교과와 학생부종합 모두에 수능 최저를 둠으로써 결과적으로 다른 대학 역시 학종 선발인원을 최소화하거나 수능 최저가 있는 학생부교과 인원을 최대한 많이 선발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부산대는 부산 경남 지역 대학들이 학종 확대라는 변화의 흐름에 역행한 채로 수능 위주의 대입전형을 고수하게 하고, 일선 고교의 교육과정 역시 수능 중심으로 움직이게 하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부산대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동아대 역시 학생부교과전형에 수능 최저를 두고 있다. 2017학년도 총 모집인원 4,318명 가운데 수시 3,230명, 정시 1,088명을 선발하며, 1,101명을 학생부종합으로, 1,887명을 학생부교과로 선발하고 있다.

경북대의 경우 모집인원 3,240명 가운데 학생부교과 1,242명, 지역인재 22명, 학생부종합 571명, 논술 902명을 선발하며, 역시 학생부교과에 수능 최저를 두고 있다. 경상대학, 사범대학, 수의과대학, 행정학부는 3개 영역 등급 합이 7 이내 3등급 이내이며, 나머지는 3개 영역 등급 합이 9 이내로 설정돼 있다. 예외적으로 전자공학부 모바일공학전공은 2개 영역(수학가형, 과탐) 등급 합이 3 이내(한국사 응시 필수), 생태환경대학, 과학기술대학이 2개 영역 등급 합 9 이내, 한국사 6등급 이내이다.

지역에서 '왕립대'로 불리고 있는 영남대는 총 4,552명을 모집하는데 수시 2,811명 중 학생부교과 일반 1,555명, 면접 597명, 지역인재 20명 선발에 수능 최저를 적용하고 있다. 잠재능력우수자 300명, 사회배려자 55명을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에는 수능 최저가 없으며, 정시모집인원은 총 1,741명이다.

한편, 경북도청 소재지에 위치한 안동대의 상황은 더욱 놀랍다. 전체 모집인원 1,458명 가운데 수시에서 총 1,050명을 모집하는데, 정원내 970명 가운데 학생부교과전형의 교과 531명, 지역인재 203명 선발에 수능 최저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인원이 71명으로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학생부교과에 수능 최저를 두고 있으면서 학종 선발 인원은 100명도 채 안 되는 안동대가 지원사업 대학으로 당당히 선정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에 대해 안동대 입학처 관계자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안내와 모의면접,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의 웬만한 4년제 대학 치고 안동대 수준의 사업성과를 내지 못한 곳이 거의 없는데다, 학종 선발인원이 71명뿐인 것을 놓고 보면 안동대에 대한 사업지원이 타당한가에 대해선 여전히 강한 의문이 남는다.

   
호서대학교 입학처 http://goo.gl/gd3a2b


호서대, 한남대 등 고교교육 정상화 노력 대학은 번번이 탈락
한 해 최대 600억 원이 지원되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매년 4년제 대학 110여 곳 이상에서 신청이 쇄도하는 교육부의 대규모 사업이다. 대교협은 매년 단계별로 각 3개의 평가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소위원회별로 고교・교육청・대학・민간단체 소속 평가위원을 고루 위촉해 다양한 시각에서 대학의 입학전형과 사업계획을 평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대교협은 선정기준을 “고교교육이 중심이 되는 대입전형을 운영하고, 입학사정관 확충 등 대입전형 운영 역량을 강화하며, 고른기회전형 등을 확대하도록 유도하여 고교교육을 정상화하고, 학생‧학부모의 대입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이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생부종합전형 선발인원을 늘리고 학생부교과에서 수능 최저를 없애고 있는 지방대학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선정 과정에서 계속해서 탈락하고 있어 교육부와 대교협의 선정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예컨대 호서대, 한남대 등 교육부의 고교교육 정상화 방침을 충실히 따르며, 학생부교과에서 수능 최저를 완전히 폐지하고 자유학기제 지원, 학생부종합전형 확대를 위해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 대학들이 선정 과정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는 상황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호서대와 한남대는 이미 지역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대학으로 자리잡고 있어 이들 대학의 변화를 통해 지역 내 고교교육 정상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실제로 이들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은 "연 5천만 원, 1억 원이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학종 확대와 자유학기제 지원 등 고교-대학 연계사업을 더욱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 매번 탈락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하고 있다.
 

   
https://goo.gl/N6jVEY

물론 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 모두에서 문제가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2015년에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입전형 운영과 개선 노력이 우수한 대학으로 평가받은 건국대, 국민대, 서울대의 경우 납득할 만한 사업 운영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건국대는 학생부 위주 전형을 꾸준히 늘려가는 한편, 수능 최저학력기준과 어학특기자전형을 폐지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특히 전형 표준화 등을 위한 타 대학과의 협력 노력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민대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전형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높게 평가 받았으며, 특히 입학사정관을 대규모로 충원하는 등 전형 변화에 맞게 전형운영 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한 점도 눈에 띄었다.

서울대는 지속적으로 간소한 전형체계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입학본부 조직을 갖추고 가장 내실 있게 학생부종합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올해 지원사업 선정 결과 우수 대학으로 평가받은 가톨릭대는 모집단위 특성을 반영해 점진적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하고, 중·고교로 찾아가는 진로탐색 프로그램(전형/전공 체험, 찾아가는 교수 특강, 입시멘토링 등)을 확대했다. 

경희대는 논술전형 및 특기자전형 모집인원을 줄이고, 논술위주 전형 외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앴으며, 입학사정관 수가 22명, 입학사정관 평균 근속기간 54.4개월로 입학사정관 신분안정성이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부와 대교협, '짬짬이', '몰아주기' 오명 벗어야
이 같은 사실은 지원사업 대학 선정이 수도권에서는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사업의 의미는 퇴색한 채 해당 지역에서 영향력이 강한 대학들을 중심으로 짬짬이', '몰아주기'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이 '짬짬이', '몰아주기'라는 오명을 걷어내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대교협이 대학 선정 기준뿐만 아니라 선정 과정에서 각 대학에 부여한 점수까지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업비 배정에 있어 특정 대학에만 거액을 몰아주기보다는, 일정한 기준을 제시한 뒤 이를 통과한 대학 전체에 사업비를 나눠주는 편이 고교교육 정상화에 한층 가까워지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일반고 학생 중 70~80&가 수능 시험을 보지 않고 대학에 가는 시대에, 이를 외면한 채 수능 중심의 성적 줄세우기식 학생 선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대학에 따끔한 일침을 가해도 모자랄 이 때, 오히려 이들의 곳간을 불려주며 비호에 나서고 있는 관계당국의 진심 어린 자성과 변화의 약속이 필요한 때이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15
 

   
https://goo.gl/VKIShu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