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화 끝판왕' 지방 국립대 대신, 환골탈태 중인 사립대에 눈 돌려야

   
▲ 한남대 '수학체험 페스티벌'에 참가한 학생들 <사진 제공=한남대>

거꾸로 가는 고교교육 정상화 사업
교육부가 주관하고 대교협이 위탁 운영하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이 자격 없는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예산을 몰아주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면서 대학으로 하여금 고교교육이 중심이 되는 대입전형을 운영하고 입학사정관 확충 등 대입전형 운영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2014년부터 적극 추진해 왔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부는 서울 상위권 대학이나 지방 국립대 가운데 학생부종합전형을 적극 운영하는 대학에 지원금을 푸는 방식으로 새로운 대입 전형 홍보와 확대에 적극 나섰다. 상위권 대학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새로운 대입 전형은 실제 입시에서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를 거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이름을 바꿔 단 새로운 대입 전형은 이제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상위권 대학은 우수한 인재를 다름 아닌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학종은 인재 선발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전형으로 인정받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교육을 성실히 이행하고 그 과정에서 진로와 학업능력을 배양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마련된 전형이다. 따라서 성적은 최상위권이 아니더라도 진로에 입각한 활동과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고 활동 내용을 오롯이 학생부에 담은 학생들이 최상위권 대학 진학에 성공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보게 된다.

실제로 서울 상위권 대학의 학종 선발 비율은 매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고려대처럼 논술을 완전히 폐지하고 학종을 전면 도입하는 대학도 생기고 있다. 내년에도 많은 대학들이 학종 비중을 대폭 확대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대학들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학종을 확대하는 추세로까지 발전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변화는 상위권 대학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시 비중이 30%를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중위권 이하 대학들 역시 달라진 대입 환경을 외면한 채 성적 중심의 신입생 선발 체제를 언제까지나 고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결과 2017학년도 입시에서 4년제 대학 수시·정시를 통틀어 학생부종합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7만 2,767명)에 달했으며, 2018학년도에는 23.6%(8만 3,231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갈수록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학생부교과전형과 정시 수능전형에 비교하면 그 확대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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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을 알 수 없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그런데 학생부종합전형이 전 대학에 걸쳐 확대일로에 있는 상황인데도,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이 여전히 서울 상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에 편중된 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더구나 지방 사립대들이 적극적으로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수능 최저를 없애고 학생부종합전형을 대폭 확대해 가는 상황과는 반대로,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고 있는 지방 국립대의 경우 학생부교과전형은 물론 학생부종합전형에까지 수능 최저를 두는 식으로 변화 요구에 역행하고 있어 교육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비를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집중적으로 지원해 왔다. 적게는 2억 원부터 많게는 30억 원까지 대학별 지원금은 각양각색이다. 아래 표에서 보듯 지원금은 서울경기 지역에만 56% 이상이 할당되고 있다. 경남, 경북, 충남·북이 10% 이상을 지원받으며, 전남·북은 8%, 강원은 3% 이내로 지원된다. 대략 지역별 대학 수와 인구수에 맞춰 배분한 모양새다.

또한 지원액을 비교해 보면 매년 400억 원에서 많게는 600억 원 이상이 책정되는 지원사업비가 여전히 서울 상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 등 60여 개 대학에 집중적으로 배분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각 지역의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수는 과연 지역별 대학수와 비례할까. 정답은 ‘No'이다. 본지가 지난 기사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나눠먹기 전락?[링크 클릭]에서 밝힌 것처럼 경남과 경북 지역에서는 부산대, 경북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을 공고히 하며 고교교육 정상화에 반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도, 이들 대학들에 대한 지원은 매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반면, 충남의 경우 호서대, 한남대 등 사립대를 중심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하고 수능 최저를 철폐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지원사업의 수혜자로는 학생부교과는 물론이고 학생부종합에까지 수능 최저를 두고 있는 충남대가 낙점됐다.

대교협이 충남 지역 사립대들의 변화 노력은 도외시한 채 학교수업의 수능 종속화를 유발하며 고교교육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는 대학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와 대교협이 과연 사업 취지를 제대로 알고 수혜 대학을 선정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부분의 사업들이 지원금을 지방 거점대에 우선적으로 배분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정부가 알아서 챙겨주니 대학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진다. 지방 거점대의 취업률이 대부분 평균 이하를 달리고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취업률에서 꼴찌를 달려도, 고교교육을 더욱 위기에 몰아넣어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오히려 거액의 지원금을 내려 주는 현재 상황에서는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발 벗고 뛰거나 교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리는 만무하다.

■ 2015, 2016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선정 대학과 지원금 비교

구분 2015년 2016년 구분 2015년 2016년
경남 11.2%, 11% 경상대 8 경상대 6.9 경기 10.6%, 9.9% 가톨릭대 7.2 가톨릭대 12
동아대 11.2 동아대 14 강남대 6.8 경기대 4.7
동의대 8.9 동의대 7.8 경기대 13 단국대 13
부경대 5.7 부경대 5.7 단국대 13 대진대 4.6
부산
가톨릭대
4.4 부산
가톨릭대
7.6 대진대 4.3 아주대 6.9
부산교대 4.5 부산교대 3.5 아주대 5.5    
부산대 4.2 부산대 4.3 합계  49.8 합계  41
    진주교대 2 서울 46%, 45.3% 건국대 17 건국대 5.4
합계  46.9 합계  51.7 경희대 15 경희대 19.1
경북  9%, 10.6% 경북대 11.5 경북대 9.4 고려대 6.5 고려대 16.63
계명대 6.8 계명대 5.5 광운대 6.7 광운대 4.9
대구교대 2.5 금오공대 2.3 국민대 19 국민대 7.4
안동대 4.4 대구대 2.6 동국대 9.9 동국대 9.9
포항공대 8.8 안동대 3.3 명지대 6.5 명지대 15.5
한동대 8.3 영남대 3.8 서울
과기대
8.1 상명대 5.0
    포항공대 9.1 서울교대 2.5 서강대 7.2
    한동대 8.4 서울대 25 서울대 20.0
합계  42.3 합계  44.4 서울
시립대
7.8 서울
시립대
5.0
충남·북  9%, 10.3% 공주대 6 공주대 12 서울여대 11.5 서울여대 9.0
선문대 6.9 선문대 5 성신여대 9.1 성균관대 4.7
순천향대 9.6 순천향대 6.5 세종대 4.9 성신여대 8.4
충남대 5.5 충남대 3.2 숙명여대 9 세종대 4.1
충북대 5.9 충북대 8.3 숭실대 8.6 숙명여대 8.8
한국
교원대
2.5 한국교원대 2.2 연세대 6.5 숭실대 8.6
한국
교통대
5.6 한국교통대 5.6 이화여대 6.5 연세대 3.1
합계  42 합계  43 중앙대 9.5 이화여대 7.1
전남·북 8.5%, 7.9% 광주교대 2 광주교대 2 한국외대 12.5 중앙대 4.1
목포대 3.3 전남대 4.7 한양대 13 한국외대 8.4
전남대 6.5 조선대 7.2     한양대 7.6
조선대 9.3 군산대 2.2 합계  215.1 합계  189.93
원광대 5.2 원광대 3.4 강원 3.2%, 1.4%  강원대 7.1 한림대 5.8
전북대 6.5 전북대 6.7 춘천교대 2    
전주대 6.8 전주대 6.8 한림대 5.8    
합계  39.6 합계  33 합계  14.9 합계  5.8

*구분 항목의 %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비 중 2015년(앞)과 2016년(뒤)의 해당 지역 대학 지원금 비율을 나타냄. 

   
한남대학교 입학처 http://goo.gl/JWfyJv


지원사업 탈락 대학, 자유학기제 이중고로 골치
한편, 지원금의 사용처에 대한 감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쉽게 말해 '눈먼 돈'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지원금을 받은 대학 중에는 지원금으로 교사 연수를 실시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3~5만 원 정도의 뷔페 식사를 제공하거나 1~2만 원 정도의 선물을 지급하는 학교도 있다. 또한 교수위촉사정관들에게 연간 500만 원 이상을 ‘보너스’로 지급하며 지원금을 인건비로 처리하는 대학도 있다. 돈이 남아돌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대학들이 부지기수다.

반면 지원금을 받지 못한 대학들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해 발생한 성균관대의 입학사정관 해고 사태였다. 성균관대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해 입학사정관을 다수 고용하고 철저한 준비를 해왔지만, 사업 선정에서 제외돼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자 인건비를 부담하기 힘들어 입학사정관들을 대거 해고하게 된 것이다.

일부 대학들이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학생부종합전형 모델을 만들고 이를 현실화하는 데 사용해야 할 지원금을 흥청망청 낭비하는 사이에, 지원금을 받지 못한 대학에서는 이미 완비된 학생부종합전형마저 제대로 운영할 수조차 없게 되는 이런 기형적인 지원 행태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이 사업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특정 대학만을 위한 지원사업이 돼서는 안 되며,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이라는 본래의 사업 목적에 따라 학생부종합전형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대학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최근 달라진 것이 하나 더 있다.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시행됨에 따라 정부에서는 대학에 자유학기제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 문제다. 수혜자인 학교나 학생들이 비용의 일부분을 부담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대다수의 프로그램은 대학이 전적으로 비용을 도맡을 수밖에 없어, 많은 대학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정부의 요구에 응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프로그램 관련 인건비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교사들의 점심식사 비용까지 대학이 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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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불거진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학 평가지표를 대대적으로 개선할 예정으로 국회에서 개선안 작성을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특히 고른기회전형의 비중을 강화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운영상의 문제가 발견되면 해당 대학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우수인재 선발의 가장 유효한 모델이 되면서 지방 중하위권 대학들까지도 이를 적극 도입해 가고 있지만, 중하위권 대학은 사정평가위원 등 학종에 가장 기본이 되는 전문 인력 수급부터 힘들어하고 있다. 사업 지원금을 서울 상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에만 수십억 원씩 올인해서는 안 되며, 더 많은 대학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부 상위권 대학에 수십억 원씩 지원금을 몰아주는 대신, 중위권 이하 지방대 가운데 학생부종합전형을 잘 시행하고 있는 대학을 찾아 1억 원씩만 지원해도 학생부종합전형은 전국적으로 더욱 확대되고 수능 최저를 없애는 대학도 대폭 증가할 것이다. 이는 결국 일선 고교가 수능 중심주의로부터 해방되어, 학교 현장에서 진로교육, 토론수업, 수행평가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며, 전체 학생들의 학생부 관리 또한 더욱 세심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이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학생의 꿈과 끼를 북돋우는 창의 인성 교육에 한 발 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사업을 운영하는 대교협, 그리고 이를 관리 감독하는 교육부와 국회의 조속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한 때이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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