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기특’하거나 ‘무시해도 좋은’ 이들인가

   
▲ 11월 26일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 <사진=에듀진>

 

최근 학교에서 시국선언 참여 유도 피케팅을 했다가 교무실에 끌려가 선생님들로부터 “청소년이 학교에서 정치적인 선동,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꾸중을 1시간 내내 들어야만 했다.

시국선언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교칙을 내세우며 “책임을 지라”고까지 했다. 대체 무엇에 대한 책임을 말하는 걸까? 교내 활동을 할 때는 선생님들의 허락을 받는 게 절차라고 했다. 심지어는 “청소년에게는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하야하라고 할 수 없다”며 수준 낮은 정치의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선생님도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대한민국이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다. 평일 저녁에도 전국 각지에서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으며, 광화문에선 토요일마다 100만, 200만의 촛불이 타오른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국민항쟁이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지금, 가장 특별하게 다뤄지면서도 가장 어렵게 목소리를 내는 계층이 있다. 바로 나와 같은 청소년이다.

청소년 시국선언 뉴스는 항상 대문짝만하게 언론 지면을 차지한다. 청소년 시국선언에 대해 신문기사에서 사용하는 단어는 늘 “기특한”, “청소년마저”와 같은 문구들이다. 이는 ‘청소년은 미성숙하다’는 전제를 당연한 듯이 깔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어른들보다 나을지도 모르는 청소년들의 의식 수준에 대해,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어른들의 무의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청소년은 성인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고 전제된 기사를 읽으며 청소년으로서 불편했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청소년을 ‘기특하게’ 보는 인식의 이면에는 우리를 그저 교육의 대상, 무시해도 좋은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함께하고 있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많다.

   
▲ 광주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iRIvID


대한민국은 집회 결사의 자유를 헌법에서 보장한다. 따라서 우리 법에서는 집회를 하려면 허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신고를 통해 자유롭게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학생이라는 이유로 ‘교내에서 활동을 하려면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대한민국의 엄연한 국민이기 전에 ‘학생’이란 신분으로 인해, 교내에서 우리의 신념 표현과 활동은 이미 좌절된다.

이런 학교 분위기에서 교사들은 학생을 자신과 학교의 권위로 억눌러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 역시 ‘사회화’란 말로 치부하며 “뭐, 학교는 그런 거지”라며 고개를 끄덕일지 모른다.

나 역시 그런 생각에 완전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질서유지와 사회화를 위해서는 학생을 통제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권위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어느 공동체나 교육은 필연적인 것이고, 사람은 자라면서 서로가 배려하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학교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모든 학교 내 규율과 스케줄은 온통 시험과 대학 진학에 맞춰져 있는 현실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입시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학생의 정치적 활동은 더욱 탄압받아 마땅한 것이 돼 버린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보면 더욱 슬퍼진다. 공교육에서는 철학이나 민주주의, 예술이 이른바 ‘비교과’ 과목으로 치부돼 하대를 받는다. 처참하다. 언제부터 ‘꿈’이 ‘진로’라는 말과 같은 말이 된 것일까? 친구들의 진로희망 순위 상위권에는 왜 항상 ‘공무원’이 올라가 있는 것일까?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일제 식민지 시절의 의식에서 아직도 해방되지 못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학교는 강대국과 자본과 힘의 논리를 충실히 따르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런 구조 안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공무원, 대기업 직원과 같은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나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공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광장에는 촛불을 든 중고등학생이 정말 많았다. 시민에 의한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세월호가 침몰하는 것을 두 눈으로 본 우리 세대는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

우리 청소년들은 지금의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흔들리고 넘어지며 언젠가 막다른 길에 다다를 것이 분명한데도 앞만 보고 돌진하는 이 시스템에 우리가 맞서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있을 때 이를 피하지 말고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항거하며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힘을 모아야 한다.

* 임정환 학생은 고양시 A고에 재학 중에 있으며, 고양청소년행동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고양청소년행동은 지난해 국정교과서 논란 때 '국정교과서 반대 고양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으며, 위안부 합의 문제와 관련해 활동을 진행한 후 '고양청소년행동'이라는 지금의 명칭을 갖게 됐다. 역사, 시사, 철학모임을 이어나가며, 시국에 관련된 집회가 있을 때 회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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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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