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전형 취지 살려 학생부, 자소서 중심 면접으로 전환 필요

   
▲ 동국대에서 열린 '자기소개&면접' 멘토링 강연 [사진 제공=교육기부봉사단]

경기도에 사는 A양은 최근 이화여대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했다. A양에게 대입 준비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어려웠느냐고 묻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면접 준비가 가장 힘들었다는 것이다. A양은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밤 10시에 서울 목동의 면접 전문 학원에 다녔다고 털어놨다.

A양은 1주일에 한 번 꼴로 서울에 있는 학원에 가서 2~3시간 동안 강의를 듣고 면접 실기를 연습했다. 한 달에 2백만 원씩 지불해야 했지만, 면접에서 탈락하지 않으려면 이 같은 출혈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A양을 자동차로 서울까지 태워온 엄마는 근처 커피숍에서 A양의 면접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A양을 도로 태워 새벽에 귀가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A양은 “나도 힘들고 엄마에게도 못할 일인 이런 면접 준비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학 면접이 사교육 시장을 떠받치는 금싸라기 아이템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특히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이 주로 실시하고 있는 구술면접은 사교육의 도움 없이는 합격을 보장하기 힘들다며, 너도 나도 강남과 목동의 면접 학원에 등록해 일인당 기백만 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학원에 쏟아 붓고 있다. 대학이 기침을 하니 학생은 홍역을 앓는다는 말이다.

면접 학원은 평소 꾸준히 다니는 입시학원과는 달리 단기간에 ‘치고 빠지는’ 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교와 입시학원 공부가 다 끝나는 밤늦게야 영업을 시작한다. 학생들도 부모들도 모두 지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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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15개 주요 대학의 2018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데, 보통 서류(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와 면접, 혹은 서류 100%로 학생을 선발한다.

‘선행교육 규제법’ 시행 이후 작성이 의무화된 각 대학의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에는 2016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의 구술면접 문항과 이에 대한 분석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의 보고서 내용과 2018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비교한 결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등 5곳이 2018학년도에 교과 중심의 구술면접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구술형 면접은 학생부 위주 전형의 취지와 동떨어져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학생부 위주 전형의 취지는 입시에서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주고 학교생활 중심으로 학생을 평가, 선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형 운영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지원한 대학의 전공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대학이 면접 과정에서 전공 적합성을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교과 중심의 구술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교과 중심의 문제풀이식 구술형 면접은 지양’하라는 교육부 대입제도안을 심각하게 위배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 학생부종합전형 반영요소 (2018학년도)

대학 전형명 반영요소 구술고사 여부
시행계획 선행학습 영향평가보고서
건국대 KU자기추천 서류 + 면접 × ×
KU학교추천 교과 + 서류 × ×
경희대 네오르네상스 서류 + 면접 ×
고려대 일반전형 서류 + 면접
고교추천Ⅱ 서류 + 면접
동국대 DoDream 서류 + 면접 × ×
학교장추천 서류 × ×
서강대 학생부종합(일반) 서류 × ×
학생부종합(자기주도)
서울대 일반전형 서류 + 면접 및 구술고사
지역균형선발전형 서류 + 면접 × ×
서울시립대 학생부종합전형 서류 + 면접
성균관대 성균인재 서류 × ×
글로벌인재 서류 × ×
숙명여대 숙명인재 서류 + 면접 ×
연세대 학교활동우수자 서류 + 면접
이화여대 미래인재전형 서류 + 면접
중앙대 다빈치형인재 서류(학생부, 자소서, 추천서)
+ 면접(개별)
×
탐구형인재 서류 + 면접 ×
한국외대 학생부종합 서류 + 면접
한양대 학생부종합(일반) 서류 × ×
홍익대 학생부종합 교과 + 서류 × ×

* 표 제공=사교육걱정없는세상
* 시행계획에 교과지식과 관계없는 면접을 명시하면(예: 서류 진위여부 확인 및 인성평가, 인성면접, 서류내용 기반 면접 등) ×, 면접 유형이 기재되지 않거나 모호한 경우(예: 본교 인재상에 부합하는 역량을 평가 등)는 △, 교과지식을 포함한다는 기술이 있으면 ○임.
*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에 나온 각 대학의 면접 문항 중 교과 지식을 묻는 문제인 경우는 ○, 교과 지식을 물었는지 논란이 되는 경우는 △, 교과 지식을 묻는 면접을 시행하지 않았다고 밝힌 경우는 ×임.

서울대의 경우는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서울대는 면접에서 구술고사라는 명칭으로 교과 지식을 묻는 학업능력 평가를 실시하는 것도 모자라, 대학 과정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등 ‘선행교육 규제법’을 심각하게 위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일선 고교에서는 “서울대 면접구술고사는 학교 현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제 수준이 너무 높다”는 원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서울대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매년 선정되며 지난해 25억 원을 지원받은 데 이어 올해는 20억 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역 15개 주요 대학은 정원의 절반가량을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선발한다. 이들 대학의 2018학년도 학생부 위주 선발 비율은 48.8%로 2017학년도의 42.7%보다 6.1%p가 증가한 수치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학생부 위주 전형의 증가로 고교교육 정상화에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구술면접 강화로 인해 제도의 의미는 사라지고 사교육 팽창과 고교교육 무력화라는 악순환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학생부 위주 전형이 본래의 취지대로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하려면 면접에서 대학별 구술고사를 폐지하고 학생부와 자소서를 바탕으로 전공적합성을 평가하는 면접 방식을 의무화해야 한다. 면접으로 또 다른 ‘성적 줄 세우기’를 시도하며 수험생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대학에 대한 정부 당국의 엄중한 관리 감독이 시급한 때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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