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은 고교와 대학의 연결고리

   
 

학종! 평가의 패러다임 완전히 바꿔놓다
학생부종합전형 도입 이전의 교육과정은 단지 학기 초에 편성해서 서랍 속에 보관하던 문건에 불과했다. 교육과정에 따라 고등학교의 교사 구성이 달라지고, 학생들이 배우게 되는 내용도 약간씩 차이가 생기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 경기도교육청 김덕년 장학사

교사들은 그저 교과서와 분필 하나를 들고 교실에 들어가 열심히 진도 나가기에 급급했다. 학생들은 영문도 모르고 문제를 풀고 또 풀었다. 가르치는 내용보다는 변별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한 줄로 세워 놓으면 대학에서는 차례대로 학생들을 데려갔다. 고등학교에서는 ‘명문’이라 불리는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 숫자에 만족하며 한 해 한 해 지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이런 판을 크게 흔들었다. 바꿔 말하면 학생부종합전형은 평가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사실 평가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는 이미 있었다. 바로 ‘성취평가제’다.

학생들이 학습에 도달한 정도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하기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분명 새로운 평가의 모습을 제시하긴 했지만, 교육 현장에 그다지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9등급제와 성취평가제의 기묘한 동거
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 ‘교과학습발달상황’에는 학생들의 성적이 9등급제, 성취평가제에 의해 나란히 기록된다. 묘한 동거다. 9등급제가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워 대학이 데려가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면, 성취평가제는 학생 개인이 성취한 정도를 보고 피드백을 통해 교사들이 목표하고 있는 성취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평가이다.

9등급제는 변별만 있으면 되는 것이고, 성취평가제는 모든 학생들이 성취기준에 100% 도달해야 한다. 그러니 이 둘은 그 성격이 아예 다르다.

현재 고등학교에는 이렇게 다른 두 개의 평가방법이 비정상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대학입시에 휘둘리는 고교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교육부에서 야심차게 도입한 평가 방법조차도 대입의 벽에 가로막힌 현실이 기가 막히다.

중등교육 안에서 변화를 모색하기에 한계가 있다면 외부에서 충격을 더해야 한다. 그 ‘외부 충격’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다.

현재 대학입시는 크게 수시와 정시로 구분된다. 수시전형이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전형이라면, 정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수시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가 학교생활기록부 8번 항목인 ‘교과학습발달상황’에 기록된 교과 성적을 반영하는 전형이라면, 후자는 학생부의 모든 항목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한다.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요한 서류로 본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나 이 둘은 완전히 다르다. 교과학습발달상황은 결국 교과 점수로 학생의 서열이 드러난다. 점수가 1점이라도 높은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반면에 학생부종합전형은 교사들이 기록한 ‘특기사항’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대입의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수능전형은 정량평가에 의해 기계적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정성평가에 따라 학생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다는 점이다. 완전히 다른 전형인 셈이다.

“당연히 성적 좋은 아이가 합격할 줄 알았는데….”

   
 

며칠 전,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연구하는 교사들을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 교사 동아리는 2015년부터 자발적으로 모여 일체화를 연구하는 모임이다. 때가 때인지라 당연히 화제는 수시 결과 발표에 쏠렸다.

“얼마 전에 한 과학기술원에서 결과를 발표했어요. 그런데 그 결과가 놀랍더라고요.”
지금 3학년 담임을 하고 계신 젊은 선생님의 말에 모두들 귀 기울였다.

“우리 반 아이가 이번에 합격했는데 이 친구가 모의고사 성적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과학적인 사고와 추진력이 남달랐는데 합격하더라고요. 면접에서 자기가 그동안 했던 공부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했다고 하던데 그게 주효했나 봐요.”

또 다른 선생님이 얼른 받았다.
“우리 학교에서도 두 녀석이 지원했는데 한 아이는 누가 봐도 우수한 성적이었고 당연히 합격할 것이라는 학생이었죠. 또 한 아이는 교과 성적은 조금 부족하기는 했지만 과학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두 번째 아이가 되더라고요. 무조건 공부만 잘하는 아이보다는 자기 생각을 갖고 노력하는 학생이 합격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올해부터 각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은 좀 더 세밀해졌다. 과장되거나 추상적인 기록에 대해 대학에서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확인 과정이 꼭 따르더라 등등의 말들이 오고간 후에 한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 대학에서 고교에 기회를 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각 고교는 교육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자기 학교 학생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꾸며서 학생부를 기록하는 것은 그만해야죠. 그런 의미에서 대학은 분명 고교에 어떤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이제 고교에서 반응을 보여야 합니다. 저는 그게 우리가 하는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라는 말은 조금은 생뚱맞다. 그동안 학교에서 교사들이 하고 있는 모든 과정을 서로 연계하자는 의미이다. 교사들이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하여 그 학생들이 도달해야 할 성취수준을 생각하고, 수업을 고민해야 한다.

학생들이 참여하고, 활동을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수업을 고민하다보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게 된다. 그리고 교사가 진행한 수업과정에서 평가를 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 전반에 대한 기록이 학교생활기록부로 남게 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교육 시스템 속에서 학생 개인이 무엇을 했고, 어떻게 성장했는가를 보고자 하는 선발전형이다.
 

   
▲ 한양대학교 입학처 http://goo.gl/ogsoQX


교육과정, 변화의 바람에 응답하라!
이렇게 패러다임이 변하는 이 시점에 고등학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당연히 학생들이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 마당이 바로 교육과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를 잘하고 있는 고등학교의 특징은 잘 꾸려진 교육과정에 있다.

이제 교육과정은 학기 초에 작성하여 서류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떠한 과정으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하는가가 담기는 틀이다. 마침 2015 개정 교육과 정이 발표되고 각 교육청별로 연수가 한창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은 ‘창의융합형 인재’이다. ‘창의’라는 말과 ‘융합’이라는 어
려운 말이 합쳐졌다. 그렇다면 학교 또는 교과교육과정에서도 창의와 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교사들의 수업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교사 개인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학교의 변화가 간절하다. 교육과정을 읽으며 학교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을 함께 생각해 보자.
 

▲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총 이수 단위는 204단위이며 교과(군) 180단위, 창의적 체험활동 24단위로 나누어 편성한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활동은 교과수업이다. 교육과정 총 이수 단위 204단위 중에서 교과(군) 180단위이고 흔히 비교과라고 말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24단위이다. 당연히 수업의 비중이 크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바라볼 때도 수업시간에 어떻게 활동했는지가 중요하다. 수업시간이 활기차고 아이들이 학교에 오고 싶어 한다면, 3년 동안 교과가 서로 치밀하게 연결되어 우수한 인재로 성장한다
면, 학부모든 대학이든 믿음이 생길 것은 분명하다.
 

▲ 선택 과목 중에서 위계성을 갖는 과목의 경우, 계열적 학습이 되도록 편성한다.

위계성을 갖춘다는 것은 학생 수준을 고려한 세심한 배려로, 그 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목표에 도달하도록 단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대체로 Ⅰ,Ⅱ로 표시된 과목으로서 영어Ⅰ과 영어Ⅱ,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과 물리학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 제2외국어Ⅰ과 제2외국어Ⅱ, 한문Ⅰ과 한문Ⅱ 등이 있다.

그런데 수학Ⅰ과 수학Ⅱ는 위계에 의한 구분이 아니다. 수학Ⅰ,
수학Ⅱ는 공통 과목인 ‘수학’을 학습한 후, 더 높은 수준의 수학을 학습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다. ‘수학Ⅰ’은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수열’의 3개 핵심 개념 영역으로 구성되는 반면, ‘수학Ⅱ’의 내용은 ‘함수의 극한과 연속’, ‘미분’, ‘적분’의 3개 핵심 개념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 학교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학생이 이 교육과정에 제시된 선택 과목의 개설을 요청할 경우 해당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학교에서 개설하지 않은 선택 과목 이수를 희망하는 학생이 있을 경우 그 과목을 개설한 다른 학교에서의 이수를 인정한다.

학생들의 선택을 존중한 교육과정이라면 학교는 이 부분을 가장 고민해야 한다. 물론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학교와 학교가 연계하거나, 주문형 강좌를 다양하게 개설하는 것이다. 진로집중과정, 주문형 강좌, 교육과정 클러스터, 자유수강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대입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만큼 고교 교육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한 전형은 없었다. 다가올 미래는 인공지능과 공존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으로 살 수 없다. 교육은 미래를 바라보고 준비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지금의 고등학교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대학 진학으로만 고등학교의 역할을 매긴다면 죄를 짓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의 평생 삶을 위해 고등학교와 대학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 연결고리는 학생부종합전형이고 단추는 교육과정이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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