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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교사의 충언 "학교가 학생 인생 망치는 주범이다"공부하는 이유, 공부의 즐거움 부재하는 공교육의 현실
정명근 교사 (천안 복자여고)  |  webmaster@eduj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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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5  14: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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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 운호고 교내에서 진행된 '찾아가는 수학캠프' [사진 제공=충북교육청]

교사로서 마지막 해를 앞두고 있는 천안 복자여고의 정명근 교사는 오랫동안 영어교사로 재직하다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진로진학상담교사로 전과해 학생들의 진로진학을 지도해온 교육계의 베테랑이다.

정 교사는 후배 교사인 양필승 교사와의 대화를 통해 35년간의 교직 생활에서 느낀 우리 교육의 문제와 해법을 후배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이에 에듀진은 양필승 교사가 정리한 정명근 교사의 직언직설을 간추려 싣기로 한다.


충남 A고 3학년 이OO 양에게 진로 계획을 물었더니 간호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양의 성적을 묻자 내신은 3.5등급 정도이고, 모의고사 성적은 시험을 보다 그냥 자서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온다. 수시 진학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수능을 치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정명근 교사 (천안 복자여고)

왜 간호사가 되고 싶은지를 물었더니 황당한 대답이 날아든다. 제대로 진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다들 장래 계획을 말하기에 평소 괜찮게 봐 온 간호사가 떠올라 그렇게 답했다고 했다.

이 양은 간호사가 되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를 한 적도 없고 실제 간호학과에 진학할 생각도 없다고 한다. 게다가 같은 반 친구들도 대부분 자신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양은 영어시간에 무슨 공부를 하느냐는 질문에, 수능특강 문제집을 푼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수능도 안 보면서 왜 문제집 풀이를 하니? 그게 실제로 도움은 되니?”라고 물었더니 “학교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한다”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교육, 한국 고등학교의 현주소이다. 진로교육의 필요성을 목 놓아 외치면서도 정작 학생들의 진로 탐색 활동은 교과 학습에 밀려 흐지부지되고 만다. 또한 수능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학생들에게 정규 수업시간에까지 EBS 수능특강 문제집을 풀게 하고, 밤 10시까지 학교에 붙잡아 놓고 문제 풀이 중심의 야자를 사실상 강제적으로 시킨다.

실제로 지방 일반고인 A고에서는 전교 300명 학생들 가운데 5분의 4 이상인 85%가 수능과 관계없이 수시에 합격이 당연시되는데도 불구하고 학교가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면서 학생들을 학교에 붙잡아 놓고 거의 방치하고 있다. 학부모가 알면 기함할 일이지만, 공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불합리가 학생들에게 공공연히 가해지고 있다.

비단 A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일반고인 B고 사례를 보자. B고에서 1등을 하는 H군은 자습시간에 영어 원서를 읽다가 선생님으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선생님은 수능 최저만 맞추면 되니 영어 원서 읽기는 안 해도 된다면서 문제집 풀기를 지시했고, H군은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많은 고교에는 수시 중심의 진학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독서와 영어 원서 읽기 등이 왜 중요한지를 모르는 교사들이 너무도 많다. 수능 중심의 고교 교육이 학생들의 발전 가능성을 철저히 훼손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매너리즘에 빠져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교사가 자신의 교육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로 바라보고 수정해 가는 일임이 확실해지는 대목이다.
 

   
▲ 중앙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zMYKOj


C고에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시 대비 특강을 할 때 일이다. 상담을 요청한 담임교사가 제시한 자료를 보니 70% 이상의 학생들이 전국연합 모의평가에서 3, 4, 5등급을 받았고, 강의에 참여한 학생들은 주로 4, 5등급 학생들이었다. 오랜 전통과 높은 선호도를 자랑하는 학교라 인근 중학교의 상위권 학생들이 다수 진학한다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C고는 소도시 지역의 남학교이고 학생들의 독서량은 거의 없으며,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들어와 문제 풀이 중심으로 학습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남학생들이라 수학에서는 어느 정도 성적이 잘 나왔을 것이기에 나머지 시간을 영어 학습에 투자했을 텐데, 문제집 풀이만 해서 영어 성적이 잘 오르지 않아 결과적으로 전체 성적이 하락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도시 학생들이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생들은 대개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어 언어 성적이 기본 이상 나와 주기 때문에, 다른 과목 성적도 동반 상승하는 것과는 반대의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데는 교사들의 책임이 크다. 이를 인정하고 부끄러워하며, 교사 스스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한데, 전혀 그렇지 못한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천안지역은 2016학년도부터 평준화가 시작됐다. 중학생이면 누구라도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이에 따라 중학교에서는 고등학교 입시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고, 원리에 맞춰 학생들의 학업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이처럼 국어, 영어, 수학을 근본부터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음에도 실제 현실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이제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획일적 암기교육에서 벗어나 자습시간에 책읽기를 지도하고, 동아리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 또한 등하교 시간을 조정해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아침, 저녁 먹기가 가능하도록 해 줘야 한다. 독서를 통해 학습의 기본이 되는 지적역량을 키우고, 가정에서 밥상머리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하향평준화된 천안 교육 풍토를 새롭게 바꿔야 한다.

학교가 가정교육이 잘 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할 것이 아니라, 학교교육이 먼저 달라지면 가정의 교육도 달라진다는 믿음으로 학교부터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교사가 먼저 나서야 한다. 교사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새로운 교육 방향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공교육이 붕괴될 것이라는 유엔미래보고서의 예측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곧 붕괴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 달라진 입시, 새판을 짜라! https://goo.gl/VKIShu

우리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대학이 전부인 양 가르친다. 하지만 실제 대학을 졸업하면 2명 중 1명은 취업을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학생들에게 공부의 참맛을 가르쳐준 적도 없는 학교가 학생들의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시키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갈수록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 입학이 학문 탐구의 시작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버겁기만 한 대학 준비로 인해 학생들은 학문 탐구의 열망이 시들해져, 정작 대학에 입학한 다음에는 더 이상 공부에 의미를 두지 못하게 된다. 이미 학생들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로 초, 중, 고에서 지긋지긋하다 싶게 공부를 하고 있다.

하고 싶은 공부를 못해 봤기에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한 뒤 취업에만 집중하고, 그 외 공부에서는 손을 놓는다. 학생의 미래, 더 나아가 국가의 미래가 걱정될 정도이다. 더구나 교육계는 이런 현실을 외부 탓으로만 돌린 채 자정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거의 보여주지 않고 있다.

배움의 목적이 무엇인가?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공동체 안에서 올바른 삶의 지혜를 배우고, 배움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한줄 세우기가 교육의 목적이 된다면 개인이 불행해 지는 것은 물론 국가의 미래까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 교육이 단순히 명예, 돈, 권력을 얻을 수 있는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학생들은 삶의 참 가치를 모른 채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우리 학생들이 배움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529

 

   
▲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기적의 수시 워크북> 2017년도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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