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것의 가장 반대에 서있는 ‘국정 역사교과서’

   
▲ 11월 28일 '올바른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준식 교육부 장관 [사진 제공=교육부]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12월 27일 제시했다. 이른바 ‘양다리 꼼수’를 내놓은 것이다. 교육부는 2017년도부터 강행하겠다는 것을 1년 유예하고, 검정교과서를 혼용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전면 폐기하라는 요구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라는 의견은 즉각 수정하지 않고, “찬성 의견이 급증했다”고 주장하는 등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교과서 현장 적용 방침’을 발표하고,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교육부는 11월 28일 ‘올바른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한 바 있으며 12월 23일까지 총 1만 58건의 의견을 받아 그 검토 대상을 3,807건으로 정리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즉시 반영된 사항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의 표기 오류’ 등 21건에 그쳤다. 이외에 검토 진행 중인 의견은 808건이지만 어떤 의견이 있는지는 자세하게 전하지 않았다.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에서 가장 많은 반발을 산 부분은 단연 ‘1948년 건국절 제정 논리’와 ‘박정희 정부 및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왜곡된 기술이다.

국정 교과서 현장 검토본은 194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발표했으나 임시의정원 회의조차 통과하지 못한 ‘건국강령’ 발표 사실을 4회나 서술한 반면, 1919년 ‘대한민국’을 국호로 최초 사용했다는 명백한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있다. 1948년 건국절 제정 논리를 뒷받침하려는 강한 역사 조작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보수 및 친일 세력인 ‘뉴라이트’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주장해온 ‘1948년 8월 15일 건국절’ 논리는 1919년부터 1948년까지의 친일 행위를 합리화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주된 의견이다.

또한 국정 교과서는 박정희 정부의 새마을운동, 유신체제, 독재를 과도하게 미화하고 있다. 박정희는 5·16 ‘군사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했고, 임기 6년, 중임 제한 철폐, 대통령 국회 해산권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하는 독재 체제인 ‘유신헌법’을 완성한 장본인이다.

그런데 5000년 역사를 다룬 교과서 전체 293쪽에서 유독 박정희 정부의 역사만을 무려 9쪽에 걸쳐 서술하고 있으며, 유신헌법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언급돼있지 않다.

이에 교육부와 집필진이 “유신체제의 부조리에 대해서도 이미 언급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한 독재 체제였다... 반유신 민주화 운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났고 박정희 정부는 이를 탄압하였다... 기본권들은 대통령의 긴급조치에 의해 제한되었다...”와 민주화항쟁의 기술적 나열 등 매우 제한적인 기술에 그칠 뿐이다.

결국 박정희는 독재를 통해 민주주의를 파괴한 인물이라기보다는, 사회 모순과 가난을 타파하는데 집중했으며 산업화와 선진화를 이끈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반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4명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모두 합쳐 0.5쪽에 불과하며, 심지어 국민적 영웅인 이순신 장군은 2쪽, 세종대왕은 1쪽 서술된 것을 비교하면 그 의도가 빤히 들여다보인다. 이정도면 ‘교과서’라고 쓰고 ‘박정희 위인전’으로 읽어도 될 정도다.

보도자료에서 ‘박정희 정부에 대한 의견’ 바로 다음에는 생뚱맞게도 ‘북한 실상에 대한 의견’이 등장한다. 더욱 상세히 기술해달라는 요구를 받은 것은 ‘제주4·3사건’ 25건과 ‘친일파의 행위’ 18건 등이 있지만 13건에 그칠 뿐인 ‘북한 실상에 대한 상세 기술 요청’건만을 유독 구구절절이 옮겨놓은 것이다. 박정희 정권에 북한 이슈를 더하는 전형적인 ‘물타기’다.

“북한의 핵 개발과 군사도발을 하는 목적, 예컨대 북한을 적화통일을 포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추가해야 한다”거나,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의 처참한 현실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구체적인 설명과 현황이 들어갔으면”과 같은 의견을 ‘박정희 독재 미화’ 건 바로 다음에 교묘하게 배치한 것은 보수 세력이 자주 사용하는 ‘북풍’ 전략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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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도 국정교과서를 ‘유예’할 뿐이며 전면 폐기하라는 요구에 굽히지 않을 것임을 강하게 드러냈다.

교육부의 주장은 “찬성 의견도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국정화 정책에 대한 찬성 의견이 64.7%, 반대 의견이 35.3%으로 제시됐다”면서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찬성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 숫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지금까지 반대, 찬성 의견이 6대 4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 것에 비해 갑자기 달라진 분석이다.

이에 박성민 역사교과서추진단 부단장은 “찬성 의견 많아진 것은 언론보도가 나오고 유예가 유력하다는 말이 나오면서 국정교과서 찬성하는 분들이 몰린 것으로 추측한다”고 전했다.

또한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많은데 반영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 올리지 않는 분도 있고, 찬성해도 가만히 있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고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결국 집필진이 수용해서 고쳐야 하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번 방침에는 ‘연구학교 지정 및 지원금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안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섬뜩하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연구학교로 지정되면 입시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교사의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등 파장이 매우 크다.

때문에 “교사들은 교육부 연구학교 지정에 목을 매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든 도입을 해서 교과서를 유출시키려는 속셈인 것이다.” 또한 “연구학교 지정이 자녀의 입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부모들도 찬성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현직교사 A씨가 한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사)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이성권 대표(서울 대진고 교사) 역시 “교육부의 국·검정 교과서 혼용 방침은 민의를 거스르는 폭거이며 정상적인 정책결정의 과정과 방식을 무시한 비민주적 행태”라고 비판하면서, “이준식 장관과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결론적으로 교육부가 이번에 내놓은 안은 더욱 치밀해진 ‘꼼수’에 불과하다. 국정 교과서를 전면 폐기할 생각도, 독재 미화 부분을 수정할 생각도 없는 것이 명백하다.

교육부는 이 교과서를 통해 ‘과거는 잊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한다.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반성의식 없이는 성립이 안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집필진이자 친일 보수세력 ‘뉴라이트’는 이를 정당화하는데 특화된 집단이다. 박정희 독재는 미화하고 북한 독재를 부각시키는 것, 이 또한 뉴라이트의 논리다. 임시정부 수립일과 이승만 정부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역시 뉴라이트에서 줄기차게 해온 작업이다.

이것이야 말로 교육부가 배척하는 ‘편향된 역사의식’ 그 자체다. 내용 수정은 집필진의 몫이라고 답했지만 그 집필진을 구성한 것은 교육부 자신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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