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주목하는 할랄시장, ‘식품’넘어 ‘생활용품’까지 무궁무진

   
 

인문계 선배의 취업&직업 이야기 -  할랄전문가
박성희, 중어중문 전공, 싱가포르 warees 한국지사 사원


‘할랄’, 처음 들어본 생소한 분야
안녕하세요. warees 한국지사 할랄인증심사원 박성희입니다. 할랄(Halal)은 ‘허용된 것’이라는 뜻의 아랍어로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합니다. 식물성 음식과 해산물, 그 외에 알라의 이름으로 도살된 고기와 이를 원료로 한 화장품 등이 모두 할랄에 해당해요.

반대로 이슬람 율법이 금지하는 것은 하람(Haram)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주로 식품에만 적용되던 할랄이 이제는 생활 전반으로 할랄 제품의 사용이 확대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할랄 제품의 사용인구가 점차 늘고 있어 할랄 인증심사 업무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싱가포르 warees 한국지사에서 일하면서 싱가포르로 수출하는 할랄 제품의 인증 및 심사 과정을 핸들링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할랄에 대해 심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습니다. 무슬림이 아니기 때문이죠.

다만 알콜테스트, 콜레스테롤테스트 등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 필요한 심사에서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서류를 검토하고 작성해주며, 이를 싱가포르에 있는 본사로 보내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싱가포르로 수출하는 기업체로부터 온 서류가 할랄 인증을 받기에 적합한지 검토하고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서류를 재작성해주는 일을 맡고 있어요. 기업 등에서 할랄 관련 문의가 올 때 정보를 제공하고 자문을 해주기도 합니다. 세미나를 통해 할랄 인증을 받은 후 성공적으로 무슬림 국가로 수출길을 연 기업체 등을 소개하고 할랄 인증의 필요성을 알리기도 하죠.

외국문화, 외국인과의 소통에 대한 관심이 할랄까지 이어져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후 호텔 프론트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때 중동에서 온 고객분들을 많이 접하면서 얕게나마 할랄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할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좀 찾아보니 무슬림은 외국에서도 할랄 인증을 받은 호텔, 식당을 이용하며 하루에 4번씩 하는 종교의식도 거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태원에 할랄 수입 고기를 취급하는 곳이 몇 군데 있고 할랄 식당이나 호텔 등도 극히 드물었습니다.

업무나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무슬림이 점차 늘고 하지만 사실 이들에 대한 문화적인 배
려나 준비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한국에 왔을 때 맘 놓고 음식을 먹을 식당, 종교생활이 일상화된 그들을 위한 별도의 기도실, 이들이 사용할 용품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죠.

마침 이직을 생각하던 차에 할랄 관련 사무업무를 할 사람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어를 전공하고 외국의 문화, 외국인과 소통하는 데 관심이 지대했던 저는 이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꼼꼼한 성격과 외국어 구사능력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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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꼼꼼함과 외국어 구사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할랄 심사를 거쳐 인증을 받기 위한 서류를 다루는 것이 주요 업무인 만큼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가 이 일에 적합합니다.

또한, 거의 모든 서류가 영어로 작성되며 외국 기업의 관계자와 온라인이나 전화, 혹은 대면하여 이야기를 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에 영어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그 외에 컨설턴트, 마케터로서의 자질과 능력도 중요합니다. 할랄의 필요성에 대해 홍보하고 컨설팅을 진행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사람들과 대면할 일이 많으므로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데 능숙해야 합니다.

축산, 식품, 화학 관련 전공자 유리하지만 언어도 중요해
사실 이 분야에서 일하기에는 축산, 식품 관련, 화학, 화학공학 등의 전공자가 유리한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할랄 인증 및 심사를 받는 품목의 대다수가 음식과 관련되어 있으며 인증/심사 과정에서 각종 테스트를 거치고 이를 기록한 서류에는 화학적인 용어가 많이 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직접 인증심사를 내리는 것이 아니고 서류에 대한 검토, 작성이 주된 업무이므로 인문계 출신 인력에게도 가능성이 크게 열려 있습니다.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시험성적서, 품목제조서 등 국가에서 증명하는 각종 서류를 첨부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내 기업이 할랄 인증을 위해 작성한 서류에 때로 언어적인 오류가 있거나 심사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를 빠르게 캐치해서 수정하거나 재작성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기업에서 작성해 보낸 서류를 빠르게 읽고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려서 이를 축약하고 중요한 내용을 캐치해 무사히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서류를 재작성해주는 것이 중요한 만큼, 어학적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기쁨, 선구자가 되어 보세요
종교에 대한 선입견, 무슬림에 대해 거부감이 할랄에까지 이어지면서 이 분야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할랄 제품으로 개척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시장을 놓치는 것은 몹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일을 하면서 때로 이러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움을 느낀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을 역으로 일하는 보람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할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과 거부감을 가진 기업체를 설득하여 그 기업이 할랄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해 갈 때, 제가 기업체를 대신하여 번역하고 작성한 서류가 심사를 통과해 인증을 받고 그 할랄 제품으로 매출이 늘어 급성장을 이룰 때 굉장한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간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일입니다. 현재 무슬림 국가가 57개국으로, 전 세계 인구의 약 27%가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입니다. 무슬림은 의식주 전반에서 할랄만을 이용합니다. 음식은 물론 화장품, 의복, 생활용품 일체에서 할랄이 아니면 먹지도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물품을 살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할랄임을 인증하는 마크입니다. 우리에게는 단지 과자일 뿐인 초코파이도 이들은 먹지 못하는 제품입니다. 왜냐하면 초코파이의 크림에 돼지고기에서 추출한 젤라틴 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소와 닭, 양 등도 할랄에 의해 도축한 것만 먹기 때문에 기업이 무슬림을 고객으로 삼으려면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이후에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사후관리를 받아야 합니다. 앞으로 할랄 관련한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인데요, 이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며 전문성을 쌓아나간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업무 분위기나 내용, 무역회사와 흡사해

   
 

종교적인 부분을 배제하면 이 분야는 업무 분위기나 내용이 무역회사와 흡사합니다만, 무역회사의 경우 야근이 많은 편이나 아직 국내에서 할랄 분야가 걸음마를 뗀 단계인 까닭에 심사가 몰릴 때를 제외하면 업무 강도가 센 편은 아닙니다.

현재 국내에서 할랄 관련 업무를 하는 인력의 규모 등 노동시장 현황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습니다. 시장이 이제 막 시작한 단계로 통계자료 등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할랄 인증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추후 할랄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된다는 등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므로 이 분야에서 인력 채용이 확대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의 경우에는 업체마다 할랄 전담 인력을 최소 2명씩 두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을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국내에서 할랄 인증/심사 업무를 맡아 하는 곳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미국에 본사를 둔 3군데 회사뿐이며, 컨설팅을 해주는 업체는 훨씬 많은 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 과자인 빼빼로도 무슬림 국가로 수출하기 위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식품 제조 관련 회사의 품질관리부서, 품질보증팀 등에서 일하면서 할랄 관련 업무를 맡아하는 인력에 대한 채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할랄 인증의 필요성,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할랄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작년에 여러 기업을 상대로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할랄 인증을 받으라고 홍보를 했을 때, 할랄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홍보 덕분으로 할랄 인증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식품회사뿐 아니라 화장품 회사에서도 관심을 두는 등 기업마다 무슬람 시장, 할랄 인증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글로벌화에 따라 국제 규모의 행사가 늘고 있는 것도 할랄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무슬람 국가 출신의 선수들의 할랄 제품에 대한 요구가 있은 후에야 다급히 대응을 한 경험에 비추어 전 세계의 체육인이 모이게 되는 평창올림픽에서는 이 부분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화에 따라 국가 간 장벽은 허물어지고 하지만 각종 규제가 국가를 대신하는 하나의 무역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무슬림 국가에서는 법에 의해 도축장에 2명의 할랄 인력을 두어야 합니다. 현재 국내에는 이러한 법이나 규제가 없지요. 하지만 할랄 시장의 확대로 국내에서도 식약청의 주도로 관련 법규와 규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추후 할랄 인증기관에 등록이 안 되어 있으면 제품의 판로가 막힐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한편, 할랄 인증을 받은 업체는 인증을 받은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합니다. 건물이 주기적으로 소방안전관리를 받는 것처럼 할랄 업체의 경우 시설이나 제조과정 등이 정해진 규정을 지키고 따르는지 점검을 받게 됩니다.

식품안전관리제도 중에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 유통단계의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 요소를 분석하고 미리 제거하여 관리하는 HACCP 인증이 있는데요, 이 제도의 시행으로 식품회사 내에 HACCP팀이 마련되는가 하면 관련 실무자 양성과정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추후 할랄 인증을 받은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등 관리를 맡아 할 전문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인력으로 성장한다는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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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글로벌 시대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저는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제 자신이 선도적인 위치에서 글로벌한 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할랄은 무슬림 국가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 전 세계에서 이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할랄 산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는 할랄 인증이 없으면 인도네시아에 수출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다른 무슬림 국가로 점점 더 확산될 것입니다. 관련하여 우리나라 식약청, 한국식품연구원 등에서도 할랄 산업과 관련한 법규와 절차 등을 마련하려고 나서고 있습니다.

국내 할랄 관련 시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루오션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사람을 좋아하고 대인관계를 맺는 데 자신감이 있는 사람,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외국인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사람, 무역회사를 지원하는 사람 등이 이 분야에 들어온다면 보람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넘어야 할 장벽이 있습니다. 바로 종교적인 부분인데요, 이슬람교, 무슬림, 할랄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종교와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 융통성 있는 자세가 먼저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한국고용정보원 '인문계열 진출직업'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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