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학교 변화의 지름길이다
▲ 충북 괴산증평지역 학교운영위원 교육정책 연수 [사진 제공=충북교육청] |
최근 수시전형에서는 일선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이 학생 평가에 중요한 잣대로 대두대고 있지만, 이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많은 대학들이 ‘학교 프로파일’이라는 이름으로 개별 고교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학생 선발에 활용하고 있는데, 학교 프로파일 중 핵심이 학교교육과정이다.
학부모들은 모든 고등학교에서 똑같은 교과목을 똑같은 수업시수로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학교마다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과목이 다르고 부여되는 수업시수가 다르며 교육 내용 또한 상이하다. 따라서 학교교육과정을 살펴보면 그 학교 학생들의 일반적인 학업수준과 활동 상활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학교교육과정을 심의·자문하는 곳이 바로 학교운영위원회이다. 교장에게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사항을 거부할 권한이 없다. 만약 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입맛대로 학교를 운영한다면 상급기관인 시도교육청에 보고돼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그런데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운영에 있어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일선 고교의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독립적인 심의·자문기구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에듀진>의 12월 27일자 ‘학생-교사-학부모 파트너십이 학교 성패 가른다’ 제하 기사[링크 클릭]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학부모회가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을 지키기 위해 학교를 상대로 분투하는 와중에도 정작 학교에 공식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의 비위에 눈 감은 채 뒷짐만 지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사실상 학교 관리자나 교사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르는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해당 기사에 언급된 파주지산고 학교운영위원장은 10년 가까이 학부모 시민단체 활동을 이어오면서도 자신이 학교운영위원장으로 있는 고교에서 발생한 문제는 외면한 채 나 몰라라 하고 있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광주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iRIvID |
학교교육과정을 비롯해, 교과서 지정, 학교장추천전형에 관한 사항, 급식업체 결정 등 학생과 학부모에게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항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후에야 학교장의 결정으로 실시된다. 따라서 학교운영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된다면 일선 학교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특히 학내 성희롱 문제, 급식 비리, 도를 넘은 체벌 등 학교에서 문제 상황이 발생할 때 학교운영위원회가 탄탄하게 자리 잡은 학교라면 빠른 사건 해결과 함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도 학교운영위원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뜻에 반해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을 밀어붙여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해 주지 않으면 채택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학교의 변화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학부모가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학부모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에 무관심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학교운영위원회가 바로 서려면 우선적으로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수다.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위원회는 사회활동을 하는 남성이, 학부모회는 가정주부인 여성이 활동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학교가 가진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싶다면 성별과 직업에 관계없이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생의 인권, 학습권, 교권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한다. 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학교장의 거수기 역할을 자임하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다. 만약 자녀의 학교에 문제가 있고 이로 인해 학생들이 불이익을 겪는다면 주저 없이 학교운영위원회를 찾아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내자. 학교운영위원회의 문은 뜻 있는 학부모 모두에게 활짝 열려있다.
■ 학교운영위원회 선출 방법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10
https://goo.gl/wvn93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