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고 학부모회, 1월 2일 ‘경기도교육청 피켓시위’ 나서

   
▲ 파주 지산고 학부모회 등 학부모 4명이 수원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에듀진]

새해 벽두인 1월 2일 아침 2017년도 첫 업무일을 맞은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파주 지산고 학부모회 회장, 반의 부대표, 총무 등 4명이 피켓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문제 교사를 처벌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교육감 면담을 요청했다. 피켓 시위대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파행을 겪고 있는 학교 운영을 정상화하고,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바로 세우겠다는 결의로 시위를 이어갔다.

지산고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해 4월 지산고 교사 연수회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장은 이를 알면서도 사건을 제때 처리하지 않은 채 유야무야 시간을 끌었고, 교감은 한술 더 떠 성희롱 가해자인 학생인권부장, 1학년부장 등 남교사 2명을 싸고돌며 문제를 키웠다. 이 때문에 피해자인 여교사가 오히려 가해 교사들에게 위협을 당하는 등 막다른 상황에 몰리게 됐다.

한편, 가해자인 학생인권부장 교사는 교내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리기 위해 평소 특혜를 주던 학생 한 명을 내세워 학생들을 입막음시키는 한편, 특혜 학생으로 하여금 피해 여교사 편에 선 학생들을 고소하도록 종용했다. 또한 학생들을 체육교사실과 교실에 감금한 채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강요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수개월 간 무월경 증상을 호소하는 등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져갔다. 이를 보다 못한 학부모회가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 앞에 모이게 된 것이다.

문제는 경기도교육청에도 있다. 경기도교육감사관이 지난해 8월에 지산고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감사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며 지금까지 끌어온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산고 교감이 경기도교육청 고위직 공무원으로 있는 남편의 힘을 이용해 지산고에 대한 감사 발표를 미룬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경기도교육청의 철저하고 엄정한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지산고 교감은 앞서 근무한 파주 운정고에서도 학교운영위원회 의결도 거치지 않고 친일 미화로 논란이 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무단으로 채택해 학내 갈등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운정고 졸업생 김OO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의 교감이 우리학교에 교감으로 계실 때 학교에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자주 일어났지만, 당시에 그분에 대한 아무런 규탄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문제의 교감이 지산고로 가 이와 같은 사태를 일으키도록 한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지산고 사태를 키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학교운영위원회’다. 공립학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원 인사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 의사 결정 사항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건 발생 초기에 학교가 제대로 상황을 수습하고 공정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학교운영위원회가 그 기능을 제대로만 행사했더라면 지산고 사건이 지금처럼 파국으로 치닫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지산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책임을 방기한 채 학교장의 거수기 노릇을 하면서, 교장의 무능과 교감의 문제 교사에 대한 편파적인 감싸기, 문제 교사들의 학생·교사 인권 탄압 행위 등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 사태를 더욱 키웠다고 봐야 한다. 이번 지산고 사태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제 기능을 상실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문제 상황의 집합체라는 것이 교육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산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학생, 교사, 학부모회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채 여전히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학부모회만이 학생과 선량한 교사의 편에 서서 사태 해결을 위해 뛰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 파주 지산고 학부모회 등 학부모 4명이 수원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에듀진]

‘문제 학교’에는 ‘문제 학교운영위원회’가 있다
학부모들은 무엇보다 학교가 공명정대하고 정의롭게 운영되며, 자녀들이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 돼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이런 요구를 반영해 이를 감시할 수 있는 학내 기구로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돼 학부모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이 참여에 소극적인데다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위원회 존재와 기능 자체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크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학교운영위원회의 목적, 역할, 기능에 대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며, 학운위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하고 감시해 가야 한다.

공무원이나 정치인, 시민단체 활동가, 교사 출신 명명가 등 번듯한 직책을 갖고 있으나 학교운영위원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학교운영위원 자리를 채우게 할 것이 아니라, 학부모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학교운영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교운영위원은 학교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진정으로 학생을 사랑하고 그들의 학습권과 인권을 지키고자 하는 학부모가 지켜야 할 자리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교사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학생을 바르게 성장시켜야 할 교육의 요람이다. 학교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의사를 스스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학생 자치기구도 마련돼 있다. 학생 자치기구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학교운영위원회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교장이 마음먹기에 따라 많은 변화가 이루어진다. 과거퇴행적인 성적 줄 세우기식 교육을 지향하고 학생 인권에 무감각한 교장이 운영하는 학교와, 인성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협업능력과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지향하는 교장이 운영하는 학교는 학생의 인성과 역량은 물론 진학실적에서도 대단히 큰 차이를 보인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교를 후자의 학교처럼 만들고 싶다면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해 학교 교육과정에서부터 학교장추천전형 학생 추천, 급식, 교복 등 여러 사항들을 책임 있게 심의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학교장의 편에 서서 학교의 변화를 적극 이끌어가야 한다.

반대로 전자와 같은 학교라면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장의 변화를 적극 요구하고 비도덕적이고 억압적이인 학교문화를 혁파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여러분 자녀의 학교는 아무 문제없습니까? 모든 학생들이 공평하고 합리적이고 정의롭게 교육을 받고 있습니까? 교육과정은 문제없습니까? 진학 실적은 괜찮습니까? 학교가 모든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를 공명정대하게 기입해 주고 있습니까? 선생님들은 활력이 넘칩니까?”

위 질문에 ‘예’라는 대답을 하지 못하는 학부모라면 올해부터는 학교운영위원회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제대로 살펴보자. 기왕이면 직접 학교운영위원이 돼 학교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힘을 더하는 것도 좋겠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할 때에야 비로소 학교가 변화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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