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안의 '국회'

   
▲ 무안 오룡중 '학부모 초청 명품 수업' [사진 제공=전남교육청]

개인의 권리는 스스로 적극적으로 찾고 행사해야만 제대로 주어진다. 프랑스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100만 원 안팎이지만, 우리나라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7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바로 투표를 통한 정치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지는가의 여부다.

프랑스 대학생들의 투표율은 87%나 되지만, 한국 대학생들의 투표율은 기껏해야 20~30%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투표하지 않는 대학생들을 위해 정책을 개발하거나 그들을 위한 공약을 내걸 필요가 없다고 인식한다. 표의 향방이 그들의 정치 운명을 가르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은 노인들을 위한 정책과 공약 개발에는 적극 나서지만, 투표를 거의 하지 않는 대학생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실례로, 인구가 100만이 넘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해 예산 중 경로당, 노인 복지 등 노인과 관련한 예산은 600억 원이나 되지만, 노인 인구수보다 많은 중고생 관련 예산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투표권 문제가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의 투표 가능 연령은 만 19세다. 학생의 경우 고교를 졸업한 사람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 바꿔 말하면 중고생들은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법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굳이 중고생들에게 잘 보여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예산 분배의 편향성은 고양시뿐 아니라 대부분의 시도에서 발견되고 있다.

투표는 이처럼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국민은 기본 주권을 투표를 통해 행사한다. 정치인이 국민을 두려워하는 것은 투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패권당이라는 이유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일부 지역의 투표 행태는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내팽개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묻지마식 투표 행태는 민주주의 후퇴와 부패 확산에 크게 일조한다. 같은 당 깃발만 들고 나오면 당선되니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일할 필요가 없고, 국민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으니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며, 자신에게 공천을 준 더 높은 권력자에게만 충성할 뿐이다. 이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락 행위를 파헤치는 국정조사장을 파행으로 몰고간 몇몇 의원들의 행태를 통해서 제대로 보여진 바 있다. 

   
▲ 광주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iRIvID


학교 변화의 힘, 학부모에게 있다
이런 정치적 역학관계는 일선 학교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학교 운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 학교운영위원회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안의 '국회'라고도 할 수 있다. 공립학교의 학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교장이 만약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교육청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을 정도로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은 매우 높고 중요성 또한 크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위원 40~50%, 교사위원 20~40%, 지역위원 10~30% 내외로 구성된다. 즉 학교운영위원 중 학부모위원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이처럼 중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면 그 힘은 무용지물이 될 뿐이다. 실제로 많은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가 학부모의 무관심과 참여 저조로 인해 학교장의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4차 산업혁명기에 들어선 이때, 전근대적인 교육 환경을 일신하고 인성과 자기주도적 문제해결능력, 협업능력 등을 겸비한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의 요람으로 학교가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학교운영위원회가 바로서야 할 때다. 이런 변화를 학교운영위원회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학부모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지역사회는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하는지를 알려면 눈과 귀를 항상 열어두고 있어야 한다.

특히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학교교육과정이 바로서야 학교가 바로서고 학생이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과정은 학교가 발전할 것인가, 퇴보할 것인가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이며, 학생과 학부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학 진학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대입에서 수시로 70% 이상을 선발하고 있는 지금, 여전히 수능 중심의 성적 줄 세우기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라면 학교운영위원회가 나서서 학교교육과정을 수시 중심으로 개선하도록 적극 요구해야 한다.

학부모가 힘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별 지역별로 학부모운영위원 모임을 결성해 학교 운영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학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운위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명패만 올려둔 운영위원은 학교측의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다. 이처럼 학교운영위원회가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학교에 끌려가기만 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히 자신의 자녀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반대로 학교운영위원회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학교는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바로 자신에게 있음을 인식한 학부모라면, 지금부터라도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자.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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